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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신종헌터 블루오션국

아마존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신종이 발견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신종일 겁니다."

미국 뉴욕주립대 환경및삼림과학과 도날드 스튜어트 교수가 보내온 e메일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스튜어트 교수는 작년 4월 아마존에서 몸길이 3m, 무게 220kg에 이르는 물고기, '아라파이마'의 신종을 발견했다. 그동안 한 종만 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스튜어트 교수가 두 번째 종을 발견한 것이다. 아라파이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민물고기 중 하나다. 살이 많고 맛있어 아마존 원주민들이 즐겨 잡아먹는다. 어떻게 그동안 신종헌터의 눈에 띄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사연이 숨어있다. 이 종은 일찍이 1819년 생물학자에게 잡힌 적이 있다. 심지어 독일 뮌헨의 한 박물관에 골격이 전시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신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1868년 영 신종헌터 블루오션국 분류학자가 기존과 같은 종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때 박물관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골격은 산산조각났다. 이대로 영영 잊힐 수도 있었지만, 아라파이마 보호를 위해 노력하던 한 어류학자가 잠자고 있던 신종을 역사 위로 끄집어낸다. 바로 스튜어트 교수다. 그는 1800년대 고문헌을 뒤지다가 스위스 생물학자 루이스 아가씨즈가 그려놓은 골격 그림을 발견한다. "그때 확신했습니다. 그림을 보니 확실히 다른 종이었어요. 과학자들이 145년 동안 틀렸던 겁니다."
 

둥근귀코끼리땃쥐 19종 중에서 가장 작은 신종. 귀여운 생쥐 같지만 어엿한 코끼리 친척이다. 몸 길이 19cm인 이 신종이 코끼리와 유일하게 닮은 점은 ‘긴 코’다.


아마존 강에서 신종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아무도 찾을 생각을 안 해서 그렇지, 찾기로 마음먹은 다음에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아라파이마는 공기호흡을 하기 위해 15분마다 물 위로 올라온다. 사냥꾼들은 숨 쉴 때 내뱉는 독특한 소리를 듣고 아라파이마를 사냥한다. 한 마리에 150달러(약 15만5000 원)에 거래된다. 브라질 마나우스 박물관에서도 아마존 중류에 서 잡은 이 물고기를 보관하고 있었다. 스튜어트 교수는 박물 관에 있던 물고기를 신종으로 판별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신종헌터의 천국이다. 1999년부터 2009년 까지 척추동물만 583종(어류 257, 양서류 216, 파충류 55, 조류 16, 포유류 39)이 새로 발견됐다. 무척추 동물은 세기도 벅차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척추동물이 발견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우리 나라에서는 매년 한 종을 찾을까 말까하다. 전체 생물종의 10%가 사는 아마존은 지구상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아마존과 더불어 메콩강 유역, 콩고 분지, 마다가스카르 등 적도 주변의 열대우림이 모두 신종을 발견하기 가장 좋은 '핫 스팟'이다. 지표면 면적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 모든 식물과 척추동물의 3분의 1이 살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파나마의 바로 콜로라다 섬 한 곳에만 약 2만 종의 곤충이 산다. 유럽 전역에 서식하는 곤충과 맞먹는 숫자다.
 

아마존에서는 지금도 새로운 영장류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지난 8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소속 과학자들은 아마존에서 신종 원숭이 5종을 발견했다. 피쎄시아 미터메이어리(Pithecia mittermeieri, 아래)를 비롯한 5종의 원숭이는 모두 사키 원숭이(saki, 왼쪽)의 일종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 데다 행동이 빨라 사람이 나타나면 밀림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는 탓에 그동안 발견이 어려웠다.
 

 


21세기 다윈, 공기통 메고 바다로 뛰어들다
 

"신종 찾을 때 뭐가 가장 힘드신가요?" 식상한 질문에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너무 추워요." 때는 바야흐로 초복을 사흘 앞둔 7월 15일. 양양군 남애항에서 수중탐사장비를 배에 싣고 막 출발하려는 찰나, 박태서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에게 신종헌터의 고된 점을 물었을 때였다. "네? 춥다고요?" 엔진 소리가 시끄러워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눈앞에 보이는 해수욕장에서는 비키니를 입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놀고 있었다. 박 연구사는 개구쟁이처럼 씩 웃었다. "기자님, 목욕탕 냉탕 들어가 보셨죠? 거기 온도가 15℃쯤 돼요. 여름 동해는 물 밑으로 20m만 내려가도 수온이 8℃예요. 봄에는 1℃까지 내려가요. 여기 동해나 남극이나 물 밑은 별 차이가 없어요."

