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동안 우주개발의 대명사였던 보이저 계획이 막을 내렸다. 71억㎞를 달려 태양계를 탐사한 보이저는 무엇을 지구에 알려왔나.
해왕성 탐사를 끝으로 12년의 '보이저 드라마'는 일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77년 우주여행을 시작한 보이저2호는 그동안 목성(79년) 토성(81년) 천왕성(86년) 해왕성(89년) 탐사를 훌륭히 수행해내고 이제 서서히 태양계 밖으로 벗어나고 있다(그림1). 혹시 있을지도 모를 외계인과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보이저2호가 지난 8월에 보내온 해왕성사진은 지구인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기에 족했다. 보이저2호에 의해 '푸른색을 띤 진주'란 애칭을 얻게된 해왕성은 지구로부터 워낙 멀리 떨어져(약 44억㎞) 색깔조차 분명치 않았던 태양계의 두번째 최외각 행성이다.
보이저2호가 보내온 8천여장의 사진은 이제 우리가 해왕성을 태양계의 가족으로 여기기에 충분한 자료가 될 것이다.
6개의 위성과 5개의 고리
무인우주선 보이저2호가 1977년 8월20일 '케이프케너베럴'우주기지를 떠나 태양계탐사를 시작한 당시 신문들을 보면 '1989년 8월24일 해왕성에 근접, 그 이후 우주방랑길에' 라는 제목이 눈에 띤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올 8월24일(한국시간 8월25일 오후 1시) 보이저2호는 계획대로 해왕성 북극점으로부터 약 4천8백㎞떨어진 지점을 통과하면서 신비의 행성으로만 간주돼왔던 해왕성의 모습을 지구로 전송해왔다.
보이저2호의 해왕성탐사에서 1차적인 성과로 부각된 것은 새로 발견된 6개의 위성과 5개의 고리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해왕성의 위성은 '트라이튼'과 '네레이드' 2개뿐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특히 이번 탐사에서 지구 위성인 달보다 약간 작은것으로 밝혀진 트라이튼은 해왕성의 자전방향과는 반대로 해왕성의 주위를 돌고 있어 과학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보통 태양계의 위성들은 소행성(화성과 목성사이의 행성집단)의 조그만 위성들을 제외하고는 행성의 자전방향과 같은 공전궤도를 갖는다. 이는 트라이튼이 해왕성 자체에서 생성된 위성이 아니라 '포획위성'이라는 의미다.
네레이드 또한 해왕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홀쭉한 타원궤도를 그리면서 도는 것으로 보아 트라이튼과 마찬가지로 포획위성일 가능성이 높다.
해왕성이 포획위성 외에 자기 자신의 위성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면 해왕성부근은 가스가 희박하여 위성이 생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이번보이저탐사로 새로운 위성이 6개나 발견돼 다소 수정될 수밖에 없다.
새로 발견된 해왕성의 고리는 2개가 비교적 뚜렷한데, 바깥쪽 것은 결빙된 메탄조각들이 모여 이루어졌고 안쪽것은 좁으면서도 단단한 고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고리는 보이저에 의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토성외에 목성과 천왕성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이처럼 고리가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목성형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이들 행성들이 지구형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는 다르게 격렬한 변화를 겪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공간을 질주하는 운석들이 행성과 위성에 부딪치면서 산산히 부서지고, 이들 우주의 유탄들은 행성과 위성의 중력에 의해 포획돼 고리를 이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목성형 행성들에게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이저는 해왕성의 북극에서 일어나는 오로라를 관찰하였으며, 해왕성을 둘러싼 대기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한 것도 지구에 알려왔다. 사진분석에 의하면 달걀모양의 흑점 주위에 특히 흰구름의 움직임이 부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구의 제트기류와 흡사한 폭 1만~6만㎞인 흑띠의 대폭풍권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처럼 대기의 활발한 움직임을 가능케하는 열원. 지구와는 다르게 태양과의 거리가 45억㎞나 돼 태양이 열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해왕성 내부에 열원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만1천여명이 참여
총인원 1만1천여명이 참여하고 10억달러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 보이저계획은 쌍동이 우주선(1, 2호)을 통해 지구보다 질량이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이르는 목성형 행성을 12년에 걸쳐 탐사하는 거대 우주 프로젝트이다.
보이저1호는 2호보다 보름 늦게 발사되었으나(77년 9월5일) 지름길을 택해 2호보다 4개월 빠르게 목성에 접근한 후 토성을 거쳐 곧바로 태양계를 벗어났다. (그림1)
이처럼 거대한 보이저계획도 25살의 젊은 수학도의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마이클 미노비치'라는 학생은 태양계를 돌고 있는 각 행성간의 중력을 이용, 여러 행성을 탐사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즉 목성과 토성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을 활용하여 이 구간 여행을 하며, 마찬가지로 토성과 천왕성 사이에는 역시 이 두 행성이 미치는 중력장을 활용해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이른바 중력 파도타기인 셈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정교한 우주선이라 불리는 보이저2호는 부품 6만5천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컬러TV 2천대를 조립해놓은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보이저2호는 지름 3.7m의 거대 안테나에 분사장치와 발전기, 각종 과학 측정장치를 갖춘 무게 8백25㎏의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에는 10여종의 탐사장비가 갖추어져 있는데 그중에는 2대의 TV카메라(광각용 협각용), 적외선 및 자외선측정기, 자기측정기, 입자탐지기, 전파탐지기 등이 있다. 보이저의 기본적인 추진력은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한 열전(thermoeletric)발전을 통해 얻는데, 미약한 동력만 있으면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중력 파도타기를 하기 때문이다.
