꿀을 모으러 나간 벌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군집붕괴현상’(CCD)의 원인은 바이러스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농무부(USDA)의 이안 립킨 박사팀은 CCD가 일어난 꿀벌 집단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벌집에서 ‘이스라엘 급성 마비 바이러스’(IAPV)가 검출돼 IAPV가 CCD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8월 30일자에 실렸다.
CCD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돼 미국과 유럽의 꿀벌 농가를 근심에 빠뜨리고 있는 새로운 현상이다. 현재 미국에 분포하는 벌 농가 가운데 50% 이상이 CCD 피해를 보고 있으며 올해 초부터 약 5개월 동안 미국 꿀벌의 4분의 1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그 동안 휴대전화의 전자파, 기상이변, 기생충 때문에 꿀벌이 사라진다는 다양한 가설이 제기됐으나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CCD의 원인을 찾기 위해 미국 전역의 벌집들을 모아 5개월간 조사했다. 이 결과 CCD가 나타난 벌집에서 대부분 IAPV가 검출됐다. IAPV는 이스라엘 헤브루대의 이안 셀라 교수가 발견한 바이러스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은 쇠약해졌다가 사망한다. IAPV에 감염될 경우 CCD보다 증세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IAPV가 CCD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립킨 박사는 “벌집이 IAPV에 감염되면 이곳에 사는 벌은 96% 이상의 확률로 CCD를 일으킨다”며 “앞으로 IAPV를 건강한 벌에게 주입해 CCD와의 확실한 관계를 알아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