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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큐리오시티는 지난해 8월 화성의 게일 크레이터에 착륙했다. 물과 바람에 의한 퇴적물이 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중심에는 높이가 5.5km인 샤프 산(아에올리스 몬스)이 있다. 현재 큐리오시티가 탐사 중인 옐로나이프 만은 오래전에 강이나 호수의 바닥이었다.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줄 수 있는 장소다.
바위는 입자가 고운 이암으로, 여기에 점토광물, 황산염 등의 물질이 들어 있었다.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산성이 강하거나 염분이 많지 않았다. NASA의 과학자들은 큐리오시티가 수집한 바위를 분석해 황, 질소, 수소, 산소, 인, 탄소를 확인했다. 황산염과 황화물처럼 미생물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물질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화성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생명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아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NASA가 괜히 호들갑을 떤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NASA의 화성탐사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클 마이어 박사는 “이 임무에서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의문이 바로 화성이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었느냐”였다며,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로 봐 그 대답은 ‘그렇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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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의 화성 7개월
지난해 8월 6일 화성에 도착한 지 7개월여 만에 이번 발견을 하기까지 큐리오시티는 어떤 여정을 거쳤을까. 큐리오시티의 착륙 장소는 게일 크레이터 안의 샤프 산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이었다. 먼저 스스로 상태를 점검한 뒤 며칠 동안 지구에서 보내 주는 신호를 받아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했다.
8월 19일에는 처음으로 레이저를 시험했다. 여기에 사용한 장비가 켐캠(ChemCam)이다. 켐캠은 레이저를 이용한 분광기와 고성능 카메라를 결합한 실험장치다. 레이저는 최대 7m 거리에서 바위나 흙에 레이저를 쏴 증발시킬 수 있다. 거기서 나오는 빛을 보면 구성 원소의 종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카메라로 레이저를 쏠 부위를 고해상도로 촬영한다. 첫 시험 대상은 근처에 있던 ‘N165’라는 바위. 과학자들은 이 바위가 현무암일 것으로 예상했고, 켐캠은 예상이 맞았음을 알려줬다.
실험 장비와 이동 장치에 대한 실험을 끝낸 큐리오시티가 착륙 장소를 떠난 건 3주 정도가 지난 뒤였다. 이동은 조심스러웠다. 큐리오시티의 최고 속력은 초속 4cm로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갈 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동쪽을 향해 처음에는 하루에 10여m 정도 움직여보면서 점점 거리를 늘렸다. 먼 길을 떠나는 첫 발걸음인 셈이었다.
큐리오시티의 첫 목표는 착륙 지점에서 400m 떨어진 ‘글레넬그’라는 곳이었다. 세가지 지형이 교차하는 곳으로, 글레넬그(Glenelg)라는 이름을 붙인 데는 재미있는 이유가 있다. NASA의 과학자들은 큐리오시티 근처에 있는 장소에 캐나다의 옐로나이프 시와 관련 있는 이름을 붙였는데, 글레넬그는 그곳에 있는 한 지형물의 이름이다. 게다가 GLENELG는 거꾸로 읽어도 철자가 똑같다. 이곳은 큐리오시티가 길을 왕복하면서 두번 지나갈 곳이라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화성에 엉덩이 깊이의 강이 흘렀다
가는 도중 큐리오시티는 과거 강이 흐르던 곳을 발견했다. 9월 27일의 일이었다. 화성에 물이 있었다는 증거는 전에도 찾은 적이 있지만, 큐리오시티는 자갈이 뭉쳐 굳어진 바위를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자갈의 크기와 모양을 바탕으로 과거의 모습을 추측했다. 바람에 실려오기에는 자갈이 컸으므로 강물에 흘러내려 온 게 분명했다. 둥근 모양은 크레이터 가장자리의 벽 같은 곳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흘러내려 왔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 강이 초속 1m의 속도로 흘렀으며, 깊이는 발목에서 엉덩이 사이가 잠길 정도였다고 추정했다.
10월 10일부터는 작은 삽으로 화성의 흙을 뜨기 시작했다. 첫 흙부터 바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큐리오시티에서 떨어져나온 파편이 흙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흙은 흙을 담는 장치를 닦아내는 데 쓴다. 흙을 담은 뒤 강하게 흔든 다음버리는 것이다.
분석기에 들어가는 건 세 번째 흙부터다. 이 흙을 분석하는 데 쓰는 장치는 케민(CheMin)과 샘(SAM). 케민은 엑스선회절장치로 시료에 엑스선을 쏴 회절무늬를 바탕으로 결정 구조를 알아낸다. 화성의 흙을 분석한 결과 과학자들은 장석, 휘석, 감람석과 같은 몇몇 광물을 찾아냈다. 이는 하와이 화산지대에 있는 현무암질 흙과 비슷하다. 샘은 화성의 대기나 시료에 있는 이산화탄소의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한다. 생물의 대사로 인해 생긴 물질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NASA는 광범위하게 흙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물 분자, 황, 염소 등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이 사전에 예측한 대로 게일 크레이터가 과거 물이 있다가 점차 말라버린 환경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글레넬그를 지나 계속 이동하던 큐리오시티는 옐로나이프 만에 도착해 주위를 관찰하다 마침내 지난 2월 드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연습 뒤에 바위를 파내 얻은 시료를 분석했고, 여기서 게일 크레이터는 과거에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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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드러난 회색 화성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여러 미생물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물질을 이 시료에서 발견했다. 드릴로 파낸 흙은 붉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존 그로칭거 박사는 “아주 오래된,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회색 화성’을 볼 수 있었다”며 “이 환경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큐리오시티는 몇 주 동안 옐로나이프 만에서 좀 더 조사한 뒤 게일 크레이터 중심부에 있는 샤프 산으로 향할 예정이다. 샤프 산은 과거 크레이터를 가득 메우고 있던 퇴적층이 바람에 깎여 생긴 산이다. 그동안 지표면을 조사하며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다양했으며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를 알아낸다.
큐리오시티는 2년으로 예정된 임무 중 이제 4분의 1 정도를 소화했다. 샤프 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 있다. 큐리오시티는 그곳에서 또 무엇을 발견할까. 모두의 기대처럼 화성에서 살았던 생명체의 화석이라도 발견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