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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1억 원 우주관광 티켓의 비밀

벤처의 도전정신이 NASA의 콧대를 누르다

PART 1. 벤처의 도전정신이 NASA의 콧대를 누르다 1억 원 우주관광 티켓의 비밀 스페이스X는 2012년 로켓 ‘팰컨9’에 무인우주선‘드래곤’을 싣고 발사해 민간회사 최초로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반했다.사진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한 드래곤의 모습.

이르면 올해 안에 민간 우주관광이 시작될 전망이다.
우주관광을 예약한 사람이 이미 700명에 육박하고 있고,
이들이 탈 우주관광선도 미국과 영국에서 점점 완성되고 있다.
민간 우주관광의 짧지만 놀라운 역사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우주로 나간 민간인
인류에게 우주에 대한 열망은 본능과도 같았다. 2세기경, 고대 로마시대의 대표적 단편작가 루키아노스는 최초의 공상여행기인 ‘진실한 이야기(The True History)’에 달나라로 간 우주여행객을 등장시켰다. 이런 열망은 아서 클라크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로알드 달의 ‘찰리와 위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등 수많은 작품에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 말, 드디어 전문적인 우주비행사가 아닌 ‘누구나’ 떠날 수 있는 우주관광이 실현될 전망이다. 만약 루키아노스가 2014년의 지구로 온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금까지 우주로 나간 민간인

1990년대 말, 러시아는 우주정거장 유지비를 벌기 위해 돈을 받고 소유스 우주선에 민간인을 태웠다. 2009년 우주정거장 상주 인원이 3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 우주관광이 잠정 중단되기까지 7명의 민간인이 우주에 다녀왔다. 그 동안 요금은 약 2000만 달러에서 4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1. 2001
    데니스 티토
    2000만 달러
  2. 2002
    마크 셔틀 워스
    2000만 달러
  3. 2005
    그레고리 올슨
    2000만 달러
  4. 2006
    아누쉬 안사리
    2000만 달러
  5. 2007
    찰스 시모니
    2500만 달러
  6. 2008
    리차드 게리엇
    3000만 달러
  7. 2009
    찰스 시모니
    3500만 달러
  8. 2009
    가이 랄리베르테
    4000만 달러
러시아 소유스를 타고 우주로 간 7명의 여행객

민간인이 우주를 여행한 사례는 이미 있다. 1990년대 말, 러시아 항공우주국은 구소련이 발사한 우주정거장 미르(2001년 대기권에 진입해 파괴됐다)의 유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우주관광객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전문 우주인을 싣고 우주정거장에 들르는 소유스 우주선에 일반인을 끼워 태운 것이다. ‘요금을 지불하고 우주로 나간’ 최초의 우주관광객은 미국의 사업가이자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였던 데니스 티토. 당시 NASA는 “‘우주 손님’에 관심이 없다”며 민간인의 우주관광을 만류했지만, 티토는 2001년 4월 28일 여행을 강행해 우주정거장에서 7일간 머물렀다. 그는 지구 귀환 후 열에 들떠 소감을 밝혔다. “천국을 다녀온 기분이었어요.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냈죠.” 그의 뒤를 이어 마크 셔틀 워스(2002), 그레고리 올슨(2005), 아누쉬 안사리(2006), 찰스 시모니(2007, 2009), 리차드 게리엇(2008), 가이 랄리베르테(2009) 등 6명의 민간인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우주관광의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2003년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미국 텍사스주 상공에서 공중 분해돼 선장 릭 허스밴드 미 공군 대령을 포함한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한 ‘컬럼비아 재해’ 이후 NASA는 노후한 우주왕복선을 퇴역시켜야 했다. 우주에 사람을 보내려면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게다가 민간 우주관광은 러시아 정부와 계약을 맺은 미국의 ‘스페이스 어드벤처’사가 가격을 결정했는데, 티토 당시 1인당 2000만 달러(약 200억 원)였던 여행 비용이 마지막에는 4000만 달러(약 4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정부는 2009년 이후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정식 우주인을 3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소유스 우주선의 빈자리는 사라졌고, 민간인의 우주관광은 불가능해졌다.

