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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안경이다. 그런데 그냥 안경이 아니다. 말도 알아듣는다. 안경 낀 사람이 보는 그대로 동영상도 촬영한다.

날씨, 메시지, 이메일 등도 안경으로 확인한다. 마치 ‘로보캅’이 범인과 주변 환경을 헬멧에 붙은 안경으로 확인하는 듯하다.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 구글 글래스. 자동차는 어떤가.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아 시동을 켜고 목적지만 말하면 알아서 데려다 주고 주차도 해준다. 구글 글래스와 무인자동차는 ‘구글 X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래 공상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구글 취재를 준비하던 중 구글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구글 글래스 테스터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인만으로 제한해(이유는 알 수 없었다) 참여해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구글 글래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제출하라는 구글의 요청에 참가자들은 앞다퉈 아이디어를 내놨다. 일부를 들여다 보자.













“글래스로 보는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매우 간단합니다. 글래스를 착용한 후 ‘오케이, 글래스’라고 말하고 ‘사진을 찍어줘’라고 명령만 내리세요. 영상을 촬영하고 싶으면 ‘동영상을 촬영해줘’라고 하면 돼요. 당신이 글래스로 보고 있는 것을 친구들이 볼 수도 있고, 때로는 길도 알려줍니다. 말만 하면 친구에게 메시지도 보낼 수 있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글래스 화면에 답을 친절히 알려준답니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구글 글래스 홈페이지에 나온 소개 내용이다. 대략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독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합쳐지면 구글 글래스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할 때처럼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동성(모바일)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손을 쓰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터치패드가 따로 있어 손으로도 조작할 수 있고 중력센서가 있어 구글 글래스를 쓴 채로 머리를 움직여서 손을 전혀 대지 않고 조작할 수도 있다.

●생활 도중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동영상과 사진을 찍는 것은 구글 글래스의 아주 일부다. 카메라를 매일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지 말고 컴퓨터를 가장 가까운 곳에 항상 착용하고 다닌다고 생각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터와 연결돼 언제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캘린더에 저장된 일정을 시간이 되면 구글 글래스 화면에 띄워줘 사용자가 곧바로 알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접속은 스마트폰 중계기를 통해 언제나 가능할 것이며 글래스와 스마트폰은 블루투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된다.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해킹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구글 글래스 내부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로 구동된다.

●2013년 상반기에 미국인(개발자)에게 우선 제공된다. 이유는 국가별로 상이한 각종 법적 규제 때문이다.

●몸에 착용하는 것이므로 국가별·인종별· 성별로 서로 다른 인체공학적 측면을 다양하게 고려해(예를 들어 코의 높이) 좋은 착용감도 고려한다. 카메라가 아니라 컴퓨터를 언제 어디서나 가장 가까운 곳(여기서는 눈이다)에 가지고 다니면서 손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거기에 구글 글래스의 진짜 실체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구글 글래스에서 나온 레이저로 손바닥에 가상 키보드를 만들어 타자를 칠 수 있는 구글 기술도 최근 공개됐다. 구글이 ‘가상입력장치에 관한 방법과 시스템’을 특허로 등록한 것이다. 구글 글래스에 레이저 빔을 쏠 수 있는 프로젝터를 장착하고 손바닥에 가상 키보드를 레이저로 쏜 뒤 인식하는 기술이다. 구글 글래스는 기본적으로 음성 인식으로 동작을 수행한다. 그러나 보다 복잡한 문서 작업까지 할 수 있는 입력장치에 대한 구글의 고민이 레이저 키보드에 담겨 있다.



쓰는 안경만으로는 부족했을까. 최근 구글은 ‘말하는 신발’도 공개했다. 입거나 쓰는 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꽤 오래 진행됐지만 구글은 실생활에 적용하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구글의 말하는 신발은 근거리 무선 통신인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신발을 신은 사람이 움직이면 신발이 상황에 맞는 말을 한다. 신고 있지 않으면 ‘지루하다’, 신고 걸으면 ‘좀 낫네’, 뛰기 시작하면 ‘바람 느낌이 좋네’라고 말하는 식이다. 착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움직임을 데이터로 읽어 들이고 마치 정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운동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는 처음이 아니다. 애플이 아이폰 GPS 정보를 이용해 나이키 신발과 연결하는 ‘나이키 플러스’로 운동량이나 운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구글은 인공지능으로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만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일 구글 무인자동차 탑승자 이상묵 교수 인터뷰
“도로에서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실시간으로 구별하는 기술, 구글 무인 자동차를 타보고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입니다.”

2월 말 구글 본사를 방문했을 때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하얀 색의 자동차가 꼭대기에 레이더를 달고 구글 캠퍼스를 계속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바로 구글 무인자동차다.

구글에서는 ‘셀프드라이빙카(Self Driving Car)’라고 부른다. 시험 주행에서 무려 48만 km를 무사고로 주행했고 공식 번호판도 받았다. (직접 탑승해 보려 했으나 테스트 중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구글 무인자동차에 탑승해 본 서울대 이상묵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불의의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지만 아직도 연구와 후학 양성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무인자동차는 위성항법장치(GPS)와 센서 및 레이더 기술이 집약돼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무인자동차 탑승과 방송 촬영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방송장비 차량이 너무 딱 붙어서 접근하자 무인자동차가 움찔 하면서 속도를 줄이고 제대로 가지 않는 동시에 주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지요.”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무인자동차에 탑승했을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구글에서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티브이 라만 박사(시각 장애인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으로 길을 찾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를 만난 것을 계기로 무인 자동차 탑승에 초대를 받게 됐다.

“청각장애인에게 가장 혁명적인 도구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입니다. 저처럼 사지를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무인자동차는 꿈과 같습니다. 무인자동차가 대중화되면 운전면허증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장애인 처지에서 목적지에 저를 내려주고 차가 알아서 주차장으로 가 주차만 해줘도 생활은 매우 편리할 것입니다.”

구글 무인자동차는 현재 두 명이 배석한 채로 지속적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운전석 옆에는 노트북을 든 연구원이 타는데 이 노트북이 차의 눈이 된다. 도로 상의 움직이는 물체와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순식간에 판별해 움직이는 물체는 빨간색으로,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흰색으로 나타낸다. 물체의 움직임 여부나 위치, 특성을 계산하고 보행자, 자동차, 자전거 등을 구분한다.

“구글 연구원에게 이런 질문을 했죠.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냐, 그렇지 않다면 돈이 많아서 하는 것이냐고요. 어찌 보면 멍청한 질문이지만 돌아오는 답은 명쾌했습니다. 구글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는 거죠. 구글처럼 계산과학과 컴퓨터에 정통한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데이터 싸움이라는 것이죠.”

짧게는 3년, 길게 보면 5년 안에 구글 무인자동차 시스템은 상용화될 예정이다. 과연 시각 장애인도 사고 위험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무인자동차까지 구글이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201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기획·진행 미국 마운틴뷰=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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