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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대학의 한 철학 교양 수업, “나는 누구인가”라고 교수가 물었다. 번쩍 손을 든 기자는 “나와 똑같은 DNA를 가진 유일한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교수가 반문했다. “그럼 일란성 쌍둥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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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붐비는 신도림역에서 첫 쌍둥이를 만났다. 홀로 인터뷰에 나온 김영채 씨는 미술을 전공한 대학원생이다. 그녀의 쌍둥이 언니 역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지금은 제주도에서 홀로 작업을 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는 자신들도 놀랄 만큼 팔, 다리, 키 같은 몸 생김새가 똑같다고 했다. 차이점도 있었다. 영과 타협하는 성격인데 언니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강남의 작은 모임 공간에서 두 번째 쌍둥이들을 만났다. 쌍둥이 언니인 윤서영 씨와 동생 지영 씨는 얼핏 봐도 쌍둥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외모가 비슷했다. 현재 언니는 내과의사로 일하고 있고 동생은 제약회사 연구원이다. 생명과학 쪽 분야를 택한 이유를 묻자 언니 서영 씨가 “고등학교 때부터 둘 다 수학, 생물은 잘했지만 국어와 물리는 젬병이었다”고 답했다. 쌍둥이 자매가 달라진 것은 대학에서다. 언니는 테니스 동아리를 하며 활동적인 성격이 된 반면 여대에 진학한 지영 씨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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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DNA, 다른 사용법
쌍둥이의 DNA는 같은데 이들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쉽게 얘기하면 없는 제주도에 1년씩 혼자 지내는 걸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나는 현실채 씨가 섬세하게 선을 처리하면 언니는 자유롭게 선의 경계를 뭉개는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로 꼽은 것은 성격이었다. 영채 씨는 “언니처럼 연고도 환경과 경험의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환경 조건이 어떻게 몸과 성격, 취향을 바꿀까.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면 경험이 DNA의 ‘사용법’을 바꿔 놓은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 사용법을 후성유전학이라고 부른다.
대학에서 운동을 시작한 서영 씨의 다리 근육은 산성화(운동을 오래 못하게 하는 원인)를 초래하는 DNA를 ‘끄고’, 염증을 치료하는 유전자는 ‘켠다’(2파트 참조). 영채 씨와 영은 씨처럼 성격이 달라도 DNA 사용법이 바뀌고 후대에 전달되기도 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아버지가 홀로코스트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경우 그 자식도 메틸화 패턴이 바뀌어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에 취약해진다.
이처럼 우리의 경험과 마음가짐은 모두 DNA에 기록돼 사용법을 바꾼다. 세대를 넘어 자식에게 유전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DNA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진 셈이다. DNA로부터 탈출한 당신에게 후성유전학이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쌍둥이는 왜 다를까
PART1. 후성유전학이 태어나다
PART2. 세포의 DNA 사용 설명서
PART3. 쓰레기 RNA가 암 정복한다
PART4. 그들이 ‘변신’하는 이유
PART5. 어떻게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