지난 5월 29일 스페이스X 엘론 머스크 CEO는유인우주선 드래곤V2를 공개했다. 2016년상용화할 예정이다.드래곤V2에 장착된 슈퍼드라코 엔진(오른쪽).드래곤V2의 내부 모습(아래).


사업에서 번 돈, 우주에 투자하다

인류는 우주관광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않았다. 먼저 IT 열풍으로 많은 돈을 번 미국의 기업가들이 우주벤처에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이다. 그는 2000년, 우주관광을 꿈꾸며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블루오리진을 창립했다. 이 회사는 현재 NASA의 유인 우주탐사 프로젝트(CCDev)에 또다른 우주벤처인 스페이스X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전자결재 회사인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엘론 머스크도 페이팔을 매각해 큰 돈을 번 뒤 우주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어느 날 그는 로켓 마니아 민간 클럽인 RRS 회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서 직접 만든 로켓을 시험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RRS는 1943년에 만들어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로켓 동호회로, 모하비 사막에 자체 소형 로켓 발사 시설까지 가지고 있다. 머스크는 모하비 사막을 찾아갔고, 이곳에서 훗날 스페이스X를 함께 창업한 엔지니어 탐 뮐러를 처음 만나 이렇게 물었다. “좀 더 큰 놈도 만들 수 있겠소?” 우주개발의 새로운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스페이스X는 창업 4년 만인 2006년, 첫 발사체 ‘팰컨1’을 발사했다. 우주선 개발이 늘 그랬듯,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터보펌프의 알루미늄 너트에 균열이 생겨서 폭발한 것이다. 그 후로도 두 번이나 실패의 쓴 맛을 봤다. 그리고 2008년 9월, 드디어 네 번째 발사에서 성공을 거뒀다. 시작한 지 6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스페이스X는 곧바로 NASA와 16억 달러 규모의 화물수송 계약을 맺었고, 2012년엔 첫 수송에도 성공했다.

버진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머스크보다 훨씬 전부터 우주관광을 꿈꿨다. 그는 어린 시절이던 1969년 TV에서 본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잊을 수 없어 우주관광사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2004년 처음으로 사업 구상을 밝혔지만, 당시에는 코웃음만 샀다. 그러나 그는 진지하고 차분하게 사업을 구체화했다. 그때까지 진행됐거나 구상된 우주관광은 지상에서 우주선을 발사해 지구 탈출속도를 넘어야 했기 때문에 발사 비용이 매우 비쌌다. 탑승객은 위험한 발사 과정을 견디기 위해 우주비행사 못잖은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했다. 그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실질적인 우주관광사업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고심하던 그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케일드콤포지츠’란 벤처기업이 대형 운반기(화이트나이트1)에 우주선(스페이스십1)을 실어 하늘 높이 올라간 뒤, 우주선의 로켓을 점화시켜 비행시켰다는 뉴스였다. 무릎을 친 브랜슨은 곧바로 그 회사로 달려갔고 설계자 버트 루턴과 의기투합했다. 조종사 한 명이 탔던 우주선을 개량해 조종사 2명과 승객 6명이 탈 수 있는 스페이스십2를 만들 었다. 더 강력한 로켓 엔진을 만들어 2007년 첫 엔진 시험을 했지만, 너무 무리하게 진행한 탓에 폭발사고가 일어나 세 명이 숨졌다. 6년간 힘겹게 복구한 결과, 지난해 감격스러운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버진갤럭틱 스페이스십2의선실 내부에서 포즈를 취한설계자 버트 루탄(위쪽).스페이스십2의 내부 모습을묘사한 그림(왼쪽). 6명의승객이 탑승한다.


INSIDE |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우주기술을 모아라”
창의성이 뛰어난 벤처사업가들은 전통적인 우주개발의 패러다임 자체를 확 바꿨다. 정부가 온 국력을 쏟아 부어도 쉽지 않은 우주관광을 민간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➊ 모든 기술 끌어모으기
민간 기업들은 미국에 퍼져 있는 온갖 우주기술을 끌어와 응용했다. 1940년대에 시작된 미국의 로켓 기술은 이제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되고 있는데, 이런 우주기술을 자양분으로 삼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핀틀 인젝터’ 기술이다. 인젝터는 수백 개의 작은 분무 노즐을 이용해 연료와 산화제를 뿜어내는 액체로켓엔진의 핵심부품이다. 핀틀 인젝터는 1950년대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개발한 것으로, 대형 노즐 하나를 사용해 기존 인젝터보다 싸고 안정적이다. 스페이스X의 개발자 탐 뮐러가 바로 핀틀 인젝터를 개발한 책임자였다. 그는 이 기술을 적용해 고효율 엔진을 짧은 기간에, 매우 저렴하게 만들었다. 우주선 엔진에 연료와 산화제를 엄청난 속도로 공급하는 터보펌프도 뮐러는 따로 개발비를 들이지 않고 고성능 펌프 제작 전문업체에서 구매했다.

