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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현대판 ‘불로초’ 된 돼지 | ‘이종이식’이 영생 이룰까

▲Shutterstock
인류는 현재 이종이식을 포함해 3차원(3D) 바이오프린팅, 오가노이드 기술 등 다양한 갈래의 장기이식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윤익진 대한장기이식학회장 겸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기초 수준에 머무른 여타 기술에 비해 이종이식은 현재 월등히 앞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불로초를 찾는 데 일생을 바쳤던 무소불위의 권력자 진시황. 불로장생에 대한 권력자들의 열망은 기원전부터 지금껏 이어져 왔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21세기, ‘이종이식’과 ‘노화역전’이란 첨단 생명공학을 양손에 든 인류는 마침내 신의 영역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영원한 삶에 대한 꿈은 어디까지 도달했을까. 애초에 이뤄질 순 있을까. 현대판 ‘불로초’로 변모 중인 돼지를 통해 근황과 전망을 알아봤다.

 

사람과 장기 비슷한 돼지… 현대판 불로초 되다


“인간의 장기는 계속해서 이식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더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도 가능해진다.”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호기롭게 입을 열었다. 옆에서 나란히 걷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를 듣고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고 예측되기도 한다”며 화답했다. 각자 1953, 1952년생인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미 70대로 노년에 들어섰다.

 

▲동아 DB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 3일 중국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영생’에 관해 담소를 나눴다. 당시 마이크를 통해 담소가 그대로 생중계되며 한동안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당시 이들이 나눈 대화는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뭐든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독재자들의 남은 열망이 권력의 수명을 연장해 줄 ‘영생’임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것이 과거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뒤 불로초를 찾던 진시황의 서사와 겹치며, 생명연장 기술 전반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간 인류의 수명은 공중 보건과 의학, 식생활의 눈부신 발전을 통해 한 세기 만에 급격히 치솟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세기 초 미국 기준 47세였던 평균 수명은 21세기 들어 77세를 넘기며 불과 100년 만에 30세 이상 증가했다. 다만 생명연장 기술은 오로지 명줄만 늘려줬다. 건강이나 젊음, 활력은 되돌릴 수 없다. 불로장생 중 절반, ‘장생’만 어느 정도 이룬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절반인 ‘불로’를 향한 욕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열쇠는 지금 돼지가 들고 있다. 돼지를 통한 ‘이종이식’이다. 이종이식이란 말 그대로 동물의 장기나 조직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기술이다. 장기 기증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장기이식자의 평균 대기 기간은 1464일이다. 신장의 경우 대기일이 2800일 이상으로, 기다림이 8년에 육박한다.


 이런 탓에 인류는 이미 20세기부터 동물의 장기를 탐냈다.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숱한 동물 실험을 거쳤고, 그중 인간에게 ‘간택’받은 종은 바로 돼지였다. 이종 장기이식에서는 거부 반응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거부 반응은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의 면역계가 이식된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문에 장기이식에선 거부 반응을 줄이는 장기를 찾는 게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리고 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것과 닮았다. 그것도 꽤나 많이. 이는 2012년 돼지 유전자를 해석한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며 드러났다. doi:10.1038/nature11622 유전자뿐만 아니라 외형도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 장기와 크기와 기능, 생리적 특성이 유사한 돼지 장기는 사람에게 이식한 후에도 거부 반응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게다가 돼지는 번식력이 뛰어난 특성 덕분에 장기를 다량으로 공급하기 수월하다.

 

‘웨이팅’ 극심, 장기이식 대기자
▲자료: HRSA
미국 보건자원서비스관리국(HRSA)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 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증가하고 있다. 장기이식 대기자의 수는 기증자 수에 비해서 매년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미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인류 수명이 늘며 공통적으로 보이는 추세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 한국, 일본 등에서는 돼지를 이용한 이종 장기이식 기술을 꾸준히 연구 중이다.

