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은 생명의 원천이다. 원래 알은 암컷의 생식세포인 난자나 난세포를 말하지만, 보통 달걀처럼 암컷 몸밖에 나와있는 것을 알이라고 한다. 우주에 커다란 알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것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알을 상상해보라.
지난 8월 12일 미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진귀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정말 커다란 알을 닮았다. 색깔은 붉은색과 노란색이 적절하게 섞여 있고 바깥부분의 모양도 타원형을 이루니 이 천체는 영락없는 알이다. 물론 속이 보이는 투명한 알이다.
이 ‘우주 알’ 은 지름이 무려 35광년이나 되는 ‘슈퍼 알’ 이다. 정식 이름이 N44F인 이 천체는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인 황새치자리의 대마젤란은하에 속해 있다. 지구에서 N44F까지의 거리는 대략 16만광년이다.
이렇게 먼 우주에 ‘슈퍼 알’ 이 태어난 사연은 무엇일까.
공교롭게 신라의 건국신화에도 커다란 알이 등장한다. 옛날 진한 땅에는 여섯 마을이 있었는데, 어느 날 여섯 마을의 족장들이 알천 언덕이라는 곳에 모여 회의를 했다. 그때 남쪽 양산 기슭에 나정이라는 우물 곁에서 신비한 오색 광채가 비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흰 말이 거기에 대고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것 같았다. 이상히 여겨 그곳에 가보니 말은 하늘로 사라지고 불그스름한 알만 하나 보였다.
사람들이 알을 깨보니 준수하게 생긴 사내아이가 나왔다. 아이의 몸에서는 광채가 났다. 새와 짐승들이 모여 춤을 추고 하늘과 땅이 흔들리며 해와 달은 더욱 밝게 빛났다.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세상을 밝게 다스린다’ 는 뜻인 혁거세(赫居世)라고 지었다. 알의 모양은 박과 같아 성은 박이라고 했다. 박혁거세는 13살 되던 해 여섯 마을 족장들로부터 왕으로 추대됐다. 이렇게 신라가 건국됐다.
박혁거세가 태어난 알도 사내아이가 들어가 있을 정도였으니 보통 알에 비하면 굉장히 컸을 것이다. 물론 우주의 ‘슈퍼 알’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불그스레한 색은 둘의 공통점이다. 우주 알은 어찌 보면 우물을 위에서 바라본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박혁거세의 알이 발견된 우물도 이처럼 신비롭게 보였을까.
사실 N44F는 특별나게 뜨거운 중심별에서 뿜어져 나온 입자들이 밀집된 주변가스를 넉가래처럼 밀어내면서 빚어낸 모양이다. 입자들의 속도는 무려 시속 7백만km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입자들의 질량도 태양에서 나오는 입자들의 질량보다 1억배나 크다.
성운 N44F는 ‘성간 버블’ 가운데 하나다. ‘성간 버블’ N44F의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삐쭉삐쭉 나와 있는 기둥들을 만날 수 있다. 차가운 가스와 먼지로 구성된 이 기둥들은 높이가 4-8광년으로 다양하다. 중심별에서 나온 강렬한 자외선이 깎아낸 모습이다.
마치 손가락처럼 생긴 이 기둥들 안쪽에서는 새로운 별이 태어나려고 꿈틀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주의 거대한 알 속에 진짜 생명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