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K S램, 핵자기공명진단장치개발에 성공
●90년까지 박사급 8백여명 추가유치
●그룹매출액의 7% 투자계획
R&D 연구개발을 의미하는 이 한마디에는 현대의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쏟는 무한한 노력이 담겨져 있다. 눈부시게 변화하는 첨단과학기술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R&D야말로 결정적인 승부수인 셈이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2만평의 대지에 우뚝선 7층의 럭키금성제1연구단지(연건평9천7백평)는 우리나라의 기업이 사운을 걸고 기술개발싸움에 뛰어들었음을 상징하는 국내최대의 민간기업연구소다.
"금성반도체 금성통신 금성정밀 금성전기 금성전선 등 8개의 그룹산하기업 연구소와 럭키금성기초연구센터를 이곳으로 통합, 국내최대규모의 연구단지로 만든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즉, 소재산업 등 기초연구분야와 전자·전기·통신 등 첨단산업부문의 기술을 상호결합, 연관개발효과를 높이고 공동연구개발체제를 이룩한 것이다. 미국의 '벨'연구소나 일본의 '히다찌'연구소와 비교할 수 있는 기업연구단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게 차유배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이 연구단지가 단순히 규모만 큰게 아니고 우수한 연구인력의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선두주자임을 강조한다. 현재 박사 30명 석사 2백50명 등 9백여명의 연구인력을 포용,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 서울근교에 대규모연구단지를 세운 것도 고급연구인력의 확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다.
전자·전기·통신연구의 중심지
이처럼 규모가 큰 연구소답게 실제연구분야도 광범위한 게 이 연구소의 특색이다. 그동안의 주요연구개발실적만 일별해봐도 핵자기공명진단장치 빌딩자동제어장치, 64K S램과 최첨단완전디지탈전자교환기인 5ESS, 광통신단국장치 그리고 컬러레이더어군탐지기 등 해양전자장비와 장파장광섬유케이블 CO₂레이저 등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서도 특기할 만한 것으로는 64K S램과 최근 개발한 1메가 롬 핵자기공명진단장치 그리고 CO₂레이저를 들 수 있다.
64K S램은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에 성공, 256K D램개발에 버금가는 국내반도체산업의 개가로 꼽히고 있다. 84년 5월 미국에서 귀국한 최민성박사를 중심으로 박영준박사 하용안 김흥식 김동찬씨등 선임연구원들이 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불과 수개월만에 최첨단선진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
S램은 전원이 끊어질 경우 재충전하지 않아도 되는 스태틱램으로서 널리 쓰이는 IC는 아니지만 고속,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IC.
"라이프 사이클이 극히 짧은 반도체산업에서 선진국의 기술독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범용IC(예를 들어 D램) 생산에 주력하기 보다는 주문형 IC에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최민성 박사의 말이다. 1메가 롬도 마찬가지 경우.
과학기술연구소(KAIST)의 조장희박사팀과 연구단지쪽의 강인구(금성통신연구소장) 이흥규(선임연구원) 김인종(수석연구원) 등 대거 50여명의 연구팀이 함께 개발해낸 핵자기공명진단장치(NMR-CT)는 최첨단의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4개 병원에 설치돼 임상진료에 이용되고 있는 NMR-CT는 인체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으면서 임의의 단면을 촬영할 수 있어 획기적인 진단술로 각광받고 있다.
종래의 CT(전산화단층촬영)나 초음파검사법이 장기나 조직의 형태학적 변화를 진단하는 방법임에 반해서 이 장치는 이보다 한단계 앞선 병변 즉, 형태학적 변화가 생기기 이전의 대사 또는 기능의 변화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감염 경색 출혈 부종 종양 등 각종 질환을 진단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90년까지 1조 1천여억원 투자
안양연구단지의 기술개발중 빼놓을 수 없는 것중의 하나가 CO₂레이저발진기. 진공상태의 공진기 안에 미량의 CO₂분자를 넣고 고전압을 가한 후 전류조정을 통해 레이저빔을 발생시키는 장치다.
물론 세계적으로는 20여년 전에 개발된바 있고 국내학계에서도 5, 6년 전부터 연구해왔지만 산업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모델로 개발해낸 것은 매우 의의있는 일이라는게 김도열개발팀장의 설명이다. 이 CO₂레이저를 이용하면 반도체가공 같은 정밀작업이나 각종 공장에서의 절단작업을 손쉽게 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술용 메스에도 응용하는 등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현재 테스트단계로 86년에는 모델화가 끝날 예정.
럭키금성제1연구단지의 관리책임자인 김홍식이사는 앞으로의 연구소발전계획에 대해 "90년대에 이르면 그룹총매출액의 7%를 연구개발부문에 투자할 계획이어서 이 연구소의 규모도 현재보다 몇배 커질 전망이다. 연구인력확보만 해도 박사급을 86년에 60명, 88년에 1백50명 등 90년까지 8백여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연구개발비도 85년의 8백억원 투자에서 86년 1천3백억, 87년 1천6백억 등 90년까지 모두 1조 1천 6백 3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 그룹산하의 연구소를 한곳에 모아 유기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럭키금성그룹의 연구개발전략의 성패가 걸린 제1연구단지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