 

‘유전자 가위’ 손에 든 인류, 돼지 장기 ‘개조’한다


이미 돼지 장기는 사람 몸에 ‘침투’ 중이다. 2024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병원에서 돼지 신장을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이는 미국 당국이 허용하는 ‘동정적 사용’ 제도에 따라 특별 승인된 사례였다. 동정적 사용이란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고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아직 정식 임상 허가가 나지 않은 신약이나 의료 기술을 시한부 환자에게 예외적으로 쓰는 걸 뜻한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2025년 1월에는 매사추세츠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던 환자가 동정적 사용으로 돼지 신장을 이식받았다. 그는 이후 투석에서 벗어나 8개월째 생활하며 최장 기록을 갱신 중이다(2025년 9월 기준).


이종이식은 이제 최후의 수단이 아닌, 일상적 선택이 되려 한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임상 시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25년 2월 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라는 생명공학 회사에 돼지 신장 이식의 임상시험(사람 신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시험)을 공식적으로 허가했다. 뇌사자나 방도가 없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시험에 나선 것이다. 같은해 9월, 동정적 사용으로 이종이식 가능성을 시험하던 미국 생명공학 기업 이제네시스 또한 임상 시험을 허가받았다. 앞서 최장수 생존자에게 이식한 돼지 신장은 이제네시스에서 만든 신장이었다.


그럼 어떻게 타종의 장기가 인체에서 뛸 수 있는 걸까. 아무리 돼지 장기와 인간 장기의 유전적 유사도가 높아도 작은 차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인류와 겉모습이 닮은 원숭이조차 5% 이상의 유전자 차이를 보인다. 이를 묻고자 대한장기이식학회장인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를 9월 24일 찾아갔다. 윤 교수는 장기이식만 15년째 전문으로 다루는 국내 베테랑 ‘이식 의사’다.


 “유전자 가위로 돼지 유전자를 자르고 붙여요.” 윤 교수는 타종 장기이식이 성공했던 비결을 묻는 질문을 듣고선 단박에 ‘유전자 가위’를 꼽았다. CRISPR-Cas9(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돼지에겐 있지만 사람한테는 불필요한 유전자를 자르는 ‘녹아웃(Knock-out)’, 돼지에겐 없으나 사람한텐 필요한 유전자를 붙이는 ‘녹인(Knock-in)’ 기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두 과정을 거친 돼지 유전자는 면역학적 장벽을 내리는 방향으로 ‘형질전환’이 일어난다. 이후 어미 돼지가 편집된 유전자의 수정체를 자궁에 품고 새끼를 낳으면 형질전환돼지가 탄생한다. 이렇게 동물과 인간의 남은 유전적 간극을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메우고 있다.

 

▲NYU Langone Health
2024년 11월, 미국 뉴욕대 랑곤 병원 의료진은 유전자 편집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 약 5개월 후인 2025년 4월 이식한 신장의 기능이 멈추면서 결국 몸에서 신장을 제거해야 했다.

 

곧 ‘공장’처럼 찍어낸다… 상용화 기대에 부푸는 경쟁


이따금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했다는 소식을 듣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먼 기술로 느껴진다. 보통은 뇌사자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 환자에게만 이식되고, 그마저도 짧으면 며칠, 길면 수 개월 내로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이다. 허나 이종 장기이식의 전망에 대한 윤 교수의 첫 마디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내년(2026년)부터 상용화되고 2027년에는 돼지 신장을 사고파는 시장이 활발해질 겁니다.”


