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나 유령은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는 혼령이다. 여름을 맞아 극장에선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를 잇달아 개봉하고 있다. 놀랍게 우주를 떠도는 유령도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남반구천문대(ESO)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별자리인 고물자리에서 떠돌고 있는 ‘유령’ 천체를 포착해 공개했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고물자리는 영웅들이 타고 원정을 떠났던 배인 아르고호의 뒤쪽에 해당한다.
NGC2467이라 부르는 이 천체는 뻘건 눈에 푸른 얼굴을 한 해골처럼 보인다. 옛날 해적선에 매달려 나부끼는 깃발에 그려진 해골을 닮았다. 왜 여기에 해골을 빼다 박은 유령 천체가 있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옛날 활쏘기를 잘하던 청년이 과거를 보러 가다가 어느 집에 머물렀다. 이 집의 딸이 그에게 반했지만 청년은 그녀의 마음을 받을 수 없었다. 이튿날 길을 떠나려니 이 처녀가 목을 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청년은 다섯 발의 화살을 쏘아 과녁에 맞히는 과거시험에서 기이한 일을 경험했다. 세 발은 모두 명중시켰지만 네 번째 화살을 쏘는데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처녀 귀신의 훼방이었다.
다음 과거에서 청년은 화살 세 발을 명중시킨 뒤 통곡하며 시험관에게 그간의 일을 하소연했다. 시험관은 꾀를 내 과녁에 꽂힌 화살을 거두고 처음부터 다시 쏘게 했다. 두 발을 명중시키자 5번 명중시킨 것으로 인정해 과거에 급제시켰다. 갑자기 처녀 귀신이 울면서 떠나버렸다. 이때부터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해골 유령 같은 NGC2467이 울면서 떠난 처녀 귀신이 아닐까. 우는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쪽 눈이 충혈된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붉은 눈 안쪽에는 갓 태어난 별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다. 충혈된 눈의 붉은색은 수소가스에서 나온 빛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별들은 ‘코’ 부분에도 몰려 있다. 별의 개수는 약 50개로 추정되는데 이 별무리는 지구에서 2만5000~3만광년 떨어져 있다. 이 별들 가운데 몇몇은 무겁고 수명이 짧으며 얇은 수소층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층은 시속 20km로 팽창하고 있다. 시속 200km가 넘는 화살보다는 느린 속도다.
해골 유령 NGC2467은 별의 초기 생애에 대한 파란만장한 사연을 담고 있다. 여기에 속한 별들은 많아야 수백만살을 먹었다. 태양의 나이가 50억살쯤 되니 이들은 꽤나 어린 셈이다. NGC2467 곳곳에 먼지와 가스가 뭉친 불그스레한 성운은 별을 잉태하고 있는 ‘자궁’이다. 이미 성운에서 빠져나와 갓 태어난 별들도 있고 완전히 성숙한 별들도 보인다. 그래도 별의 나이는 1억살이 넘지 않는다.
죽은 처녀 귀신의 인상 같던 해골 유령이 별무리가 탄생하며 빚어낸 모습이라니 쉽게 믿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