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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오퍼튜니티

개요 2003년 7월 8일에 발사돼 이듬해인 2004년 1월 25일 화성 메리디아니 평원에 착륙한 탐사 로봇. 길이 1.6m에 무게 약 175kg. 움직이는 속도는 초속 5cm. 1월 4일 착륙한 ‘스피릿’과 쌍둥이 로봇. 예상 탐사 기간은 90화성일(1화성일=24시간 37분 23초)이었지만 지금도
활동중. 9대의 카메라와 과학연구에 필요한 현미경, 적외선 분석장치, 로봇팔 장착. 어깨· 팔꿈치·손목 3개의 관절로 이뤄진 로봇팔은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화성의 토양을 채취. 팔에 달린 카메라는 360˚회전 촬영해 암석 표면을 현미경 수준으로 확대한 컬러 영상을 얻음.

임무 성과 화성 토양 분석 결과 화성 표면에 적철석이 존재하는 것을 밝혀냄. 과거에 물이 존재했다는 가설을 만든 계기가 됨.

특이점 2004년 1월 21일부터 쌍둥이 로봇 스피릿에 에러가 발생하고 오퍼튜니티는 관절 이상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음. 오퍼튜니티는 지금도 여전히 화성 사진을 지구로 전송 중.



2012 큐리오시티

개요 2012년 8월 5일 착륙 예정인 NASA의 최신 화성 탐사로봇. 기존 화성 탐사로봇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력원. 태양전지판이 아닌 핵에너지(플루토늄-238)를 동력으로 사용. 무게 900kg에 길이는 약 3m. 높이 2.1m 폭 2.7m. 이동 속도는 약 초속 4cm. 17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으며 2.1m 크기의 로봇팔을 보유. 57kg에 이르는 첨단 과학센서 및 실험장비도 10종류가 있음. 로봇팔에 달린 드릴을 이용해 암석을 약 5cm 뚫어 성분 분석. 착륙 지점은 화성의 게일 크레이터. 화학카메라 ‘켐캠(ChemCam)’이 발군. 레이저·망원경·카메라·분광사진기로 구성된 켐캠은 암석에 100만W의 적외선 레이저를 발사해 최대 7m 밖의 암석성분을 파악. 암석에 피어오른 불꽃을 촬영한 뒤 빛의 파장을 분석.

운용 기간 1화성년(687일) 이상. 총 이동 가능 거리 최대 20km. 참고로 스피릿·오퍼튜니티는 발사 당시 임무 기간은 3개월. 하루 이동 거리는 1.6km였음. 4.8kg의 플루토늄-238을 원료로 하루 2700Wh의 전력을 생산하는 덕분에 가능함. 스피릿에 쓰인 태양전지의 3배에 달하는 발전량.

착륙 지점 화성 적도 아래 부근 게일 분화구(크레이터). 물이 흐른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인 동시에 생명체 존재의 단서를 발견할 최적의 장소.

주요 임무 화성 생명체 존재 여부 파악. 기온과 습도, 바람 등 기후관측 장비로 화성 대기 분석. 화성 암석 및 토양 채취 분석.