보이저2호는 2017년까지 자체 발전으로 지구에 계속 관측자료를 전송할 예정이나, 얼마만큼 지구의 안테나가 이 미약한 신호를 정확하게 포착해줄지 의문이다.
이번 해왕성 관측에 전송한 자료의 송신출력은 20W로, 지구에 도착하는 동안 매우 약해져 이를 포착해 사진을 재구성하는데 애를 먹었다. 지구에 도착한 해왕성 자료의 에너지원은 손목시계에 사용하는 소형전지동력의 20억분의 1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저2호가 전송하는 무선전파는 초당 30만㎞로 지구로 보내졌지만 도달거리가 약 44억㎞나 돼, 도착하는데만 4시간 6분이 걸렸다고 한다. 이처럼 미약한 신호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 설치된 40여개의 초대형 안테나에 잡혀 증폭되고 잡음과 분리된다.
보이저2호는 그동안 71억㎞에 달하는 거리를 평균시속 약 6만㎞로 여행했는데 이는 지구와 태양거리 1억5천만㎞, 1AU)의 47.6배이다. 평균시속 6만㎞는 1시간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 수 있는 속도이다.
보이저계획 전담기관인 NASA(미항공우주국)의 JPL(제트추진연구소)에 따르면 보이저 1호와 2호가 보내온 자료는 '브리태니커'백과사전 6천질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이제까지 우리가 태양계에 관해 알고 있던 지식보다도 더 많은 양이라고 한다.
태양계 생성의 실마리를 푼다
보이저탐사의 기본 목적은 태양계 생성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것이다. 태양과 멀리 떨어진 행성들은 탐사함으로써 생성 초기의 모습들과 태양계의 진화과정을 알아보려는 것.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행성과 위성을 구성하는 물질성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행성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구성성분이 어떠한가는 태양계 생성 내지 진화를 밝히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 각 행성과 위성의 움직임 등을 비교분석하는 것은 비밀을 푸는 핵심적인 단서가 된다. 보이저 우주선은 79년 목성탐사에서 몇가지 중요한 사실을 새로 알아냈다. 목성 북극에서는 지구에서와 같은 오로라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는 지구지름의 2배 반에 이르는 거대한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발견은 목성을 휘감고 있는 희미하고 얇은 고리였다. 이 고리는 토성의 고리처럼 밝고 아름답지는 않으나, 이후 목성형 행성들에게 계속 고리가 발견됨으로써 그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목성고리는 목성의 중력에 끌려 목성에서 제일 가까운 위성에서 떨어져나온 조각들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목성의 대기는 예상밖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보이저는 목성에서 3개의 위성을 새로 발견해 목성 위성 수를 16개로 늘려 놓았는데, 목성의 거대위성 '이오'에서는 화산폭발과 같은 불꽃과 용암을 내뿜는것도 관측했다.
이오의 표면은 나트륨염과 유황으로 뒤덮여 있었다. 또한 지구의 달과 크기가 비슷한 '오이로파'에서는 규산염으로 된 지각을 두께 8㎞의 얼음이 덮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이 얼음층의 갈라진 틈새에 물이 존재한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하여 한때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다.
태양계 위성 중 가장 큰 위성인 '가니메데'에서는 최초에 형성된 크레이터(운석구덩이)들을 발견했다. 이 위성도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데 표면에는 수많은 운석구덩이가 눈에 띠었다. 보이저1호의 토성탐사는 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인데 비해, 2호는 찬란한 빛을 발하면서 지구인에게 끝없는 우주 도전의 꿈을 심어준 토성고리의 구성성분을 밝히는 것. 현재까지 밝혀진 토성의 위성은 21개이지만(보이저 3개발견) 아직 발견하지 못한 위성이 더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수성 크기만한 위성인 '타이탄'에는 대기가 존재했는데, 구성성분은 질소(80%이상)와 탄화수소의 일종인 메탄으로 밝혀졌다. 탄화수소는 생명체가 존재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수천개의 가는 선으로 이루어진 토성고리는 주로 얼음덩이로 밝혀졌다.
