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문명의 획기적 발전이 이루어졌던 시대에는 그 배경으로 새로운 소재의 발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문명의 개화기에는 청동기와 철기의 발명이 있었고, 근대 산업혁명기에는 철강, 20세기 전자시대에는 실리콘반도체의 개발이 뒷받침 되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또한 21세기 고도정보화사회, 복지사회의 구현에도 전자 생명공학과 더불어 신소재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소재를 종래에는 없던 새롭고 획기적인 특성 및 용도를 창출시킨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라고 볼 때, 신소재의 개발에는 축적된 기초과학기술, 생산기술 및 상품화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 조건들을 갖춘 미국 일본 서구 등의 기술선진국들이 신소재기술을 주도하여 왔다. 선진국들에서 70년대 이후 개발돼 실용화된 대표적 신소재들을 살펴보면 (표)와 같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 신소재들의 상당부분에 관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뒤따라야…
선진국들의 신소재산업이 최근 성장기에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제 기술 도입기에 진입하고 있는 단계이므로 선진국과는 아직 기술 격차가 큰 실정에 있다.
그렇지만 80년대 들어 개발한 일부 신소재들은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개발, 산업화된 주요 신소재들은 정부 지원하에 출연연구소와 관련기업의 공동연구로서 이루어진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반도체 도선용의 구리계 리드프레임합금(PMC102)은 KAIST(한국과학원)와 풍산금속이 개발, 국내 공급은 물론 서독에 기술수출을 하였다. 또 반도체용 세금선은 미경사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MM(한국기계연구소)이 공동 개발하여 국내 반도체회사들에 공급하고 있다. 골절환자 치료용의 생체금속은 KIST와 세신실업, VTR헤드드럼은 KIMM과 삼성공업, 테니스라켓 및 골프채용의 섬유강화 복합재료는 KIMM과 한국화이버가 공동 개발하여 생산 중에 있다. 세라믹 절삭공구는 KIST와 쌍용양회, 콘덴서용 금속증착박막은 KIST와 성문전화학이 개발하여 기업화에 성공하고 있다.
또 KIST와 코오롱이 공동 개발한 아라미드펄프는 국내 최초로 미국의 물질특허를 획득한 바 있고, KIST와 금성알프스가 최근 개발한 VTR헤드용 Mn-Zn 단결정페라이트는 생산기술 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위의 재료들 중 PMC102, 세라믹 절삭공구, 아라미드펄프 등은 미국 등으로부터 특허도 획득하는 등 독창적인 신소재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항공기용 니켈계 초내열합금, 가전제품용 형상기억합금, 통신기용 비정질합금, 가스센서용 세라믹스, 합성 몰라이트, 인공신장용 고분자재료, 코폴리아미드, 반도체용 실리콘 및 GaAs 단결정 등 많은 신소재들도 거의 세계적인 기술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90년대의 신소재 개발동향을 생각해 보면 우선 기능면에서 신기능화 극한기능화 복합기능화가 예상된다. 형태면에서는 경박단소화에 의한 소형 컴팩트화 및 복합구조화가 전망된다.
그러면 9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신소재가 유망하고 개발되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소재는 그 특성상 기계 및 부품에 내장되어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므로 유망 신소재를 도출하려면 후방산업의 발전전망과 연계시켜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90년대의 가장 유망한 신소재분야는 전자·통신과 관련된 정보산업분야가 일차적인 대상이 된다. 그 이유로는 80년대 후반 이후 전자·정보산업이 우리나라 최대 산업으로 부상한 점과 90년대 이후 성장속도가 가장 높고 신소재의 개발 영역이 가장 광범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자·정보산업에는 (표)에 제시한 신소재의 약 2/3가 관련되고 있으나, 그중 핵심적인 개발 대상 신소재만을 간단하게 제시해 보기로 한다. 우선 반도체재료로서 고온에서도 고속 정보처리가 가능한 화합물반도체가 있으며, 여기에는 GaAs, Hg-Cd-Te재료가 유망하다. 소자면에서는 3차원소자 생물소자 등이, 광소자용으로는 비정질실리콘이 유망하다.
정보기록용재료로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광자기재료, Co-Cr 등을 이용한 수직기록매체, DAT와 8mm VTR용의 Fe-Co도포 메탈테이프, 하드디스크용의 Ni-Co-Cr박막 등이 유망시 된다. 또한 헤드재료로서 비정질합금 센더스트 등의 박막합금들도 성장이 기대되는 재료다.
칩전자부품재료로서는 유전세라믹스 반도성세라믹스 금속계 저항박막 패키징재료 도전성폴리머 자성박막 및 후막재료 등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외에 전자기기용 구조재료로서 전자파 차폐재료, 경량 고강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복합재료 등도 성능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폐수처리를 돕는 재료도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로서 항공산업이 있으면 여기에도 많은 신소재의 개발이 요구될 것이다. 동체용으로는 Al-Li합금을 위시한 경량 고강도 알루미늄합금, 내열성이 좋은 티탄합금, 경량의 복합재료 및 초소성합금이 개발대상이다. 엔진용으로는 니켈계 초내열합금, 랜딩기어용인 초고장력강의 국산화가 시도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산업용으로는 최근 연구가 활발한 산화물계 고온초전도체의 실용화, 무공해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수소저장합금, 원자력발전용의 방사능 차폐재료, 폐수를 활용하는 열전재료 등의 산업화가 기대된다.
코앞에 닥친 21세기에는 의료·복지문제가 더욱 중요시 된다고 볼 때 인간의 손상된 신체기능을 보완해 주는 인공장기 인공뼈 등 생체주입재료, 의료기기용 진단 재료, 공해방지용 촉매 필터 분리막재료, 공해물질의 처리를 위한 생물·화학재료 등의 신소재들도 90년대에는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열거한 신소재들을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개발, 실용화하는 데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장애물들이 가로막고 있다. 이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신소재 기술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첫째 첨단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예견하고 이에 필요한 신소재들을 도출,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해야 한다. 둘째 신소재기술 개발을 한층 촉진시킬 수 있는 기초연구의 활성화, 고도의 연구장비 확보, 기술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관련부품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실험실에서 개발된 신소재를 효율적으로 실용화시키기 위한 제도가 산업계 학계 정부를 망라한 차원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넷째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신소재를 국제협력을 통해 도출하고, 국제분업화된 생산기지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신소재산업은 미래 첨단산업 발전의 관건을 쥐고 있는 핵심산업으로서 장차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한국과학기술계는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한층 강화된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