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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 “당신은 에볼라에 오염됐습니다.”

BRIDGE. “당신은 에볼라에 오염됐습니다.”

유일한 ‘보호막’, 입는 데만 20분

지난달 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지역에 파견된 우리나라 의료진이 현지에서 착용하는 보호장비를 직접 입어봤다. 환자와 접촉이 많은 의료진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최고 20%에 달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지 의료진들에게 전동식 호흡장치 또는 2중 마스크, 전신 방호복과 2중 장갑, 장화, 덧신, 앞치마를 기본적으로 착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기자가 이날 착용한 장비도 10종류가 넘었다. 입는 데만 꼬박 20분이 넘게 걸렸다.

“보호 장비는 ‘방수’와 ‘밀봉’이 기본 원칙입니다.” 손태종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위기대응과 연구사는 착용 방법을 설명하면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보호복은 혈액 투과 실험과 바이러스·박테리아 투과 실험 등을 모두 거친 특수 소재로 만든다. 하지만 아무리 방수가 잘 되는 옷이라도 이음새가 부실하면 그 틈으로 나노미터 크기의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

보호복의 모든 솔기를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단단히 고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손목 소매 부분은 테이프를 감아 붙였다. 바이러스가 바로 침투할 수 있는 코와 입은 마스크를 이용해 이중으로 막았다. ‘미세먼지 마스크’로도 유명한 N95마스크를 쓰고 수술용 마스크를 한 겹 더 쓰는 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동식 호흡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동식 호흡 장치는 머리에 쓰는 안면보호구와 허리에 차는 전동필터로 구성돼 있다. 필터는 0.3μm 이내의 미세한 입자를 99.97% 이상 걸러낸 뒤 맑은 공기를 안면보호구에 공급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기관 삽입 등의 고난도 수술을 할 때 의료진에게 체액이 튀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우리나라 보호복은 '레벨C' 등급

감염사고 대부분은 ‘벗으면서’ 발생

기온이 40℃가 넘는 아프리카에서는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2시간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보호장비를 입고 벗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손 연구사는 “대부분의 감염 사고가 오염된 보호장비를 벗는 동안 발생한다”며 “입는 것보다 벗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장비를 벗는 데는 세 가지 지침이 있다. 보호장비를 한 겹씩 벗을 때마다 오염을 확인하고 소독액을 발라 소독할 것. 장비의 겉 표면이 안쪽으로 감싸지도록 돌돌 말아서 벗을 것. 마지막으로 모든 탈의 과정을 감독관이 지켜보는 상태에서 진행할 것.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숙련된 사람들조차 안전하게 보호장비를 벗으려면 30분이 걸린다. 기자 역시 보호장비를 벗는 동안 ‘에볼라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라는 지적을 5번이나 받았다. 실제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사고는 특히 무의식적인 행동에서 많이 발생했다. 머리카락 매무새를 다듬거나 땀을 닦기 위해 머리에 손을 접촉하는 순간 곧바로 경고가 떨어졌다. 안면보호구를 벗을 때도 편하게 목 부분을 잡고 벗는 게 아니라 정수리 쪽을 잡고 벗어야 했다. 보호복의 지퍼를 내리기 위해 지퍼 근처를 손으로 더듬는 행동도 금지사항이었다. 오죽하면 현장에서는 감독관이 의료진이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 지침을 한 줄씩 큰 소리로 읽어준다고 할까.

모든 보호장비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린다. 하지만 현장의 보호장비가 넉넉하지 않다보니 일부 치료소에서는 보호장비를 일부만 사용하거나 재사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열악한 만큼 우리나라 의료진들의 어깨도 무겁다. 무더위와 바이러스 공포에 맞서 진료에 임하고 있을 의료진들의 건투를 빈다.

손태중 질병관리본부 연구사의 도움을 받아 기자가 보호복을 착용하는 모습. 옷깃을 일일이 테이브로 밀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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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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