흥분, 두려움, 무의식 몇 시간이 흘렀을까. 3시간? 4시간? 아니 며칠이 지났을지도 모른다. 분명 여긴 행성 전체가 붉은빛을 띠는 화성 표면이다. 차갑고 적막하다. 먼저 방문한 바이킹, 피닉스, 소저너, 스피릿, 오퍼튜니티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갑자기 왜 이렇게 진지해졌냐고? 발사 때 보여줬던 패기와 배짱은 다 어디로 갔냐고? 꿈쩍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성 표면에 덩그러니 남아 있으니 긴장돼서…. 현존 최고의 우주로봇이지만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것은, (그것도 혼자) 흥분되기도 하지만 두려운 일이야. 그러니 내 설명이 좀 딱딱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오퍼튜니티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는데 어디쯤 있을까. 착륙 지점 근처에서 멀리 벗어나지는 못했을 텐데…, 만나보고 싶다. 나는 계획대로 게일 크레이터(분화구) 근처에 착륙한 걸까. 모든 게 궁금하다. 움직이고 싶지만 내 멋대로 움직일 순 없다. 지구에서 교신이 와야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나는 로봇일까 또 시간이 지났다. 몸에 붙어 있는 수많은 장치들. 그 중에는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깨어 있는 녀석이 있다.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난 아직 거동도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장비의 이름은 RAD,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는 장비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날아오는 동안 태양계의 방사능 수치를 조사하는 게 이 녀석의 임무다. 그러니 출발할 때부터 일을 했을 수밖에. 태양 또는 더 멀리 떨어진 초신성으로부터 발생한 고 에너지 방사능을 분석해 지구로 정보를 보낸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나중에 태양계의 여러 행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때 참고할 것이다. 우주인들이 방사능에 피해를 입지 않게 우주선이나 우주복을 설계하는 데 활용한다는 얘기다. 물론 내가 있는 화성 표면의 방사능 수치도 조사하겠지. 약 3조 원 가까이 비용을 들여 나를 만들었으니 시쳇말로 ‘뽑아 먹을대로 뽑아먹는’ 거겠지. 나는 정말 그냥 로봇일까, 아니면 걸어다니는 실험실일까. 아무리 봐도 후자에 가깝게 느껴진다.

5일 움 직 이고 싶다. 너무 답답하다. 며칠이나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걸까. 정확히 5일이 흐른 것 같다. 바퀴가 닿아 있는 화성 표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밤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긴 했는데 딱히 위험하진 않다. 여기 오기 전에 들은 게 있다. 내가 착륙에 성공하더라도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난 그만큼 예민하다고. 이제 5일째니까 뭔가 변화가 있을 테지. 그러고 보니 움직이지만 않았을 뿐 내 머릿속은 자동으로 시스템을 점검하는 듯 보였다. 내 머릿속에 별도 프로그램을 집어넣었겠지. 어디 보자. 다른 건 잘 모르겠고 6개 다리가 잘 펴진 채로 착륙했는지 궁금하다. 하나라도 펴지지 않았다면 낭팬데…. 편안하게 5일을 보낸 느낌이 드는 걸 보니 다리가 잘 펴진 것 같다. 내가 어디에 착륙했는지 인간들이 분석도 해야 할 텐데. 가능한 빨리 착륙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내야겠다. 그래야 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사진을 어떻게 지구로 보내지? 갈수록 태산이다.

데이터를 보내는 첫경험

찬찬히 살펴보니 내 몸의 윗부분에는 동그란 원통형의 안테나와 접시 모양의 안테나가 붙어있다. 이 작은 안테나로 지구와 통신을 할 수 있을까. 겁부터 덜컥 난다. 걱정했던 것도 잠시, 안테나 하나가 갑자기 반응을 보인다. 주인공은 낮은이득안테나(LGA). 그게 뭐냐고? 우주 탐사에 주로 사용되는 안테나로 넓은 파장의 신호를 전송한다.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퍼지든 간에 지구에 도달한다.

LGA가 드디어 착륙할 때 찍었던 이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전율이 느껴진다. 몇 분 후면 내 위치를 파악할 것이다. 그 전에 알아야 할 게 내 몸에 있는 안테나만으로는 지구와 교신하긴 힘들다는 점. 몇 년째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 ‘마스 오딧세이’가 신호를 중개하지.

아, 얼마나 흘렀을까. 드디어 다른 쪽 안테나가 반응을 시작한다. 바로 높은이득안테나(HGA). 이 녀석이 반응한다는 건 내가 움직일 때가 됐다는 뜻. 많은 데이터를 한 번에 많이 보낼 수 있다. 내 몸의 다양한 실험 장비를 가동해 얻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슬슬 몸을 풀 시간이 된 건가. 아니지. 그 전에 일단 구경부터. 움직여 볼까.

