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중력 치약
비누, 샴푸, 칫솔, 기저귀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다국적 기업 P&G는 지난해 3월 26일, NASA 및 스페이스X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드래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서 우주실험을 하기 위해서다. P&G는 6개월 뒤인 지난해 9월부터 ISS에서 치약, 세제, 섬유유연제, 우유, 페인트, 혈액 등의 유체를 섞는 연구를 하고 있다.
왜 굳이 돈을 들여 우주에서 치약을 섞는 걸까. 연소나 혼합과 관련된 유체역학 현상은 과정이 너무 복잡해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우주에서라면 이런 물리 현상을 말끔하게 이해할 수 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유체 안에서 중력에 의한 대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본다면, 길고 복잡한 유체역학 방정식에서 중력 부분이 통째로 사라진다. 최 실장은 “연소를 기반으로 하는 보일러와 자동차 엔진의 효율을 한 단계 끌어올리거나 유체를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G의 우주실험 담당 과학자인 매기자튜 린치는 “우주 실험은 복잡한 물리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결국 우리가 직면한 도전적인 문제들을 풀 수 있게 해준다”며 “소비자들은 더 좋은 제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3차원 인공장기
2013년 설립된 미국의 줄기세포 벤처기업인 ‘제로그래비티 솔루션스’는 우주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줄기세포는 신체의 어떤 조직으로도 분화할 수 있어서 고장 난 장기나 조직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중력이 작용하는 환경에서는 세포 배양이 까다롭다. 필요한 세포는 3차원으로 모여 있어야 하는데, 줄기세포로 신장이나 간장 조직에 필요한 세포를 만들어 배양하면 중력 때문에 넓게 퍼져버리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약물이 단백질의 특정 부분과 결합해 질병을 치료하기 때문에 단백질의 정확한 3차원 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몸 안에 있는 단백질을 밖으로 꺼내면 중력 때문에 엉뚱한 모양이 되거나 심지어 쉽게 깨져버리곤 한다. 우주의 무중력 환경이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줄기세포는 중력의 방해가 없을 때 배양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제로그래비티 솔루션스의 리처드 갓윈 CEO는 “우주라면 30~35일 안에 줄기세포로 신장을 만들 수 있다”며 “우주에서 만든 인공신장은 매우 비싸겠지만 그래도 구입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3 우주 3D 프린터
2010년 설립된 3D 프린팅 벤처기업인 ‘메이드인스페이스’는 NASA와 함께 ‘우주 3D 프린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ISS에서 3D 프린터로 필요한 부품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최고기술책임자 제이슨 던은 “3D 프린터가 무중력 환경에서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 제트기의 파라볼릭 비행(상승과 빠른 하강을 반복하며 수 십 초씩 무중력을 만드는 비행 방법)을 통해 시험했다”고 말했다. 메이드인스페이스는 “앞으로 인공위성, ISS에서 필요한 작은 부품과 우주생활에 필요한 일용품까지 3D 프린터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진갤럭틱 역시 NASA와 손잡고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예정이다.
현재 ISS는 필요한 물품을 전량 지구에서 발사하는 우주선 화물에 의존하고 있다. 이 방법은 필요한 것들을 바로 공급받기 어렵고, 화물의 양도 한정돼 있다. 즉 ISS에 3D 프린터를 설치한 뒤 우주선에 분말재료를 싣고 가는 게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지난해 8월 NASA는 3D 프린터로 직접 부품을 만들어 15년 된 ISS를 보수하는 장면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6월 12일 공식 발표에 따르면, 메이드인스페이스의 3D프린터는 NASA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우주정거장용으로 개발된 이 프린터는 우주여행의 강한 진동이나 전자기파 간섭을 견딜 수 있는지, 정거장의 다른 장치와 호환이 되는지, 우주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고 안전한지 같은 기준을 모두 통과했다. 스페이스X 무인우주선 드래곤에 실려 8월 중 발사될 예정이다(8월 13일 기사 작성일 기준). 아론 케머 CEO는 보도자료를 통해 “3D 프린팅 프로젝트는 우주 임무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4 우주 가축, 우주 작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저중력 상태에서 의료기기를 시험 중이다. 제트기의 파라볼릭 비행을 이용해 동물실험을 진행했으며, 곧 미국의 우주개발 벤처인 엑스코에어로스페이스의 준궤도 우주선 ‘링스’를 이용해 실험할 예정이다. 이미 10회 이상의 우주비행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실험은 화성식민지가 건설될 아주 먼 미래를 대비한 기초 연구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포화되거나 방사능으로 오염되는 등 재해에 대비해 우주식민지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 때 우주 환경에서 인간이나 동식물이 살 수 있는지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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