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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도 과학인 시대라지만 이 혜택을 받는 국내선 수는 불과 3.6%. 올림픽을 꿈꾸며 운동장을 뛰어도 개천에서 용이 나기란 쉽지 않다. 이 좁은 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청소년 선수들이, 그리고 일반 청소년들까지 스포츠 과학의 혜택을 누리게 된 것. 그 현장을 직접 가봤다.

내 체력의 한계, 과학적으로 측정했다

“더! 더! 아직 힘 있잖아! 더! 더!”

건장한 연구원 네 명이 한 데 모여 사이클을 타는 박원일 군(대전 송강중 3년)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원
일 군은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내 페달을 밟았다. 30초가 지나자 페달이 멈췄고, 안장에서 내려온 원일 군
은 그대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연구원 한 명이 부축해 센터 안을 같이 걷는 도중에도 원일 군의 다리
는 자꾸만 풀렸다.

원일 군이 이용한 것은 무산소 파워를 측정하는 장비다. 체중에 비례해 사이클에 부하를 걸면, 측정자
는 낼 수 있는 최대 힘으로 30초 동안 페달을 밟아야 한다. 이를 통해 선수의 최대 파워는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힘을 얼마나 유지하는지를 측정한다. 옆에 있던 신재우 군(대전 송강중 2년)은 고개를 절레절
레 흔들며 “한 번 하면 정말 머리에서 산소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전 스포츠과학센터의 ‘끝판대장’을 넘기란 만만치 않았다.

원일 군과 재우 군은 대전 송강중 역도부 선수다. 7월 14일, 이들을 포함한 12명의 역도 선수들이 체력 측
정을 위해 대전스포츠과학센터를 찾았다. 1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지난해 9월 개소한 대전스포츠
과학센터는 대전 지역의 학생 선수들이 스포츠 과학의 도움으로 기량을 올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스포츠 과학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지원한다. 박희근 센터장은 “수도권과는 다르게 지방의 선수들은 이런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특히 기초 체력에 대한 관리가 미흡해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이 현재까지 세운 스포츠과학센터는 세 곳. 서
울, 대전, 광주의 학생 선수들이 ‘컨디셔닝’의 도움을 받고 있다. 81가지 운동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29종의 첨단 장비를 갖추고, 체육을 전공한 연구원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 올 8월에는 세 개 지역(경기, 대구, 전북)에 추가로 개소될 예정이다. 신동관 송강중 역도부 감독은 “학교에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자신의 체력 수준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선수들에겐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대전 송강중 역도부 선수가 등속성 근관절 기능검사를 하고 있다. 이 장비로 허벅지 앞뒤 근육의 힘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나를 쌓는 것이 컨디셔닝의 기본

자신의 체력 수준을 확인하고 개인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컨디셔닝의 첫 단계다. 자신의 현 상태를 판단할 때 가장 바람직한 비교 대상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종목마다, 그리고 선수 개개인마다 특성이 천차만별이라, 절대 불변의 기준을 세워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의 몸 상태가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를 파악하고, 현재의 상태를 그와 비교해 훈련일정이나 방법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첫째로 꾸준히 ‘자신의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시합 직전에도 선수의 컨디션을 점검할 수 있다.

기초체력 측정이 끝난 역도부 선수들은 대전스포츠과학센터에 마련된 여러 정밀 측정 중 등속성 근관
절 기능검사를 했다. 운동을 할 때는 보통 관절각도에 따라 발휘되는 최대 근력이 다르다. 움직이는 속도도 일정하게 조절하기 어렵다. 하지만 움직임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속성 운동에서는 관절의 각도와 상관없이 최대 근력을 낼 수 있어, 최대 근력을 정확히 측정하고자 할 때는 등속성 기능검사를 한다.

이 경우 자의적으로 같은 속도로 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속도조절 장치가 부착돼 있는 고가의 장
비를 이용해야만 한다. 선수는 최대 근력으로 다리를 폈다가 접기를 3회 하는데, 펼 때는 허벅지 앞쪽 근육이, 접을 때는 뒤쪽 근육이 사용된다. 박 센터장은 “시작과 동시에 최대 근력을 낸 후 완전히 다리를 펼 때까지 그 힘을 유지하면 모양의 그래프가 그려진다”며 “또한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실시해 양 다리의 근력 차이도 점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측정이 끝난 뒤에는 한 명씩 분석에 들어간다. “○○는 1월보다 유연성이 많이 좋아졌네. 그런데 하체 근력이 왼쪽, 오른쪽 차이가 심해. 그래프에서 10% 이상 차이가 나면 양쪽 균형이 깨졌다는 얘기야. 역도는 균형이 중요한데 잘못하면 바로 부상이야. 오른쪽 다리 근육, 그중에서도 뒤쪽을 키워주는 훈련을 더 열심히 해야 해.” 이희종 연구원의 말에 선수들은 여느 국가대표 못지않게 진지했다.

