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012년 08월 과학동아

큐리오시티~, 큐리오시티! 아직도 저기서 맴돈단 말이야? 하여간 꼼꼼한데다 겁도 많아서는! 그래서 어느 세월에 화성을 다 탐사한담~. 이 ‘텀블위드 로버(Tumbleweed Rover)’가 큐리오시티를 도와야지. 뭐~. 난 바람만 있으면 화성 어디든 탐사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바람만 있다면 하루 수백km도 거뜬!

큐리오시티는 유명하지만 텀블위드는 낯설거야. 나도 큐리오시티와 같은 탐사로봇이란다. 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가 만들었어. 지름 5m에 약 20kg으로 커다란 공처럼 생겼어. 다른 로봇과 다르게 배터리 없이 바람을 추진력 삼아 이동하지.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가기도 하고 통통 튕기며 이동해. 그러다가 탐사지역이 나오면 가스를 빼서 멈춘 뒤, 몸 안에 장비를 이용해 정밀 탐사를 하는 거지. 화성은 대기가 1%에 불과하지만 예전에 바이킹 착륙선이 측정한 데이터를 보면 평균 풍속은 여름에 초속 2~7m, 가을에 5~10m, 모래 폭풍이 불 때는 17~30m, 고위도에서는 110~130 m나 되거든. 덕분에 큐리오시티는 하루에 기껏 몇 백m, 2년간 화성에서 지내도 반경 수km 밖에 못 움직이지만 나는 하루에 수백km도 거뜬히 이동한단다.

못 믿겠다고? 왜 이러셔~! 지난 2003년에는 모하비 사막에서 약 400m 높이의 모래 언덕을 달리면서 터지지 않았고 경사진 모래 벼랑도 잘 올라갔어. 2004년 그린란드에서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10일간 130km나 이동했다고! 최대 이동 속도는 시속 17km, 평균 7km로 이동하면서 20분마다 위성으로 GPS와 함께 탐사 정보를 보냈단다. 남극에서는 영하 40℃의 환경에서 2000km나 이동하면서 대기성분을 분석하고, 온도와 압력, 자기력을 측정하며 대륙을 횡단했지. 다음번에는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빙하의 두께도 측정할거야. 또 빙하시추기를 설치해 빙하 코어도 뽑아내면서 기후변화 연구를 도울거야.

암석과 구덩이 가득한 거친 지역도 탐사

난 큐리오시티나 스피릿이 갈 수 없는 곳도 탐사할 수 있어. 화성 표면의 대부분은 경사가 약 25° 되는 암석으로 덮여 있어. 큐리오시티는 암석이나 구덩이가 나오면 피해서 돌아가지. 암석을 넘다가 고장날 수가 있거든. 그러니 암석이 많아 경사가 심한 곳, 돌풍이 많이 부는 곳은 바퀴형 로버가 가서 탐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온도가 너무 낮아도 안되고.

하지만 나는 좀 다르지. 통통 튀어서 장애물을 건너뛰거나 오히려 이를 점프대 삼아 더 멀리 튕겨나갈 수 있거든. 바람에 밀려 암석을 부드럽게 넘어 갈 수도 있고. 안드레 마조레니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달 텀블위드가 화성에서 움직일 때 가장 다양한 방향으로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설계에 대해 발표했어. 보통 지름이 길수록 바람을 많이 받고 무게가 작을수록 가벼워서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데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지름과 무게를 찾은 거지. 시뮬레이션 결과, 지름 5m에 20kg이 최고의 조합임을 밝혀냈단다.

또 소재는 헬멧에 주로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썼어. 단단하면서도 열에 강하고 유연해서 암석에 부딪혀도 찢어지지 않아. 오히려 튕겨 움직인단다. 게다가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동력장치가 필요 없어서 비용도 적게 들어. 장비는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는데 지금은 지표두께와 지표 몇 십m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지표투과 레이더와 지형의 자기장을 알 수 있는 자기력계가 탑재돼있어. 기본적으로 풍속과 온도, 대기성분을 측정할 수 있고 말이야. 이렇게 얻은 정보는 위성을 통해 지구로 보내는 거지.

정신없이 굴러오다 보니 모르는 곳까지 왔네…. 흠…, 여기가 어디지? 화성의 극지잖아. 얼음을 분석해서 미생물을 발견한다면?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도 찾을 수 있을거야! 벌써부터 흥분되는데! 그럼 탐사를 시작하러 난 이만 가볼게! 내일 신문 1면에서 나의 활약상을 읽어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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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 바람 타고 화성 누비는 텀블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