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이 태양의 800배에 이르는 적색 초거성 베텔게우스(Betelgeuse)의 밝기가 최근 몇달새 급격히 하락한 것을 두고, 초신성 폭발의 전조 증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낙 가깝고 큰 별이라 폭발하면 지구에 4년간 낮이 이어질 것이라는 괴담까지 떠돈다. 베텔게우스를 둘러싼 궁금증을 총정리했다.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관찰되는 오리온자리. 중심부 3개의 별이 그리스 신화 속 용사 오리온의 허리띠를 상징한다. 2개의 1등급 별을 포함해 약 60개의 별이 있다. 왼쪽 위 노랗게 빛나는 알파별이 적색 초거성 베텔게우스이고 오른쪽 맨 아래에 있는 베타별은 청색 초거성인 리겔(Rigel)이다.)
어두워진 베텔게우스, 폭발의 징조인가?
“아닐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니까”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 왼쪽 윗자리에 있는 알파별로(베텔게우스는 아라비아어로 ‘겨드랑이 밑’이라는 뜻), 지구에서 약 600~700광년 거리에 있는 변광성이다. 우리은하의 크기가 14만 광년임을 고려하면 지구의 ‘이웃’ 별인 셈이다.
베텔게우스는 한때 항성 밝기 순위가 7위인 밝은 별이었다. 안시등급 값을 평소 0.6 내외로 유지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부터 급격히 빛을 잃더니 2월 4일에는 안시등급이 관측 이래 최저치인 1.62를 기록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초신성 폭발로 이어지는 전조라는 관측을 내놨다. 별이 죽기 직전 핵융합을 멈추면서 복사에너지가 줄어든 것으로 본 것이다. 초신성 폭발은 보통 핵융합이 멈춘 상태에서 자체 중력으로 중심핵이 붕괴될 때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밝기 변화만으로 베텔게우스의 폭발을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180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측정된 베텔게우스의 밝기 자료를 보면, 194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도 베텔게우스의 안시등급이 1.4 이하로 떨어졌으며, 1980년대에도 1.5 정도로 감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별의 일생 중 가장 안정한 단계를 살고 있는 태양은 밝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베텔게우스와 같은 적색 초거성은 그 밝기가 단기적, 장기적으로 주기적인 변화를 보인다. 베텔게우스의 밝기는 150~300일 단주기로, 또 약 5.7년의 장주기로 변화한다.
베텔게우스는 왜 어두워진 걸까. 아직은 설명할 수 있는 검증된 이론이 없다. 일부 학자들은 베텔게우스 표면에서 갑자기 많은 질량이 방출돼 주변에 먼지를 만들어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베텔게우스의 밝기 변화가 초신성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이다. 베텔게우스의 수명이 다해갈수록 과거에 비해 밝기 변화폭은 점점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베텔게우스는 언제 폭발하나?
“최대 100만 년 내 그날이 올 것”
사실 베텔게우스는 내일 당장 폭발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별이다. 별로써 수명이 거의 다했기 때문이다. 베텔게우스의 폭발 시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우주 공간에 태양 질량의 0.08배 이상 되는 물질이 모이면 원시별이 형성된다. 원시별은 어느 순간부터 내부 수소를 이용해 핵융합을 시작한다(전주계열 단계). 그러다 본격적으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며 핵에 있는 수소의 양이 줄고, 헬륨이 늘어난다(주계열 단계). 내부에 핵융합 재료가 모두 소진되면 핵융합이 멈춘다(후주계열 단계).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이로 인한 별의 마지막 모습은 별의 초기 질량에 좌우된다. 질량이 클수록 별의 중심온도가 높아 수소를 빠르게 소진한다.
질량이 태양의 1~2배 되는 별은 내부 헬륨으로 핵융합 반응을 계속해 내부에 탄소 핵이 남겨질 때까지 진화한다. 그리고 이후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올랐다가 껍데기를 모두 날리고 핵만 남은 백색왜성이 돼 생을 마감한다. 태양, 그리고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별들의 수명은 대략 100억 년이다.