분석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선수들이 센터를 떠나면 연구원들은 추가 분석을 한 뒤, 또래 선수들
과 비교해 신체적 조건이 어느 정도인지, 나아가 국가대표 선수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 본다.학생 선수들이 성장기인지도 꼭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연구원들은 이 분석결과를 들고 일주일 뒤에 학교를 방문해 다시 한번 학생들과 만난다. 신재우 군은 “1월에 약하다고 지적 받은 부분을 계속 의식하면서 운동해 이번 측정에서는 그때보다 나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에는 52종목, 총 4100여 명의 학생 및 일반인 선수가 등록돼 있다. 이중 1400명에게 스포츠 과학을 지원하는 것이 대전스포츠과학센터의 올해 목표다. 박 센터장은 “연구원이 네 명뿐이다 보니 실제 훈련까지는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며 “더 많은 선수들이 스포츠 과학의 혜택을 받고, 나아가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다”고 말했다.
 

INTERVIEW



‘ 컨디셔닝’으로 선수의 마지막 1%를 완성합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체력 및 기술 점검, 심리 상담, 재활 등의 과학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림픽이 다가오면 선수들을 위해 컨디셔닝 지침서를 발간한다. 이번 ‘제31회 리우올림픽 정보 및 컨디셔닝 가이드’는 지난 7월 11일에 발간돼 선수들에게 배포됐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지침서 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지침서 제작을 총괄한 컨디셔닝 전문가 민석기 한국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원을 만나봤다.

Q  컨디셔닝이란 무엇인가?
쉽게 생각하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고된 훈련이 시합에서 제대로 효
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합 때 몸과 마음의 상태가 최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스
포츠개발원에서는 과학적인 데이터와 방법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최상의 조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
해주고, 선수들 스스로 자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Q  이번 지침서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시차다. 브라질과 우리나라는 12시간의 시차를 갖고 있다. 어떻게 시차적응을 빨리 할 수 있을지가 이번 올림픽에서 중요하다. 하루, 이틀 차이가 경기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선수
들은 출국 전부터 광선치료 등을 통해 수면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브라질의 환경적 여건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난 11월 브라질을 직접 방문했을 때
여름이었음에도 쾌적했고, 올림픽 기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예상한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는 수질 오염 상태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요트, 조정 등의 경기가 열리는 곳들은 많이 개선된 상태였다. 다만 경기장 주변에 번화가도 있고, 반대로 빈민가인 곳도 있어 선수들이 이동하거나 머물 때 치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Q 현장에서 이뤄지는 컨디셔닝이 선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나

양궁팀의 심리전문가, 필드하키팀의 영상분석가 등 일부 연구원들이 선수들과 함께 브라질에 가서 도움을 줄 예정이다. 아직 그 효과가 100%라고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100%를 향해서 노력하고 있다. 스포츠 과학의 역할은 선수들의 능력이나 상태를 수치화하는 것이다. 다만 선수 개개인의 생리적 편차가 크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선수들의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누구의 힘이 얼마나 셀까?

또래보다 키가 큰 김도형 군(서울 불암중 1년)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팔 위의 낯선 기계를 쳐다봤다. 알코올 솜으로 슥슥 닦여 시원해진 팔 위로 장착된 이 기계는, 근전도를 측정하는 무선 근전도(EMG) 센서다. 근육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감지해,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근육의 사용 패턴을 보여준다. 도형 군이 주먹을 오므렸다, 폈다 하자 그래프가 꿈틀댔다. 힘을 내면 낼수록 근육의 전기신호는 더 활발히 생성되고, 그래프는 위아래 더 큰 폭으로 요동쳤다.

이곳은 태릉에 있는 한국스포츠개발원.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과학적 지원을 하는 한국스포츠개발원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용하는 스포츠과학 기기들을 일반인들도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7월 13일은 중학교 1학년 학생 25명이 참석했다. 최명호 불암중 교사는 “자유학기제의 일환으로 1년에 한번 직업체험을 한다”며 “20~30개 직업 중에 학생들이 (체험하길) 원하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은 2014년에 교육부, 미래부와 MOU를 맺고 스포츠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사용해 본 기구들은 악력이나 반응속도, 서전트 점프 등 간단한 기초체력을 측정하는 것이었지만, 국가대표들이 사용하는 기기인 만큼 성능이 남달랐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서전트 점프 측정이었다.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 손바닥을 벽에 붙어있는 전자 기판에 ‘짝’하고 부딪히면 점프 높이가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나왔다. 교실 뒤에서 쟀으면 누가 더 높이 뛰었는지 으레 설전이 벌어졌겠지만, 바로 숫자로 볼 수 있으니 한 번에 서열 정리가 이뤄졌다. 42cm가 나온 친구는 단연 ‘점프왕’으로 추대됐다. 박재형 군은 “원래 스포츠 과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와서 직접 해보니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힘의 방향을 측정하는 물리센서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불암중 학생들과 대전 송강중 역도부 선수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스포츠과학 기기들을 통해 각자의 꿈을 키워 나갔다. 자신의 체력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쓰고, 실전을 앞두고 컨디셔닝에 활용하기도 했다. 훗날 올림픽 무대에서 국가대표 선수와 국가대표 스포츠 과학자로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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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훈련은 끝났다. 이제는 ‘컨디셔닝’
Part 1. 금메달 컨디셔닝
Part 2. 생활에서도 스포츠 컨디셔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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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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