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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구글은 ‘딥 임팩트’라 부르는 우주인터넷 테스트를 마쳤다. 행성간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한 것이다.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달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구글 맵을 이용해 지하에 감춰진 유적을 찾는가하면 바이러스 확산 연구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틀을 깨는 실험과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기업, 구글.

우주 개발과 과학 연구에 구글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인터넷 표준 프로토콜인 TCP/IP를 개발했고 최초의 상업 이메일 시스템을 개발해 흔히 인터넷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인간이 갈 수 있는 모든 행성에서 인터넷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위성이나 우주선에서 전파를 이용해 지구와 교신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주에서, 우주선에서, 행성에서 등 어디서나 지구에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접속해 이용하는 것이다.

우주에서 거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데 인터넷이 무슨 소용이냐고? 이미 우주정거장에서는 지구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도 우주에서 뉴스를 확인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과연 어떻게 행성 간 인터넷이 가능한지 빈트 서프 부사장에게 들어보자 (기자가 구글 본사 방문시 출장 중이어서 e메일 인터뷰로 진행했다).

행성간 인터넷 접속,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우주 공간에서의 통신은 자주 지연되거나 끊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프로토콜(통신 규칙)과 통신망이 필요합니다. 구글 연구진을 포함한 연구팀은 ‘딥 임팩트(Deep Impact)’라 부르는 우주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해 행성 간 인터넷 통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인터넷에 맞는 새로운 통신규칙을 설정했습니다. 화성 궤도선을 통한 인터넷 접속도 일부 이뤄지고 있습니다. 버려두었던 옛날 우주선을 재활용하는 길도 열릴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말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인터넷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구에서는 인터넷을 쓰기 위해 실시간 인터넷 통신규칙으로 불리는 TCP/IP 기술을 이용합니다. 그러나 행성간 인터넷은 이런 기술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번들 프로토콜(BP)’이라는 새로운 통신규칙을 디자인했습니다. 이는 행성 자전과 같은 천체 현상이나 행성 간 간섭으로 인한 통신 지연과 잠재적인 신호 두절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자꾸 끊기거나 늦어져도 인터넷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번들 프로토콜은 데이터 뭉치를 일종의 꾸러미(번들)로 만들어 주고 받는 기술입니다. 복수의 부분망과 개별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으며 데이터를 다소 오래 보호했다가 전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정거장은 지구 표면과 약 500km만 떨어져 있어서 지금 쓰고 있는 TCP/IP로도 가능합니다.



행성 간 인터넷은 어떤 과정으로 연결되나요.
지구와 화성은 이미 인터넷을 쓰고 있습니다.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그리고 2개의 화성 궤도선에 행성 간 인터넷, 즉 번들 프로토콜 기능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험기술 수준의 기본 버전이긴 합니다.

만일 모든 우주선에 번들 프로토콜(BP) 기능이 들어간다면 각 우주선이 서로 중계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통신할 수도 있게 됩니다. 우주에 거대한 인터넷 네트워크가 생기고 두 우주선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으며 각 우주선은 센서가 됩니다. 여러 나라가 쏘아 올리는 위성과 우주선이 모두 통신 중계기(node)가 된다면 인터넷 망이 우주에 깔리는 셈입니다. 이미 화성 궤도선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지 않나요. 우리가 지구 호텔에서 인터넷을 쓰는 것처럼 우주 호텔에서도 지구의 인터넷과 마음대로 접속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지구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도 ‘Say hello~’를 할 수 있겠죠?
 




 

 
지난 2007년 유명한 연구가 있다. 구글의 비영리 자회사인 구글닷오알지(google.org)는 공중보건전문가들과 전염병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중 독감에 대한 검색어를 분석했다. 사람들이 ‘독감’을 검색할 때 실제로도 ‘독감’이 퍼졌을 가능성이 높은지 확인해본 것이다. 그 결과 매년 독감철마다 특정 검색어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검색어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표한 독감 환자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구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구글 독감 트렌드’ 결과를 발표했다.

