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경남 창원의 컨벤션센터에서는 200명의 중학생이 발군의 과학 실력을 겨뤘다. 참가자들은 시험 직전까지 과학책에서 눈을 떼지 않아 감독관의 제지를 받을 정도로 의지를 불태웠다. 중학생들이 뜨거운 열정과 실력을 겨룬 대회는 제 5회 한국중학생과학올림피아드(KJSO, www.kjso.or.kr)였다.
KJSO 출제 경향 핵심은 ‘통합’이다. 식물 개화시기의 ‘진화’ 패턴을 ‘정규분포’ 곡선으로 그리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참가자들은 통계의 ‘정규분포’라는 개념이 낯설어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독특한 문제 유형에 놀라는 학생들도 있었다. 현재 과학기술이 융합코드로 발전하는 맥락에 발 맞추듯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수학, 정보를 넘나드는 통합적 사고력을 중점적으로 측정했다.
자연 현상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기회
KJSO는 흔히 알려진 고등학생 올림피아드와는 형식이 다르다. 고등학생 올림피아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과목별로 시험을 치르므로 학생들은 한 과목에 집중해 시험을 준비한다. 그러나 KJSO에서는 과학 4과목을 두루두루 잘 해야 한다. 문제가 과학 과목 간 통합형으로 출제되기 때문이다.
KJSO 출제위원장인 경인교대 강호감 교수는 “범위는 중학교 과정에 한정하지만 난이도는 고등학교 수준으로 높은 편”이라며 “시험 준비 기간이 자연현상을 통합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KJSO는 총 3단계로 구성된다. 1차 시험은 객관식 과학문제 30개가 출제된다. 이를 통과한 학생은 2차 시험에서 과학 통합형 주관식 문제 4개를 해결해야한다. 2차 시험 통과자 30명은 3차 시험에서 실험시험을 치르는데, 주제에 관한 가설 설정, 실험 설계, 가설 검증 과정을 스스로 설계해 실험해야 한다.
지난해 KJSO에 합격한 경기 내정중 3학년 조현철 군은 “난이도가 높은 2차 시험에서 전략적으로 시간을 배분한 것이 승리요인이었다”며 “물리, 화학, 생물 중 자신 있는 과목부터 풀면 좋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도 “평소 과학서적을 꾸준히 읽어 지식을 깊이 있게 쌓고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면 시험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온·오프라인으로 국가대표급 훈련
KJSO를 통과한 상위 6명의 중학생은 국제중학생올림피아드(IJSO)를 대비해 온·오프라인에서 ‘국가대표 정예멤버’로 집중훈련을 받는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경남대 나노공학과 이상천 교수는 “집중훈련을 받을 때 참가자들의 책임감과 열정은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받는 국가대표 선수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교육 기간에는 실전감각과 협동심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조 군은 “매일 온라인 학습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다른 친구들과 교수님들이 모여 기출문제를 풀며 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향상됐음은 물론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대전 어은중 박준태 군, 서울 중동중 전호선 군, 경기 내정중 조현철 군은 한국을 대표해 세계무대에서 한국 중학생의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줬다. 이들은 IJSO에서 한팀을 이뤄 물리, 화학, 생물이 통합된 실험문제를 풀었다. 혼자서 풀거나 팀원 간 의견교환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시간 안에 풀지 못할 만큼 문제의 양이 많았다. 이들은 각자 자신 있는 과목을 맡아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예를 들어 화학에 자신 있었던 조 군은 효모의 반응을 화학식으로 정확하게 표현했고, 물리에 자신 있었던 박 군은 기체의 발생속도를 그래프로 그리는 일을 맡았다. 그 결과 이들은 실험 영역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았다. 결국 한국 팀은 금메달 2개를 따며 종합 4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 IJSO는 12월 7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전세계 60개국에서 약 700명의 중학생이 모여 벌일 통합과학의 축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