독특한 자전축
보이저2호가 첫탐사를 시도한(86년) 천왕성에서는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의미있는 몇가지 사실들이 새로이 드러나 전세계 과학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천왕성의 자전축이 90도 이상 기울어져 천왕성의 북극이 태양을 향하고 있는 사실. 이에 따라 천왕성의 위성들은 천왕성 주위를 태양의 적도면과 수직방향으로 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자전축과 자기축도 55~60˚정도 어긋나 있었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아직 확실하게 내려지지 않았지만, 오스트리아 수학자 '앤드류 플렌티스' 박사의 이론이 점점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그에 따르면 천왕성의 두터운 대기 아랫쪽에는 정상적인 회전운동을 하고 있는 핵(core)이 존재하며, 따라서 핵의 적도면과 공전궤도면은 같은 방향이라는 것. 즉 핵의 자전과 핵을 둘러싸고 있는 두터운 대기층의 자전이 서로 방향을 달리하기 때문에 해왕성의 자전축(여기에서는 대기의 자전축)과 자기축이 60˚ 가까이 엇갈린다는 설명이다. 이 이론은 가깝게는 천왕성의 생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장래에는 태양계의 생성 및 진화과정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플렌티스 박사는 이번에도 포획위성이 아닌 해왕성의 자체위성이 4개 이상 존재한다고 예언한 바 있었는데, 보이저2호의 탐사(89년 8월)로 사실이 확인돼 그의 이론은 더욱 신빙성을 더해가고 있다.
보이저2호는 이미 알려진 토성의 5개의 위성 안쪽에서 지름 15~3백㎞의 소위성 10개를 새로이 발견했으며 새로운 고리 2개를 추가로 발견, 토성 위성은 15개 고리는 11개라는 사실을 밝혔다.
천왕성 대기의 주성분은 수소이며 소량의 헬륨과 탄화수소가 포함돼 있으나, 대기의 고도가 낮아지면 탄화수소의 일종인 메탄가스의 구성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대기 아래쪽에는 암모니아 구름이 존재하는 것도 밝혔다.
지구외 문명 탐사
현재 보이저2호는 시속 5~6만㎞로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다. 우주방랑길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나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보이저의 방랑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는 보이저2호가 10억년 정도 지나면 태양계와 같은 또 다른 행성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안드로메다성운의 '로스248'이라는 별에 접근하는 것은 약 4만년 뒤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거의 무한정 은하계를 누빌 보이저2호에는 금도금이 된 지름 30㎝의 구리음반이 실려있다. 여기에는 여행중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외계인과의 만남을 대비한 '지구의 소리'가 담겨져 있다. 인간의 웃음소리, 아기 울음소리, 개짖는 소리등과 함께 55개국어로 된 인사말이 실려 있다. 물론 지구와 인간을 알릴 수 있는 노래도 수록돼 있으며 전 유엔사무총장 '발트하임'의 지구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매우 희박한 확률이지만 외계인이 이 지구음반을 획득했을 때는 아마 인간의 역사는 전혀 새로운 차원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90년대 우주개발 계획
12년의 보이저드라마가 막을 내린 이후의 우주개발은 어떻게 진행될까. NASA(미국 항공우주국)는 보이저계획 이후 11년 동안 무인우주선을 한번도 쏘아올린 적이 없다. 올해 들어서야 90년대에 대비한 금성탐사선 '마젤란'을 발사했고(5월), 10월 중순에 목성탐사선 '갈릴레오'를 발사할 예정이다.
마젤란/내년 여름까지 금성탐사
마젤란은 지난 5월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에 의해 탑재돼 우주공간에서 발사되었다. 마젤란은 레이저빔을 금성의 두터운 이산화탄소 구름층에 쏘아 금성표면의 상세한 지도를 확보할 예정이다.
갈릴레오/목성의 대기탐사가 주목적
NASA의 다음 계획은 목성탐사선 갈릴레오. 이 계획은 6년 예정이며 22개월 동안 목성궤도를 돌면서 대기를 구성하는 성분과 고리 및 위성을 관찰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 계획의 핵심은 무게 약 3백㎏인 탐사장비를 목성의 대기 속으로 떨어뜨려, 중력에 의해서 파괴될 때까지 데이터를 받아내는 것이다. 최근 핵추진위성이라 하여 반핵운동가들에 의해 발사반대운동이 일고 있다.
율리시즈/태양탐사
1990년 10월에 발사될 예정인 율리시즈는 5년 계획으로 목성을 지나 태양주위를 돌면서 태양의 외각대기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 율리시즈 우주선은 ESA(유럽우주기구)에 의해 만들어지며 NASA에 의해 발사된다.
화성탐사선
1992년 9월에 NASA에 의해 발사될 화성탐사선은 1976년 바이킹1, 2호에 이은 2번째 우주계획. 이 우주선은 화성에 착륙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지형지세와 중력장 및 자기장을 집중 탐사할 예정.
CRAF와 카시니/태양계 진화과정을 탐사
태양계의 진화과정을 밝히기 위한 미국과 유럽의 공동우주계획이 CRAF(Commet Rendezvous Asteroid Flyby)와 카시니계획이다.
CRAF우주선은 1995년에 쏘아올려질 예정인데 2천년에 '코프'혜성과 랑데뷰하여 3년 동안 혜성을 탐사할 계획. 탐사로켓을 혜성에 쏘아 내부구성물질에 대해 집중관찰할 예정.
카시니우주선은 1996년에 화성궤도로 발사될 예정인데, 화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탐사로켓을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