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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합성생물 디자인대회 ‘아이젬(iGEM)’



‘학교 주변에서 아주 작은 테러 사건이 벌어져 하루 동안 경찰들의 검문이 진행된다. 검문은 문제가 없다면 2분만에 끝나지만 P%의 확률로 D분간 지연될 수 있다. 학교에 가기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기자가 컴퓨터공학 학부 시절 기말 고사 시험에는 종종 이런 문제를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과제가 나오곤 했다. 1시간의 제한 시간 동안 얼마나 창의적으로, 얼마나 오류 없이 잘 돌아가는 코드를 짜느냐가 관건이었다. 미래의 합성생물학과 학생들도 아마 이런 문제를 풀게 되지 않을까. ‘살아있을 때는 바나나 향을 내지만 죽으면 바닐라 향을 내는 대장균을 설계하라.’

미국 MIT는 2003년부터 매년 합성생물학 프로그래밍 대회인 ‘아이젬(iGEM)’을 개최한다. 전세계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유전자 부품을 이용해 창의적이고 현실 가능한 합성생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선발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대회는 세계적으로 수백 개나 되지만, 합성생물학 대회는 아직 이 대회가 유일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드류 앤디 교수가 MIT에 재직하던 2003년에 제안한 대회로, 합성생물학을 홍보하고자 만들었다. 그들의 바람대로 아이젬의 참가자는 매년 늘고 있다. 2004년 다섯팀에 불과했던 참가팀은 2015년에는 280팀으로 56배 늘었다.

올해로 13번째를 맞는 아이젬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 정말 기상천외한 작품들이 많다. 바나나 향이 나는 대장균 향수, 포도주 성분이 들어가 있어 몸에 좋은 맥주, 몸 안의 특정 성분에 반응해 변 색깔을 바꾸는 유산균 캡슐 등 가지각색이다. 최인걸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2009년부터 매년 학생들과 함께 아이젬에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을 우리나라에도 알리자는 목표로 시작했다는 최 교수와 지난해 아이젬에 참가했던 세 명의 학부생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지원 기자(이하 지원) 현재 국내에서 아이젬에 참가하는 팀은 고려대의 ‘코리아유서울(Korea U Seoul)’이 유일하다.

최인걸 교수(이하 인걸) 초반에는 충북대와 KAIST 팀도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학교만 참여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비도 비싸지고 규모가 커져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지원 참가비가 얼마 정도 되나.

인걸 팀 당 4500달러(520만 원)정도다. 이 비용은 학생들이 발로 뛰면서 학교 주변 상점들이나 기업에서 지원을 받는다. 나는 조언을 해주고 이끌어나가는 역할만 할 뿐, 학생들의 열정이 없으면 참가하기 어려운 대회다.

정경훈 학생(이하 경훈)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교수님의 도움이 가장 크다. 실험에서 도움도 많이 주시고, 팀 등록비나 실험비도 지원해주신다. 항공비나 숙박비 등은 주로 기업들의 후원을 통해서 충당한다. 그렇지만 합성생물학과 아이젬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 모금이 어렵다.

지원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처음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정규진 학생은 올해로 삼 년째 참가라고 하던데.

정규진 학생(이하 규진) 그렇다. 재미있어 보여서 참가했는데, 벌써 삼 년째다. 매년 다른 주제로 새로운 생물을 만든다는 게 매력적이다. 어디서 이런 걸 해보겠나.

지원 지난해 출품했던 작품이 궁금하다. 어떤 작품인가.

규진 작년에는 ‘길(Gil)’이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경훈이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경훈 아이젬에는 여러 가지 부문이 있다. 합성생물학의 기계적인 부분을 경합하는 하드웨어 부문이 있고, 아트와 디자인 부문도 있다. 길은 소프트웨어 부문에 출품한 작품이다.

지원 어떤 소프트웨어인가.

경훈 ‘길’은 생물학에서 ‘패스웨이(pathway)’라고 하는 신호전달 경로를 의미한다. 동일한 입력 값과 출력 값을 갖더라도 거기엔 여러 가지 경로가 있다. 지하철 노선처럼. 길은 ATP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경로, 깁스에너지가 낮은 경로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점수가 높은 상위 9개의 경로를 보여준다.

김준희 학생(이하 준희) 합성생물학의 ‘지하철 경로 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원 출품을 위해서는 완성도가 어느 정도여야 하나.

규진 심사위원 앞에서 시연까지 가능해야 한다. 합성생물을 제작할 필요는 없지만 소프트웨어가 무리 없이 작동하는 단계까지는 완성해야 한다.

준희 길을 발표할 때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캐나다의 한 대학 팀이 우리 발표를 보더니 자신들의 생체설계도를 가지고 와서 입력 값과 출력 값을 우리 프로그램에 넣어 돌렸다.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이 제시해 준 경로와 캐나다 팀이 실제 설계한 경로가 같았던 거다. 신기해하던 팀원들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원 궁금한 게 있다. 모두 생물학 전공인데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만들었나. 팀원 중에 컴퓨터공학과가 있나.

경훈 컴퓨터를 배우면서 진행했다. 이게 나름 우리 팀의 자부심인데, 외국 팀들은 전공에 맞는 친구들이 한다. 소프트웨어 부문은 컴퓨터 관련 학과생이 만든다. 우리는 컴퓨터에 관심 있는 생물학 전공 친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배워가며 완성한 거다. 이런 게 진정한 융합학문 아니겠나(웃음).

지원 금메달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심사 기준은 어떻게 되나.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최 교수님, 설명 부탁 드린다.

인걸 심사 기준에 따라 메달을 부여한다.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준은 안전성이다. 실험 후 생물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예상되는 위험성은 어떤 게 있는지를 팀원에게 물어본다.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는지도 하나의 기준이다. 등록돼 있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 부품을 사용했는지, 기존 부품 중 일부를 편집해 개량했는지 등 체크리스트가 있다. 여기서 몇 가지 기준을 만족했느냐에 따라 금, 은, 동메달이 나뉜다.

지원 그럼 그랑프리는 어떻게 선발하나.

인걸 모든 기준을 만족한 팀 중 최종 경합에 올라갈 10팀을 선발한다. 이 과정에서는 ‘참신함’이 중요한 기준이다. 그랑프리는 행사에 참여한 일반인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지원 기술적 성숙함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잡아야만 그랑프리를 받을 수 있겠다. 올해도 참가하나.

규진 그렇다. 올해는 생물 실험에 많이 사용되는 한천을 분해해 전기를 생산하는 ‘합성 쉬에넬라’를 출품할 예정이다. 현재 아주 미약하지만 마이크로암페어(μA) 단위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원 정말 바쁘겠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종 경합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나.

규진 그건 잘…, 모두의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좌중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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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최지원 기자
  • 기타

    [참여] 최인걸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 기타

    [참여] 정경훈 고려대 생명공학부 10학번
  • 기타

    [참여]정규진 생명과학부 12학번
  • 기타

    [참여] 김준희 생명공학부 1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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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최인걸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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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정경훈 고려대 생명공학부 1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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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김준희 생명공학부 1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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