처녀주행…“난 스피릿과는 달라”

“LGA, HGA안테나 이상무. 교신 이상 없음. 현재 위치 확인. 게일 분화구 아래 평지로 확인. 수신 이미지 대조. UHF안테나 체크. 이상무….”

어지러운 소리들이 들린다. 15분 동안 진행된 지구와의 교신은 짧았다. 15분 동안 진행됐다기보다 주고받는 데 15분 가까이 걸렸을 터. 매일 두 번씩 이런 교신을 주고받는다. 머리를 들어올렸다.

머리에 달린 카메라에는 장면 스캐닝 장비와 자동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가 있어 이동경로와 목표를 알려줘. 최대 50m 전방까지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 자동으로 계산해 주거든. 대략 쉬지 않고 20분간 움직일 수 있는 경로를 미리 계산해 주는 셈이지. 내 바퀴는 이전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지면과 내 몸체 사이 거리가 60cm. 헛! 자랑하는 사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돌덩이가 바퀴 사이에 걸렸다.

당황하지 말자. 자, 앞바퀴의 회전력을 높여보자. 회전 반경이 큰 뒷바퀴를 들어올리기만 하면 돼.

침착하기만 하면 크게 문제될 것 없겠다. 하긴 이론적으로는 경사 45˚인 지면도 올라갈 정도니까. 물론 안전을 위해 경사 30˚까지만 움직이긴 하지만.
 
스피릿은 모래 구덩이에 바퀴 한쪽이 빠져서 꼼짝달싹하기 어려웠다지. 당시 경험이 내 바퀴를 크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지. 고마워, 스피릿.

‘매의 눈’으로 샅샅이

이제 슬슬 활약해 볼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사진 전송. 스피릿·오퍼튜니티의 주요 임무였다. 누누이 강조했듯 물론 난 그들과는 다르다. 2개의 렌즈가 달린 카메라(MastCam) 중 하나는 HD급 고화질 영상을 초당 10프레임의 성능으로 찍는다. 내부에 저장장치가 따로 있는 것도 백미. 수천 장의 사진과 몇 시간 분량의 HD급 동영상을 저장했다가 지구로 천천히 전송할 수 있다.

이게 끝일까. 지질학자들의 필수품인 확대경(MAHLI)도 갖고 왔다는 말씀. 확대경으로 화성 암석, 표면의 자갈, 먼지 등 광물의 질감이나 구조를 가깝게 볼 수 있다. 4cm 범위의 물질을 자동초점으로 확대해서 보여준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12.5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인 물질의 컬러 이미지를 찍는다. 거의 현미경 수준. 가만 있자.

저쯤이 좋겠군. 일반 카메라에 플래시가 있다면 내 카메라에서는 가시광선과 자외선이 나온다. 저기 퇴적물에 비춰볼까. 인간들이 그토록 바라는 물의 흔적을 찾으면 좋으련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을 터.

레이저로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며칠이 흘렀다. 이제 본 게임을 시작해볼까. 어디가 좋을까. 저기 약간 비스듬한 곳을 목표로 잡아보자. 화학카메라(ChemCam)가 활약해 줄 때다. 몸이 순간 뜨거워진다. 지~이잉 소리와 함께 100만W 에너지를 담은 적외선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레이저의 사정거리는 최대 7m. 암석 표면이 탔다. 재빨리 불꽃을 촬영하고 빛의 파장을 분석해봤다. 풍화된 흔적이 남아 있을까. 스피릿이나 오퍼튜니티보다 5~10배 작은 원소까지 구별할 수 있을테니 뭔가 나오겠지.토양 샘플도 채취해볼까.

로봇팔을 움직여보자. 일단 샘플을 채취해 보고 분석 결과가 신통찮으면 또 채취하면 되니까 문제 없다. 여러번 반복해서 채취하고 스스로 분석할 수 있다는 얘기. 오퍼튜니티는 뭐, 비교가 안 되는 얘기다.

