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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밖 세상의 화학 탐구

⑤ 과학 - 화학 분야



화학 분야의 포트폴리오는 기본적으로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이론탐구 유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번 호에서는 실제 영재고에 합격한 학생들의 화학 영재성 입증 포트폴리오를 살펴본다. 이 자료를 통해 어떻게 탐구해야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지 알아보자.

※ 이 코너에서는 실제 영재고, 과학고 합격생들의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서 중등 영재들의 수학, 과학 탐구활동을 돕고 포트폴리오를 더욱 충실하게 만들 다양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화학은 재미있는 실험이 많기 때문에 중학교 과정보다 상위 과정의 흥미로운 실험을 선택해서 하기도 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각종 폐기물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인지 키트 형태의 실험 도구를 이용해서 주변 환경을 조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은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것들이다.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날카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상록수의 잎은 왜 얼지 않을까
이번 포트폴리오는 두 명의 학생이 함께 작성했다. 제목은 ‘상록수의 잎은 왜 얼지 않을까?’이다. 상록수란 항상 푸르른 잎을 갖고 있어서 상록수라고 불린다. 대다수는 이러한 상록수가 푸른 사실을 당연하게만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생활 속의 당연한 통념을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뒤집어 생각하고,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일에서도 중요한 논리적 인과 관계를 찾아낼 수 있다.

탐구 주제 및 동기
상록수의 잎은 왜 얼지 않을까? 일반적인 활엽수들은 겨울이 오기 전 모두 낙엽을 떨어뜨리는 데 반해 잎이 뾰족한 상록수들은 겨울에도 잎을 유지한다. 단순히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설명하려는 탐구 동기가 강하게 작용했다.

사전 조사
•상록수가 얼지 않는 이유
- 겨울에도 따뜻한 날에는 광합성을 함
- 녹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잎의 당분 농도를 증가시킴으로서 잎의 어는점을 낮춤

•어는점내림
- 용액의 어는점과 용매의 어는점의 차이
- 용질의 입자 수에 의존한다. : 몰랄 농도에 비례
ΔTf(어는점내림)=m(몰랄농도)*Kf
Kf : 몰랄 내림 상수

두 학생은 상록수가 얼지 않는 이유를 광합성과 세포내 포도당 농도, 그리고 어는점내림에 의한 효과에 연결시키면서 생물학과 화학을 아우르는 탐구를 시작했다. 물론 상록수가 얼지 않는 이유가 앞에 언급된 것들만은 아니지만 두 학생은 이를 바탕으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가설을 제시했다.

가설 설정
- 상록수가 아닌 잎은 녹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요오드팅크 반응만 일어나야 한다.
- 상록수의 잎은 녹말이 포도당으로 분해됐을 것이므로 베네딕트 용액 반응만 일어나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상록수를 상록수가 아닌 일반 낙엽수와 비교함으로써 비교군을 제시했다. 제안한 가설을 베네딕트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실험을 수행하려고 한다면 결과를 되도록 정량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는 yes/no로 결정되는 정성적인 결과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비교군이나 대조군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가설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실험 결과 상록수와 낙엽수의 차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실험에 실패하면 자신의 가설을 뒤집거나 탐구를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자신들의 실험을 개선해서 좀더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여 했다. 문헌 조사와 실험을 통해 베네딕트 용액의 반응 한계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실험 계획 및 수행


요오드팅크 용액을 이용해서 녹말을 검출하는 방법과 베네딕트 용액을 이용해서 포도당을 검출하는 반응을 상록수의 잎과 상록수가 아닌 활엽수의 잎에 대해 수행하고 그 차이를 확인하려고 했다.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록수와 활엽수에 차이가 나타나야 하는데 정교한 실험을 위해 실험 방법을 수정해 재실험했다.

•녹말/포도당 재실험의 개선점
- 포도당 실험에서 정확성을 위해 식물(상록수와 상록수가 아닌 것)의 잎을 빻아서 실험했다.
- 베네딕트 반응을 시킬 때 직접 가열했다.
(전 실험에서는 물 중탕을 함)
- 에탄올 탈색 기간을 20분에서 하루로 늘렸다.


개선된 실험을 수행하면서 결국 상록수와 낙엽수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결론을 내고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녹말/포도당 재실험 결론
- 상록수가 아닌 잎에서는 베네딕트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상록수에서는 베네딕트 반응이 일어났다. (상록수는 겨울철에 녹말을 분해해 포도당의 농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증명함)

•상록수의 잎이 얼지 않는 이유
ΔTf(어는점내림)=m(몰랄농도)*Kf의 식에서
몰랄 농도=용질의 몰수/용매의 질량
따라서 녹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입자 수, 즉 몰수가 커지기 때문에 몰랄 농도가 커짐
→ 어는점내림 효과가 커져서 식물의 잎이 잘 얼지 않는다.

문헌조사 병행해야 더 좋은 탐구활동
학생들은 이 실험을 통해 상록수는 겨울철에도 광합성을 수행하고 그 결과 만들어진 녹말을 스스로 분해해 수용성인 포도당을 만들어서 영하의 온도에서도 잎이 얼지 않게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두 학생은 구체적인 실험 계획을 세우고 자세한 문헌 조사를 통해서 실험 방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찾아낸 탐구 과제를 멋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좀더 정량적인 접근으로 들어가서 상록수 잎의 어는점을 측정해보고, 이를 위한 포도당 농도를 이론값으로 구하거나, 실제 반응 결과를 정량화하는 데 성공했으면 더욱 알찬 결과를 이끌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한 뒤 탐구 계획을 수행하고, 피드백을 거쳐서 결론 도출까지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 학생들은 탐구의 즐거움을 충분히 깨달았다.

과학은 알고 있는 지식들을 이용해 세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그 과정에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한다. 실험은 나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좋은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헌조사와 같은 전통적인 학습을 통해 지식을 연결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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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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