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성장호르몬의 투여로 어린이들의 키가 자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탠퍼드대학 소아과 전문의 레이먼드 힌츠와 연구팀은 키만 작을 뿐 다른 이상은 전혀 없는 어린이들에게 장기간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남자아이는 평균 약 5cm, 여자는 6cm 정도 더 자랐다고 ‘뉴잉글랜드 오브 메드신’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전까지는 외부적으로 투여해준 성장호르몬이 체내의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에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들과 키를 비교해볼 때 하위 3%에 해당하고 다른 이상, 예를 들어 영양결핍, 대사장애 등의 문제가 없는 1백21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했다. 이들의 혈중 성장호르몬 농도는 정상 수준이었다. 이들은 나이에 따라 2-10년간 꾸준히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연구 결과 대상자의 80% 정도가 예상보다 5-6cm 정도 더 자란 것이 확인됐다.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보니, 남자의 경우 9.2cm 여자의 경우 5.7cm 차이가 났다. 투여 기간 동안 부작용은 거의 없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에 대한 위험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성장호르몬 투여는 작은 키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그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힌츠 박사도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윤리적, 경제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치료비용은 연간 1-5천만원 수준이고, 보통 일주일에 3-7번 주사를 맞아야 한다. 유타대학 교수인 제프리 보트킨은 잦은 호르몬 투여가 자칫하면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뭔가 이상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아과학회 약품위원회 의장인 로버트 워드교수는 “사회는 키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이러한 치료가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게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