박 연구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생물종 연구가 덜 된 바닷속으로 뛰어 들어가 신종을 낚아 올리는 생물학자다. 연구분야는 해양무척추동물, 그 중에서도 바다 밑에 사는 갯지렁이가 전공이다. 해양생물학자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잠수와 샘플 채집을 전문 다이버에게 맡겼다. 그러다보니 연구효율도 떨어지고 서식지 환경을 관찰할 수도 없었다.

답답함을 느낀 생물학자들이 90년대 중반부터 공기통을 메고 다이빙 슈트를 입기 시작했다. 명정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오윤식 경상대 교수, 현재 안산시장으로 재임 중인 제종길 박사가 물속으로 직접 뛰어든 첫 세대다. 박 연구사도 대학 때 다이빙을 직접 배워서 2005년부터 '물질'을 시작했다. 이제는 잠수하는 생물학자들이 국내에만 10여 팀 있다(한 팀은 3~4명). 생물학자가 커다란 공기탱크를 짊어지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영 낯설었다.

"여름이 제일 힘들어요. 물 밖이랑 온도 차이가 너무 나잖아요." 박 연구사가 몇 겹이나 되는 두꺼운 다이빙 슈트를 껴입으며 말했다. 이날 야외 온도는 28℃. 땀을 뻘뻘 흘리며 "너무 힘드니 인터뷰는 조금 있다가 다시 하자"고 한다. 잠수하기 10분 전부터는 눈빛이 바뀐다. 자칫 사고가 나면 죽을 수도 있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공기호흡기와 준비물을 꼼꼼히 체크한다. "칼 체크" "오케이" 물속에서 생물을 관찰하던 외국 과학자가 폐그물에 걸려 비명횡사한 적이 있다. 그물을 끊을 날카로운 칼은 필수품이다. 준비를 끝낸 연구팀이 드디어 물속으로 뛰어든다.

텅 빈 배에 오도카니 서 있으며 생물학자를 취재 온 건지 다 이버를 취재 온 건지 잠시 헷갈렸다. 멀리 해수욕장에서는 즐 거운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약 20분 뒤 물속에서 공기가 뽀르르 올라오기 시작한다. 탐사팀이 올라온다. "아 시원하네!" 물 밖으로 박 연구사가 나오며 외친다. 몸에는 어초에서 캔 생 물 샘플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이게 제가 찾은 거예요." 박 연구사가 밝은 주황색 조개를 꺼내서 보여줬다. 정말 예뻤다. "우와 예쁘네요!" "아니 조개 말 고 이거요." 박 연구사가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기생충(?) 처럼 생긴 긴 벌레가 조개 안에 달라붙어 있었다. "복족류에 공 생하는 갯지렁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가 양양에 서 발견한 생물종이에요. 아직 우리말 이름은 없는데 유령비늘 갯지렁이라고 지을까 고민 중이에요."

신종헌터에게 바다는 노다지다. 우리에게 익숙한 척추동물 (척삭동물문 척추동물아문)과 곤충(절지동물문 곤충강)은 동 물계 35개 문(門)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동물계 큰 가지 중 에 열에 아홉은 물(강, 바다, 호수, 지하수, 동물의 체내)에서 산 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제 막 바닷속 연구를 시작한 단계다. 바 닷속 연구는 돈도 많이 들고 위험하다. 정부에서 생물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생생물조사발굴연구사업'을 시 작한 지 이제 9년. 바다에서만 매년 200종 이상의 무척추동물 신종·미기록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뭍으로 올라와서는 연구팀이 더 분주해졌다. 호탕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박 연구사가 작은 핀셋으로 갯지렁이를 섬세하 게 다루는 모습을 보니 묘했다. "이 갯지렁이는 호스트(숙주)의 색에 따라 몸색깔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 보세요. 숙주의 색이 다른데 몸색깔이 같죠? 논문을 작성해 학 계에 새롭게 보고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박 연 구사가 무척 신나보였다.
 

* 미기록종 외국에서는 발견됐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은 종 

 


땅 파고 물 빼면 신종이 콸콸
 

"신종 발견하면 일종의 환희 같은 걸 느끼시나요?" 유도질문 이었다. 당연히 환희를 느끼겠지 생각하면서도 신종헌터의 입 으로 직접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조주래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은 잠시 무표정하게 기자를 쳐다봤다. 7월 16일, 강원도 정선 동 강에서 땡볕에 땅을 파다가 잠시 쉬려고 평상에 앉아있던 참이 었다. 흰수염이 희끗희끗한 조 연구관은 살짝 충혈된 눈을 감았 다 뜨며 말했다. "처음에나 그렇지 뭐…. 이젠 별 느낌 없어요." 조 연구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강 유역 모래톱에 사는 무척추동물을 조사하는 분류학자다. 20년 가까이 현장을 누비 고 있으니, 신종헌터계의 '살아있는 화석'쯤 되겠다. 새우, 게, 옆새우, 요각류 등이 속한 갑각류에서도 고하목(옛새우)이 전 공이다. 이제까지 발표한 신종만 40여 종이 넘는다. 워낙 신종 을 많이 본지라 이젠 덤덤하다고 한다. "그래도 일 생기니 좋지 요. 논문 통과됐을 때는 기뻐요."

