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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에볼라 최전선으로 떠나는 한국 전사들 “두렵다. 그래도 간다”

PART1. 에볼라 최전선으로 떠나는 한국 전사들 “두렵다. 그래도 간다”

병원에서 옮아… ‘2차 감염’ 심각

“에볼라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저희(선발대)가 시에라리온 치료소를 방문한 날에도 치료소에 근무하던 의사 2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니까요.” 선발대를 이끌고 시에라리온에 직접 방문했던 정진규 심의관은 당시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개인 보호복을 입고 벗는 연습을 하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환자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겨우 마음을 다잡았죠.”

시에라리온은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국가다. 누적 감염자 수가 7800여 명에 달하고 매주 1000명에 가까운 새로운 감염자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2월 이런 시에라리온에 의료진 10명(감염내과 전문의 등 의사 4명, 간호사 6명)을 파견했다. 1월과 2월에는 지원자 145명 가운데 선발된 20인을 추가로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선발대는 파견에 앞서 우리 의료진이 일하게 될 시설과 진료 시스템을 점검하고 지난 11월 귀국했다.

“가장 큰 문제는 2차 감염이었습니다. 감염자 가운데 상당수가 의료 시설을 찾는 대신 민간요법으로 집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주변 가족이나 이웃에게 옮는 거죠.” 정 심의관은 ‘숨어있는 환자’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군대와 경찰이 현지의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있지만 샛길이나 산으로 이동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병원을 믿지 않는 데도 이유는 있었다. 한 예로 그는 시에라리온 현지의 에볼라 치료소를 처음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던 일을 고백했다. 그곳에서는 고열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모두 한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왔다가 에볼라에 감염돼 돌아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정 심의관은 “고열 환자가 에볼라 환자인지 확인하는 검사만 2~3일이 걸린다”며 “이 기간 동안 환자의 증세가 악화되고 주변 사람에게 전염되는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행히 우리나라 의료진이 일하는 곳은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 인근 가더리치 지역에 영국이 새롭게 지은 치료소다. 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병상과 함께 전문 실험실도 갖추고 있다. 이곳의 기술로는 혈액 검사로 1시간이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완치된 환자의 혈청 등을 분석하는 추가 연구도 가능하다.



‘에볼라와 싸우는 의사’ 세계 7개국뿐

선발대는 한국 의료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후송대책도 마련하고 왔다. 우리 의료진이 감염되면 즉시 유럽으로 이송해 치료를 하기 위해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에어 앰뷸런스’인 민간항공기 ‘피닉스 에어’와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위험한 일에 한국이 앞장설 필요가 있을까. 현재 서아프리카에 의료진을 파견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영국, 미국과 중국 등 7개 나라뿐이다. 그 외의 국가들은 군대를 파견하거나 자금만 지원하고 있다.

정 심의관의 대답은 명료했다. “시에라리온에 가장 필요한 건 의사입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면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당연한 일이고 이것이 진정한 외교가 아닐까요.”


수학적 예측은 왜 실패했을까

에볼라 치료제, 한국인이 만든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 4명을 모두 살려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병원이 있다. 미국 조지아 주의 에모리대 병원이다. 이곳 신약개발센터 소장은 재미한국인 과학자인 김백 박사다. 지난해 9월부터 에볼라 치료제 개발에 돌입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소장을 전화와 e메일로 만났다.

에이즈 넘어 이번엔 에볼라

김백 박사는 미국 최고의 에볼라 치료 병원인 에모리대 병원 신약개발센터를 이끌고 있다. 에이즈 치료제를 연구한 경험을 살려 최근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에볼라도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복제를 통해 증식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 복제에 관여하는 효소를 알아내 이것을 공격하는 신약물질을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경희대 약대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백 박사는 사실 에이즈 바이러스(HIV) 최고 전문가다.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미생물학과 면역학 교수로 일했던 2년 전에는 인간의 항바이러스 단백질이 에이즈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밝혀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지난 9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신약 개발 협조 요청을 받고 본격적으로 에볼라 치료에 뛰어들었다. 에모리대 신약개발센터는 항바이러스제 등 전염병 연구와 치료를 선도하는 연구소다. 시판되는 에이즈 치료제도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의 작품이다. 최근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도 개발했다.

“치료제의 기본 원리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겁니다. 기존에 개발했던 항바이러스제를 조금씩 변형해 에볼라에 효과를 가진 신약을 찾아낼 계획입니다.” 김 박사는 에볼라 치료제 개발을 낙관했다. 에이즈의 경우 발병 10년 만에 첫 치료제가 세상에 나왔지만 에볼라는 이보다 훨씬 빠를 것이란 전망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일수록 보건 당국이 임상시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 거대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연구에 뛰어든다면 수 년 내에 치료제를 찾을 수 있을 걸로 예상했다. 김 박사가 이끄는 연구소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의 화학적 특징을 분석하는 일이 상당히 진행됐다.

시에라리온에서는 매주 수백 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생겨난다. 감염자 상당수가 병원을 찾지 않고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어 ‘2차 감염’ 문제가 심각하다.
[시에라리온에서는 매주 수백 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생겨난다. 감염자 상당수가 병원을 찾지 않고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어 ‘2차 감염’ 문제가 심각하다.]

‘제2의 에볼라’ 막는 예방주사

에볼라 사태가 점점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데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영원히 끝낼 수는 없을까. 김 박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끝은 없다’고 일축했다.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이나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바이러스는 일정한 주기로 계속해서 출현합니다. 그것도 매번 모습을 바꾸면서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생활 범위가 전 세계로 넓어진 탓이다. 과거에 비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넓어진 것.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이유다.

김 박사는 이번 에볼라 사태를 ‘제2의 에볼라’를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전염병에 어떻게 대응할지 경험을 쌓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서아프리카에 의료진을 보냈다고 들었는데 안전만 잘 지킨다면 의학적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그는 한국인 연구자로서의 사명감도 느끼고 있었다. “한국에도 바이러스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신약 개발 연구에 많이 뛰어들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할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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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에볼라 쇼크2 : 인간의 반격이 시작됐다
PART1. 에볼라 최전선으로 떠나는 한국 전사들 “두렵다. 그래도 간다”
BRIDGE. “당신은 에볼라에 오염됐습니다.”
PART2. 쇼미더에볼라 '에볼라 잡을 대망의 치료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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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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