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에볼라가 어떻게 우리 몸을 공격하는지 정확히 알아볼까요? 모든 생명체는 수가 늘어나려면 유전 물질, 즉 DNA나 RNA를 복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에볼라를 비롯한 모든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복제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숙주 세포의 몸을 이용하죠. 가장 먼저 할 일은 숙주 세포와 손을 잡는 것입니다. 세포 옆에 바짝 붙어서 에볼라의 RNA를 숙주 안에 넣는 거죠. 이때 세포를 붙잡는 손이 에볼라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당 단백질입니다. 인간세포에는 콜레스테롤 농도를 조절하는 착한 단백질이 붙어 있는데 에볼라의 당 단백질은 이 단백질을 속여 통로로 활용합니다. 사기꾼인 셈이죠.
에볼라의 유전정보 즉, RNA는 인간세포 속에 들어가서 ‘새끼’ 에볼라를 만듭니다. 자신과 똑같은 바이러스 RNA와 껍질 단백질을 만드는 거죠. 에볼라는 이 과정이 다른 바이러스보다 복잡합니다. 원래 갖고 있는 RNA가 음성이어서 양성 RNA를 한번 더 만들어야 한다고만 설명할게요. 새끼 바이러스가 충분히 만들어지면 숙주 세포를 터뜨리고 탈출합니다. 에볼라는 마지막까지 나쁜 짓을 하고 떠나네요. 그럼 ‘쇼미더에볼라’에 남아있는 TOP5는 이 과정에서 어떻게 에볼라를 공략하는 걸까요? 맘에 드는 치료제가 있다면 아래 그림에서 확인하시고 오디션이 끝날 때까지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우승자를 발표할 시간입니다. 심사 기준은 ‘누가 가장 빨리, 가장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가’입니다. 두두두둥~.
★5위★ 지맵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에볼라 사태 초기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지맵이 가장 먼저 탈락했습니다. 지맵은 장점이 많은 치료제입니다. 식물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입니다. 비용이 적게 들고 유지와 운반이 편리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큽니다. 식물은 성장이 느려 빠른 생산이 어렵습니
다. 실제로 지맵을 투여 받은 사람은 아직 10명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재고가 부족해 현재는 더 이상 치료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느린 임상시험 과정도 지맵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맵은 아직 동물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상시험 기간을 줄이는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시행해도 지맵이 실제로 에볼라 퇴치에 나서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4위★ 티케이엠-에볼라
캐나다의 희망, 티케이엠-에볼라는 아쉽게도 여기까지입니다. 이 약은 RNA 간섭을 이용해 에볼라를 퇴치합니다. 이 기술은 연구실에서 실험용 쥐나 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끄거나 켜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하지만 실제 치료제로 쓰기에는 아직 부작용이 큽니다. ‘오프 타겟’ 효과라고 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우리 몸의 정상 RNA와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기술의 현재 오차율은 대략 10%입니다. 티케이엠-에볼라도 임상시험 1단계에서 부작용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몇몇 환자가 발열증상을 호소했거든요. 개발사인 테크미라 파마슈티컬은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티케이엠-에볼라-기니’라는 후속 시리즈를 준비 중입니다.
★3위★ 아비-7537
아비-7537은 형제가 많습니다. 7539, 7287, 7288 등이죠. 암호 같은 숫자는 에볼라 유전자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7537은 VP24, 7539는 VP35 유전자와 결합합니다. 많은 형제 중 7537이 선택된 이유는 VP24 유전자가 인간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에볼라의 활동을 돕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이 유전자를 막으면 인간의 면역세포가 에볼라를 쉽게 공격할 수 있지요. 또 VP24는 에볼라 종류에 따라 차이가 적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약은 실제 DNA에 사용되는 핵산을 활용하기 때문에 매우 안정적이고 부작용도 거의 없습니다. 아비-7537은 최근 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1단계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2위★ 아비간
일본 출신의 아비간이 2위입니다. 아비간은 아데노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뛰어나 에볼라 치료제로 준비 중입니다. 아비간의 가장 큰 장점은 물량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제조사인 후지필름은 “현재 20만 정 이상을 보유 중이며, 30만 정 이상을 만들어낼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아비간은 에볼라가 RNA를 복제할 때 슬쩍 끼어드는데요, 자칫 사람의 정상적인 NA 복제과정에도 끼어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비간은 대단한 주목을 받으며, 벌써부터 특허 시비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후지필름은 11일 중국 제약회사 ‘시환의약’이 내놓은 에볼라 치료제가 아비간과 동일한 성분이라며 중국 정부에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아비간이 그만큼 인기스타라는 반증일까요? 아니면 짝퉁 공화국, 중국의 힘일까요?
★1위★ 브린시도포비르
브린시도포비르는 운 좋게 얻어 걸린 치료제입니다. 개발자도 이 약이 에볼라에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 약은 원래 다른 바이러스의 치료제로 개발됐습니다. 그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에볼라 치료제를 찾기 위해 온갖 약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실험실에서 브린시도포비르는 아주 적은 농도로 에볼라에 감염된 세포를 잘 죽였습니다. 브린시도포비르의 장점은 안정성입니다. 현재 천연두를 비롯한 DNA형 바이러스 치료 목적으로 임상시험 3단계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3단계 임상시험은 1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데요. 안정성이 검증된 약들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에볼라를 공격하는 정확한 작동원리가 알려져 있지 않아 사용에 불편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서아프리카에서 브린시도포비르와 아비간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상시험은 4000명 이상 대상으로 두 달간 진행될 예정이며 결과는 2월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에볼라 퇴치에 꼭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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