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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남자조상은 아프리카 피그미족?

프랑스인 유전학자 Y염색체로 추정해

아담은 이브와 동시대인으로 20만년전 아프리카에 살았다
 

인류의 남자 조상으로 지목되는 피그미족


줄리엣이 그녀의 짝 로미오를 찾고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났던 것처럼 이제 이브는 그간의 독수공방을 청산하고 마침내 아담을 만나게 됐다. 아담의 나이는 이브와 같으며 그 뿌리 역시 이브와 같은 아프리카인이다. 아담에게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브와 같이 춤을 추기엔 작다는 점이다. 피그미(Pygmy)인 그의 키는 겨우 1m20㎝를 넘을까 말까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버클리대학의 생화학자들은 자신들이 현존인류의 유전학적인 조상을 밝혀냈다는 충격적인 설을 발표했다.이들은 그 조상이 20여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인이라고 단정했던 것이다. 이 놀라운 결과는 지역과 인종을 달리하는 1백47명의 여인들로부터 획득된 것으로 버클리 연구팀은 이 여인들의 미토콘드리아 속에서 발견되는 DNA를 비교했다.

미토콘드리아 속의 DNA는 부모 양자 중 어머니로부터만 물려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돌연변이가 생겨나지 않는 한 한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버클리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이러한 돌연변이의 주기는 아주 일정해 수천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며 따라서 이 현상을 분자시계(molecular clock)로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각 민족을 구별짓게 하는 돌연변이의 수를 모두 헤아린 뒤 이만한 변화가 나타나려면 얼마만한 시간이 걸렸겠는가를 역으로 따져 인류 최후의 공동조상이 살았던 시기를 추정해 낸 것이다.

이렇게해서 이땅에 성경이 아닌 과학적 설명으로 인류의 조상 아프리카인 이브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됐다. 하지만 기쁨을 함께 나눌 동반자가 없다면 이브의 국제적인 명성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과학자들은 곧 남자조상 아담을 찾는 일에 열중했고 이제 한 프랑스인 유전학자가 그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인류의 남자 조상 아담은 1백 퍼센트 틀림없이 아프리카의 피그미였다." 진화유전학자인 제라르 뤼코트는 자신있게 잘라 말한다. 파리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는 인류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남자의 丫염색체를 이용했다.

1985년에 뤼코트와 그의 동료들은 50명의 파리 남자들로부터 16개의 특징적인 丫염색체를 분리해냈다. 이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이 염색체들의 원형(master type)이라고 할 수 있는 하플로타입13(haplotype ⅩⅢ)을 검출해낼수 있었다.

다음 작업으로 뤼코트는 현존하는 세계 각 민족들의 丫염색체를 이 원형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9년 그는 세계 어느 민족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아카 피그미(Aka Pygmy)족에게서 이 원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피그미들이 아프리카의 가장 오랜 원주민이라는 사실까지 들어 이들이 세계각국으로 퍼져나가면서 하플로타입도 전파됐을것이라고 주장한다. 丫염색체가 일정한 주기를 두고 변화되는 점을 감안해 계산한 결과 그들이 살았던 연대 역시 이브와 같은 20여만년 전이었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뤼코트의 주장이 너무 성급한 것이라고 걱정한다. 하버드대학의 유전학자인 로버트 도릿은 "Y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뒤섞인 염색체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 丫염색체의 돌연변이는 미토콘드리아 DNA 보다 더 천천히 일어나서 그 차이를 파악하고 해석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뤼코트는 염색체 여기저기에서 반복되는 DNA서열에 유도되는 분자를 자료로 이용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민족에게서 나타나는 차이나 공통점을 발견해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가계도를 다시 그려야만 한다.

뤼코트는 현재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보다 정밀한 연구결과를 만들고 있다. 어쨌거나 아카 피그미족은 인류의 남자조상으로, 현재까지는 경쟁자 없는유일한 후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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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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