➋ 발상의 전환
꼭 지구 궤도(약 340km)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무중력체험을 포함한 우주관광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도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버진 갤럭틱의 준궤도 우주선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km까지만 올라간다. 그곳에서도 충분히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과 별이 반짝이는 새까만 우주를 볼 수 있으며, 무중력을 경험할 수 있다. 대기권 끝까지만 여행하기 때문에 지구 탈출속도를 넘기 위한 추력도 필요 없다. 동체 무게의 2배 정도의 추력이면 충분하다(일반적인 항공기 수준). 덕분에 버진 갤럭틱의 우주관광 티켓은 우주정거장까지 올라가던 기존 궤도 우주선 티켓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➌ 작은 고추가 맵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기혁 항우연 미래융합연구실장은 “스페이스X나 엑스코 에어로스페이스 같은 회사들은 특별 제작된 비싼 외주 부품을 거의 쓰지 않고 70% 이상의 부품을 자체 공장에서 제작한다”고 말했다. 공장 책임자는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는 자동차회사 출신을 기용하고 본사의 설계실과 제작 공장을 하나로 연결해 효율성을 높였다.



스페이스X를창업한 페이팔의엘론 머스크- 미국 전역에퍼진 우주기술을활용해 창업 6년만인 2008년 로켓‘팰컨1’을 개발해발사하는 데성공했다(위).유인우주선드래곤V2가 지구궤도를 도는가상도(아래).


수직 이착륙 로켓으로 티켓값 줄인다

우주관광 티켓이 싸졌다곤 하지만 1억에서 4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과 우주선 이다.

사실 대부분의 우주관광 비용은 로켓을 새로 제작하는 데 들어간다.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을 궤도에 올리 는 비용은 총 600억 원인데, 그 중 연료 비용은 약 2억 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스페이스X는 우주선을 실은 로켓을 발사한 뒤, 로켓을 바다에 버리지 않고 수직으로 다시 착륙시키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지난해 10월 자사 로켓의 수직이륙 및 재착륙 실험에서 최고 높이 744m를 기록했다. 우주왕복선도 저렴하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장은 “기존 우주왕복선은 지구 재돌입 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겉을 감싼 수천 개의 타일이 뜯어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보수 비용이 너무 비쌌다”며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코팅재를 증발시켜 충격을 흡수한 뒤 증발된 만큼만 다시 코팅하는 기술을 이용하면 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올해는 민간인 우주관광이 현실로 나타나는 역사적인 해가 될 수 있을까. 한때 우주과학자들의 코웃음만 샀던 우주관광은 이처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벤처사업가들의 끝없는 노력 덕분에 코 앞까지 다가왔다. 민간 우주선이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마지막 문턱만 넘는다면 SF에나 등장하던 우주관광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이젠 시간 문제다. 우주를 향한 ‘민간인’의 열망은 오늘도 뜨겁다.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왼쪽)은2002년 ‘스페이스십1’을 개발하던 미국벤처기업 스케일드콤포지츠의 엔지니어버트 루탄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다.두 사람은 100km 높이까지 비행하는‘안사리 X프라이즈’ 대회에서 우승한 뒤,2004년 버진갤럭틱을 설립했다.지난 1월 10일 미국 뉴멕시코주‘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에서 이뤄진버진갤럭틱의 마지막 시험 비행 모습.모선 화이트나이트2에서 스페이스십2가투하되고 있다(아래 왼쪽).스페이스십2는 투하된 뒤 하이브리드로켓 엔진을 점화해 고도 21km까지오르는 데 성공했다(아래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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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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