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와 철새, 바다거북 등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 비둘기 역시 그렇다는 가설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데이비드 키스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뮌헨대 생물학과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비둘기가 자기장을 감지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 11월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을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doi: 10.1126/science.aea6425
Q.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비둘기예요. 우리 뇌에는 ‘중간 전정핵’이라는 부위가 있어요. 중간 전정핵은 몸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귀에서 몸의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세포가 감각 정보를 보내주면, 중간 전정핵이 이에 맞춰 평형을 유지하죠. 연구팀은 귀 안에 있는 전정기관 세포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한 뒤 중간 전정핵에 신호를 보내 비둘기가 방향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우리가 길을 찾을 때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해 참고한다는 걸 밝혔죠.
Q.연구팀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냈나요?
우선 연구팀은 ‘C-FOS’라는 단백질에 반응하는 항체를 비둘기 뇌에 주입했어요. 특정 뇌 부위의 신경세포가 흥분하면 C-FOS 관련 유전자가 반응하면서 뇌에 C-FOS 단백질이 쌓입니다. 이때 주입한 항체가 반응해 색이 변하면,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됐는지 알 수 있어요.
연구팀은 코일 한가운데에 항체를 주입한 비둘기를 두고 72분 동안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냈어요. 그리고 전류의 세기와 방향을 계속 바꿨어요.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하는 뇌 부위를 찾기 위해서였죠. 실험 결과 코일 안에 있던 비둘기 13마리는 코일 안에 들어가기 전보다 중간 전정핵의 C-FOS 신호가 90% 증가했어요. 불을 끄고 같은 실험을 반복해도 중간 전정핵의 C-FOS 신호가 자극받기 전보다 69% 증가했습니다. 시각 정보와 관련 없이 비둘기가 자기장을 감지하면 중간 전정핵이 활성화된다는 뜻이에요.
Q.귓속 세포가 자기장을 감지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나요?
연구팀은 중간 전정핵이 전정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는다는 사실을 고려해 전정기관의 세포를 분석했어요. 비둘기 전정기관에 있는 세포들에 유전자마다 다른 색으로 반응하는 염색약을 바른 뒤 세포의 유전자를 색에 따라 분류했어요. 분석해 봤더니 ‘유형2 털 세포’가 미세한 전기 신호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이온 통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비둘기 전정기관 안에 있는 ‘유형2 털 세포’가 자기장을 감지한 뒤 중간 전정핵에 정보를 보내고, 비둘기는 중간 전정핵의 판단을 통해 방향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키스 교수는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다양한 동물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자료에 밝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