CDC가 독감 데이터를 집계하는 데 1~2주 걸렸다면 구글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I ♥ Data’ 구글 본사를 돌아다니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주간 인기 검색어 등은 검색엔진이라면 집계, 가공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치있는 연구나 실험에 적용하겠다는 발상을 갖기란 쉽지 않다. 구글 데이터 과학은 이제 ‘네트워크 의학’ 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구글을 이용한 네트워크 의학에 큰 관심을 지닌 전주홍 서울대병원 생리학 교수를 만났다. 그는 구글의 데이터 과학이 의학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 독감 트렌드는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요.
구글은 검색 키워드가 어느 지역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고열, 발열, 기침, 가래 등 독감과 관련해 검색한 키워드를 집계하는 것이지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실제 데이터와 구글 검색패턴 데이터가 상당히 유사했어요. 실시간으로 독감 바이러스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알 수 있게 된 셈이죠.

데이터 과학이 의학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바탕은 무엇인가요.
인간 게놈을 분석하면 데이터 용량이 약 5테라바이트(TB)가 나옵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데이터 생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소수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독점했습니다. 지금은 500~600만 원 정도면 사람 한 명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합니다.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이슈입니다.

실제로 진행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나요.
최근 연구자들은 폐암 환자의 유전자 발현 패턴과 신약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위궤양 치료제로 쓰는 ‘씨메티딘’이라는 약물이 폐암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동물 실험을 했더니 실제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의사가 10~15년간 약물을 투여하면서 효과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앞으로 구글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요.
사실 의학과 구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약합니다. 구글은 일반인이 많이 활용하면서 나오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전문적 지식은 떨어집니다. 그러나 의료의 사회적 현상, 사회심리학적 측면은 잘 반영해줄 수 있습니다. 질병 검색 패턴이나 의료비 지출 등 의료의 사회적 영역에서 구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마운틴뷰 구글 메인 빌딩에 들어서면 고해상도 대형 스크린과 조작 장치를 볼 수 있다. 지구와 달, 화성의 곳곳을 원하는 해상도의 위성사진으로 볼 수 있는 ‘구글 어스’ 체험 공간이다. 실제로 조작해 보니 우리 집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몇 초 간의 조작으로 대형 스크린에 뜬 집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구글 어스는 그저 신기하기만 한 걸까.

지난해 8월 구글 어스는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2곳을 발견했다. 미국 고고학자 마이콜이 지난 10년간 구글 위성으로 사진 피라미드를 수색한 결과였다.

구글어스를 이용해 지상 뿐 아니라 지하의 지형 등을 살펴가며 위성사진을 검토하다가 거대한 흙무더기를 발견한 것. 고고학자들은 기존 피라미드의 3배 가까이 되는 규모일 것으로 추측했다.

고고학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고대 피라미드가 구글 어스에 의해 발견됐다며 발굴 작업에 대대적으로 착수했다.
 

 
구글 어스의 활약은 지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6월에는 화성 표면을 촬영한 사진에서 기찻길과 역처럼 보이는 물체가 발견됐다. 구글이 NASA와 협력해 만든 화성 지도를 통해 발견한 이 물체는 아마추어 화성 연구자가 공개했다. 정확하게 어떤 물체인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구글 어스의 활약은 지구를 넘어 우주 행성까지 종횡무진이다.
 
실제로 메인 빌딩에 있는 체험 공간에서도 지구와 달, 화성, 태양계까지 생생하게 이미지로 볼 수 있다. 구글 어스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구글 잇!’ 구글에 가면 모든 정보가 있다는, 은유적인 표현이다. 구글의 데이터 과학은 이제 ‘사람들이 딱 원하는 만큼, 딱 원하는 정보를,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컴퓨터·휴대전화·안경·자동차·신발 등 다양한 도구로, 심지어 화성에까지’ 통하기를 꿈꾼다. 수학과 기초과학에 대한 광적인 존중, 그리고 끝없는 혁신과 연구 열정이 가져온 결과다.

2013년 현재, ‘구글 잇!’이 아닌 ‘구글 사이언스’가 꿈틀대고 있다.
그 끝은 과연 어디일까.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PART 1. 검색은 김수현(작가, 탤런트)을 구분할 수 있을까
PART 2. Sixth Sense Mobile!
PART 3. 구글의 눈으로 보는 세상
PART 4. 구글 in Science

201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기획·진행 미국 마운틴뷰=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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