지천명(50)을 한참 넘긴 나이인데도 조 연구관은 정정했다. 이날 아침 정선에서 시작해 강을 따라 영월, 홍천, 여주까지 차 를 몰았다. 모래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향했다. 대구대 환 경교육학과 학생 4명이 따랐다. 탐사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영 화 '타짜'에서 보던 '오함마(대형해머)'가 차 트렁크에서 등장했 다. 조 연구관은 탐사를 '노가다'라고 표현했다. 쇠로 된 코어를 대형해머로 때려 모래톱에 박은 다음, 준비해 간 펌프로 물을 빨아올린다. 신종헌터의 세계는 생각보다 터프했다.

"나도 몇 년 전까지 직접 했는데, 이젠 힘들어서…." 조 연구 관이 해머질을 하는 대구대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래톱 밑은 지표수와 지하수가 만나는 혼합대다. 지표생물과 지하생 물이 모두 발견될 수 있어 생물다양성이 높다. 펌프질에 딸려 온 작은 생물들은 50마이크로미터 그물을 통과하지 못하고 채 집통에 담긴다.

"신종인 것 같네요?" 돋보기로 채집통을 관찰하던 조 연구 관이 툭 내뱉었다. 옛새우는 크기가 1~5mm로 맨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어떻게 신종인지 알았을까. "직접 한번 보세 요." 조 연구관이 돋보기를 내밀었다. 작은 통 안에서 흰새우가 옆으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움직이는 모양이나 생식기를 보면 대충 느낌이 가요. 정확한 건 더 연구해봐야 알겠지만요." 담수(민물)생물은 바다 건너 이동하지 못하므로 지역별 종고 유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옛새우 종류가 많다. 옛새우는 석탄기(약 3억6000만 년 전~2억8600만 년 전)에 분화를 시작 했는데, 당시 한반도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지각이 만나던 시점 이다. 판과 판이 만나면서 얕은 바다에 살던 옛새우들이 땅 위 로 올라왔다. 조 연구관은 더 넓은 유럽이나 호주보다도 우리 나라가 훨씬 종 다양성이 높다고 말한다.

정작 문제는 연구다. 신종을 발견한다고 다 논문을 쓸 수 있 는 것은 아니다. 생김새와 특징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 린다. 조 연구관은 후학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신종이야 엄청 많은데 연구할 사람이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왜 연구 를 안 하는지 모르겠어, 어디를 가든 땅 파고 물 빼면 나오는 데…." 그는 모래톱에 사는 생물들을 종종 '아이들'이라고 불렀 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 모래톱이 많이 사라졌어요. 어떤 아 이들이 있었는지 확인도 안 됐는데…."

탐사 며칠 후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조 연구관을 다시 만났다. 현미경으로 옛새우를 관찰하며 똑같이 그리고 있는 중이었다. 종을 정확히 구분하기 위해 수염 한 올까지 놓치지 않는 모습 이 '방망이 깎는 노인'을 떠올리게 했다. 0.1mm도 안 되는 다 리 하나를 잘라내기 위해 사흘 동안 수지침 끝을 유리에 갈았 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실 신종헌터의 대부분은 연구실에서 이 렇게 지난한 세월을 보낸다. 산과 들로 거침없이 쏘다니는 모 습은 극히 일부다.

신종이 발견되면 때로 기존의 계통도가 흔들리기도 한다. 조 연구관은 옛새우 종류에 주관적인 분류가 너무 많아서 매우 불 안정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고하과'에는 45속 100종이 있는 데, 대부분 한 속에 한 종만 들어있고 특정 속에 40종이 몰려있 는 식이다. 뭔가 잘못 분류된 상태라는 말이다. 7~8년째 이 시 스템을 정비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종들은 시스템 정비 가 어느 정도 되면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정년퇴임 전에 이거 다 정리해야 할 텐데." 벽에 신종후보를 담은 슬라이드가 잔뜩 쌓여 있었다. 책상 위에도 슬라이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은 박테리아"