반면 질량이 태양의 3~15배인 무거운 별은 수명이 훨씬 더 짧다. 별이 진화 단계를 거치며 적색거성, 적색 초거성으로 부풀어 올랐다가 내부 압력에 의해 폭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00만 년 안팎이다. 이후 별의 중심핵은 밀도가 높아 중성자별이 된다. 질량이 태양의 12~15배에 달하는 베텔게우스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천문학자들은 베텔게우스가 초거성 막바지 단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텔게우스의 나이(850만~900만 년)가 태양의 나이(약 50억 년)보다 상대적으로 젊지만, 약 100만 년 이내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참고로 질량이 태양보다 15배 이상 훨씬 큰 별은 초신성 폭발 또는 감마선 폭발을 하며 중성자별을 남기거나, 별다른 폭발 없이 블랙홀이 되기도 한다.
폭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3개월간 작은 보름달처럼 빛나”
지구로부터 약 1000광년 이하의 거리에서 나타나는 초신성 폭발을 ‘근지구 초신성’이라 부른다. 베텔게우스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근지구 초신성 후보다.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 순간 엄청난 양의 감마선이 방출된다. 또 그 주변에는 충격파 에너지가 가해져 수백~수천 년간 고에너지 입자가 생성된다.
하지만 베텔게우스가 당장 폭발한다고 해도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려면 지구를 중심으로 반경 30광년 이내에서 초근지구 초신성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별 밀도를 통해 계산해보면 이런 일은 10억 년에 1번꼴로, 약 46억 년에 이르는 지구 역사상 3~4번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근지구 초신성이 발생하면 그때는 지구 오존층이 30% 이상 파괴되며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약 4억5000만 년 전 해양 생물의 60~85%가 멸종한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대멸종의 원인이 초근지구 초신성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베텔게우스가 폭발하면 지구에 4년간 낮이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폭발 시 태양의 1억~10억 배에 달하는 엄청나게 밝은 빛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에선 보름달보다 약간 작은 영역에서 약간 더 밝은 빛을 내는 별처럼 보일 뿐이다. 폭발 후 3~5개월간 ‘낮달’처럼 밤낮으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초신성 폭발은 외부은하를 통틀어 하루에도 30~40번씩 일어난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I형 초신성(Type I supernova)’과 ‘II형 초신성(Type II supernova)’ 등 크게 2가지로 구분한다. I형 초신성은 쌍성계에 놓인 두 별 중 하나가 먼저 진화해 백색왜성이 된 다음, 그 핵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1.44배 이상으로 커지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할 때 발생한다. II형 초신성은 태양 질량보다 8배 이상 큰 별의 중심핵이 붕괴될 때 나타나는 폭발이다.
II형 초신성은 폭발 후 밝기의 지속시간에 따라 그 종류를 더 세분화하는데, 이 중에는 밝기 그래프가 고원처럼 높게 유지되는 플라티우(plateau) 초신성이 있다. 수소 표피층의 질량이 태양보다 6~7배 클 때 발생하며, 폭발 후 약 100~150일간 밝기가 높게 지속된다. 전체 질량과 수소 표피층 질량 조건을 볼 때 베텔기우스는 ‘플라티우 초신성’일 가능성이 높다. 폭발 시 우리가 그 빛을 최소 3개월 이상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근지구 초신성 폭발 증거 있나?
“관측 기록, 토양 분석 기록 다수”
외부 은하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은 맨눈으로 볼 수 없다(대형 전파망원경으로 관찰해야 한다). 오직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1000광년 이하인 근지구 초신성만 직접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근지구 초신성 관측 기록을 남겼다.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1572년 11월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초신성 ‘SN1572’를 관측해 기록을 남겼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1604년 10월 9일경 뱀주인자리에서 초신성 폭발을 발견했다. 이 폭발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기록물에도 남아있다.
한편 토양에서도 초신성이 폭발한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철(Fe)의 동위원소 4종 중 하나인 60Fe는 반감기가 262만 광년으로, 항성의 핵에서 만들어지는, 우주에서 가장 안정한 원소다. 즉 지구 토양에서 60Fe가 검출된다는 것은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 폭발한 별의 원소가 지구로 전달됐다는 뜻이다.
독일 뮌헨공대 연구팀은 2004년 약 280만 년 전 지층인 해저 망간단괴에서 60Fe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이것이 지구로부터 약 10pc(파섹·1pc은 3.26광년) 떨어진 곳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doi: 10.1103/PhysRevLett.93.171103 연구팀은 지구 역사에서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시점에 가까운 초신성이 폭발했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