화학광물학실험장비(CheMin)을 이용하면 생명체가 살았던 과거 화성 환경을 드러내주는 광물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화성에서 발견된 광물은 감람석, 휘석, 적철석, 침철석, 자철석 등이었지. 지금 채취한 샘플은 무엇일까. 샘플에 X선을 쏘아보자. 그런데 헉! 이것은… 석고다. 석고는 칼슘과 황, 물을 함유하고 있는 광물이지 아마. 석고를 발견하면 지체없이 교신하라 했는데 하루 두번 진행되는 교신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안타깝다. 경석고는 물 없이 칼슘과 황으로 이뤄진다. 나는 이 둘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결국 생명체를 유지했을 과거 화성 환경의 지표가 되는 광물 단서를 새로 찾은 셈이다. 사진과 결빙 흔적, 적철석만으로 유추했던 물의 존재를 알리는 단서가 새롭게 밝혀지는 걸까.
탐사 시작한 지 며칠만의 쾌거다. “화성에 물이 있었어요! 지질학적 단서가 새로 나왔어요!” 나 혼자 외치기에는 너무 아깝다.

인간은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10분이면 충분하다. 화성 암석에 있는 원소를 파악하는 데까지. 알파입자X선분광기(APXS) 덕분이다. 소저너, 스피릿, 오퍼튜니티에도 이 장비가 실렸지. 방금 채취한 암석 샘플을 APXS로 분석해 들어갔다.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뤄진 알파입자와 X선을 샘플 표면에서 만나는 느낌이 짜릿하다. 샘플의 전자가 떨어져나가고 X선이 방출되면서 고유의 에너지가 나왔다. 어떤 원소의 고유 에너지일까. 소듐(나트륨)일까.

여러 장비를 거친 토양과 암석 샘플은 결국 증발돼 버리고 말았다. 증발된 가스에서 메탄, 수증기, 이산화탄소를 구분해야 한다. 탄소와 질소, 산소 동위원소 함유량도 초미의 관심사다. 방금 열거한 원소들이 생명체 존재 여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리라.

계획된 여정의 100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다.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있다. 이 척박한 붉은 대지에 인간이 과연 살 수 있는 것일까. 아직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인데…. 물론 난 코끼리 코 정도는 찾아낼 능력이 있지만 말이다.

영하 100℃와 모래 폭풍

밤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춥다. 내가 착륙해 활동하고 있는 게일 분화구는 적도 근처라 그나마 괜찮다고 하지만, 낮에는 30℃ 밤에는 영하 127℃를 오르내린다. 오늘밤 기온이 딱 영하 125℃다. 내가 착륙한 이후 가장 추운 밤이다. 내 뇌는 괜찮은 걸까. CPU 등 부품들이 얼진 않을까 걱정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다. 원자력 전지에 필요한 전력을 만들 때 생기는 폐열이 차디찬 밤에 나의 버팀목 .

갑자기 로버환경모니터링스테이션(REMS)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장치는 매일 대기압, 습도, 자외선지수, 풍속, 방향, 지온, 기온 등 내 주위 모든 환경을 측정해 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그런데 지금 왜 갑자기 요동을 치는 걸까. 순간 멀리서 붉은색 점이 보였다. 그 점은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커졌다. 화성 모래폭풍이다. 시속 160km로 달려오는 모래바람이다. REMS가 요동친 이유다. 두 개의 작은 기둥이 모래 폭풍에서 만들어지는 공기의 흐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나중에 인간이 화성에 올 때 모래 폭풍을 견딜 수 있는 우주복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착같이 버틸 것이다. 안타깝지만 스피릿처럼 되진 않을 것이다. 나는 현존 최고 우주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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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레디~액션! 화성 로봇의 모험
PART 1. 큐리오시티의 화성 탐험기
Bridge. 바람 타고 화성 누비는 텀블위드
PART 2. 한국 우주로봇 화성 가는 날
PART 3. 우주로봇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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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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