"아픈 스토리예요." 조장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8월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조 교수는 박테리아(세균) 분야의 세계적인 신종헌터다. 10년 전 새로운 문(門)에 해당하는 박테리아를 발견해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픈 스토리라니? 경사가 아니고? 상황파악을 못해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는 기자에게 조 교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굳이 하자면…"이라고 운을 떼면서. 조 교수는 2003년 말 미국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는 원래 'SAR11'이라는 박테리아를 찾고 있었다. SAR11은 바다에서 가장 많은 박테리아다. 학문적 가치가 높았지만 당시까지 아무도 배양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의 지도교수는 경쟁을 붙였다. 태평양 연안 오리건주 뉴포트 앞바다에서 가져온 샘플을 조 교수와 다른 동료에게 동시에 배양하라고 지시했다. 조 교수는 고생 끝에 배양에 성공하지만, 경쟁자보다 불과 2주 늦었다. 그는 지도교수에게 후속 연구를 통해 공동저자라도 되고 싶다고 했지만 딱 한마디가 돌아왔다.

* 문(門)문은 생물 분류에서 두 번째로 큰 단계. 종-속-과-목-강-문-계로 분류한다.
 


꼬불꼬불 달팽이(Opisthostoma vermiculum) 꼬불꼬불하게 말린 전화선 같은 이 신종은 ‘깨알달팽이’과에 속한 생물이다. 달팽이 껍데기가 보통 1개의 축으로 감겨 자라는 것과 달리 이 신종은 축이 4개나 된다. 크기는 약 9mm다.
 

"There is no second in Science(과학에는 2등은 없다)." 냉정했다. 조 교수는 그 연구에서 아예 손을 떼야 했다. 거의 두 달을 폐인처럼 살았다. 좌절 속에서도 어쨌든 연구는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에 뉴포트 앞바다에서 가져왔던 다른 샘플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혼자 출근했다. "미친놈처럼 혼자 끙끙대며 계통분석을 했어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행운의 여신은 그때 찾아왔다. 기막히게도 새로운 박테리아 문에 해당하는 '렌티스페레'가 그때 발견된 것이다. "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죠."

벌써 10년 전 일이다. 그는 이제 국제미생물분류학회지(IJSEM) 편집위원이다. 그만큼 조 교수가 학계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는 의미다. 박테리아는 현재 1만3537종이 확인됐고, 매년 600여 종씩 새로 등록되고 있다. 박테리아 계에서는 신종헌터의 역할이 조금 다르다. 새로운 종을 발견하는 것보다 '배양'하는 게 문제다. 배양을 해야 종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바닷물 1ml를 퍼 올리면 그 속에 박테리아 100만 마리가 들어있다. 이 중에서 0.1%에서 0.001%만 배양에 성공한다. 뒤집어 말하면 이제까지 과학자들이 밝혀낸 종이 전체의 0.1%도 안 된다는 소리다. 신종헌터들은 지구상에 박테리아가 100만 종에서 1000만 종 이상까지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진핵생물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새로운 문'을 발견하는 일이 그래서 박테리아에서는 가능하다. 조 교수가 2004년 23번째 문을 발견한 이후로 지금까지 3개가 더 발견됐다. 아직도 새로운 문이 70~80개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테리아는 배양해서 콜로니(집합체)를 형성하기 전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현미경으로 관찰해도 신종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조차 없다(PLUS 참조).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신종헌터라지만, 새로운 종에 대한 감각이 있을까. "비과학적으로 보이기는 한데, 느낌이 와요. 현미경으로 관찰하다보면 직감적으로 신종을 알 수 있어요. 남들이 못 키우는 박테리아는 굉장히 작아요. 배양이 되면 아주 작은 게 밤하늘에 있는 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앞에 밤하늘을 상상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천문학자다. 1969년 인간은 달에 발을 디딘다. 박테리아는 그로부터 8년이 지나서야 개수를 셀 수 있게 됐다. 밤하늘 은하수의 별들에는 하나하나 이름이 붙어있지만, 박테리아는 아직도 태반이 이름이 없다. 우주보다도 미지의 세계다. "왜 미생물 신종을 찾아야하냐"는 질문에 조 교수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테리아를 연구해서 얻는 수많은 유용성을 열거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지식도 필요해요. 19세기에 '종의 기원'이 뭐가 필요했겠어요. 당시 사람들은 쓸 데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오히려 증기기관을 움직여 돈을 버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겠죠. 불필요한 지식들이 축적돼서 인류에게 필요한 지식으로 바뀔 거라고 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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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신종헌터
PART 1. 감춰진 미싱 링크 찾는 신종헌터
PART 2. 신종헌터 블루오션국
Bridge. 신종 핫스팟은?
PART 3. 세계는 생물자원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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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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