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사실 둥글지 않다. 지구의 인력 탓에 계란처럼 지구 방향으로 살짝 늘린 형태가 됐다. 표면도 마냥 곱지는 않다. 현무암으로 뒤덮여 검은 얼룩처럼 보이는 ‘달의 바다’와 우둘투둘한 운석 구덩이가 빼곡하게 뒤덮고 있다. 한가위 하늘을 휘영청 밝히는 보름달은 불완전하고,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 달의 검은 얼룩을 보며 한국에선 토끼를 떠올리고, 북아메리카에서는 늑대를 피해 도망간 두꺼비를 떠올리는 것처럼.
조선시대부터 서민들에게 사랑받아온 ‘달항아리’도 마냥 둥글지는 않다. 어딘가 찌그러진 것처럼 보이고, 얼룩도 많다. 오늘날까지 널리 사랑받는 달항아리의 인기 비결은 달과 같이 불완전하나 넉넉한 맛에 있다.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도 마찬가지다. 살짝 이지러진 형태의 항아리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에 따라 의도적으로 불완전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1400℃의 고온으로 구우면서도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표면이 불균일하다. 어느 곳은 매끈하고, 어느 곳은 거칠다. 모든 것이 넉넉한 한가위, 만물을 부드럽게 비추는 달의 불완전한 매력이 땅 위 달항아리에 고스란히 내려앉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