그렇다면 앞서 욕망을 드러낸 전 세계 독재자들의 생전에도 이종이식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도 그는 확신있게 “된다”라고 답했다. “사실 완성도가 가장 높은 신장의 경우, 미국 기준으로는 이종이식이 연구 단계를 벗어나 상업적으로 풀릴 날이 눈앞에 왔어요. 임상을 넘어가고 있는 단계죠. 10~20년 정도면 간이나 폐도 충분히 정복할 겁니다. 요즘은 중국도 매섭게 추격하고 있어요. 중국의 이종이식 기술도 미국의 80%까지 도달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의 말처럼 미중 간 기술 경쟁은 형질전환돼지에서도 한창이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사람에게 통하는 돼지를 ‘찍어내는 일’이다. “중국도 이제 형질전환돼지를 생산하는 데까지 왔습니다. 2024년 12월, 시 주석이 10대 과학 굴기 중 바이오에서 장기이식을 언급하기도 했어요. 미국은 FDA가 두 곳의 기업에게 올해 초 임상 시험을 처음 승인하기도 했죠. 2026년 초엔 미국에서 신장을 이식한 뒤 1년 이상 생존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거예요. 한두 명씩 임상하는 지금이지만, 2027년에는 대규모 임상에 돌입할 거고요.” 


돼지에서 장기를 떼서 사람한테 붙이는 ‘이식’ 기술은 이미 성숙 단계다. 하지만 돼지 장기 유전자 중 어떤 걸 편집해야 하는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돼지와 사람 간에 차이를 내는 주요 유전자가 최소 수십 가지는 되기에 일일이 수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그는 이종이식이 가시권에 들었다고 내다봤다. “돼지와 사람 간 전반적인 유전적 유사도가 높긴 해도 여전히 편집해야 하는 유전자 조합이 많습니다. 경우의 수가 많은 만큼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요소를 완벽히 찾기도 어렵고요. 그럼에도 현재 전세계에서 큰 거부 반응을 안 낼 정도의 편집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한국의 기술력 또한 미국에 밀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윤 교수는 “이제는 돼지 장기가 사람의 것과 얼마나 유사한지, 돼지의 완성도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 장기이식 회사들은 형질전환된 돼지를 교배시켜서 자손을 계속 낳게 만들고 있습니다. 근미래엔 돼지 장기를 쇼핑하듯 판매하게 될 거예요. 스마트폰 이후 그 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이종장기도 이식의 표준치료가 될 겁니다. 머지않아 장기이식용 돼지 공장이 나오겠네요.”


 다만 돼지가 젊음을 되돌려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선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독재자들의 발언은 다소 단순한 생각 같습니다. 장기를 치환한다고 해서 젊어진다는 연구가 아직 없어요. 장기 치환으로 수명이 늘어난 증거도 아직은 부족하고요. 그래서 최근 노화를 되돌리려는, 노화역전으로 관심이 넘어가고 있어요. 진정한 ‘제2의 진시황 프로젝트’가 열린 셈이죠.”

 

▲PorMedTec
2024년 일본의 스타트업 폴메드테크는 미국의 이제네시스에서 수입한 유전자 편집 세포를 이용해 형질전환돼지를 탄생시켰다.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5년 안에 형질전환돼지를 사고파는 시장이 열릴 것”이라 전망했다.

 

 

돼지 장기가 ‘사람 장기’ 되기까지
▲GIB, 박주현
형질전환은 다른 종의 유전자를 특정 생물체에 삽입해 그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돼지의 유전자에 인간의 유전자를 삽입해 이종간 장기이식 시 거부반응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상실시키거나 발현되지 않도록 제거하는 ‘녹아웃(Knock-out)’과 특정 유전자를 다른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삽입하는 ‘녹인(Knock-in)’으로 구성된다. 사람에게 필요한 염기서열을 돼지 유전자에 녹인, 사람에겐 불필요한 돼지 유전자 속 염기서열을 녹아웃해 만든 수정란을 어미 돼지의 자궁 속에서 키워내 형질전환돼지를 생산한다.

 

뜨는 해 ‘노화역전’, 신에 도전한 인류의 결말은?


그의 말처럼 진정한 불로에 도전하는 새로운 얼굴은 ‘노화역전’이다. 노화로 이미 발생한 신체 변화를 젊은 상태에 가깝게 복원시키는 개념이다. 단순히 노화를 억제하는 ‘항노화(anti-aging)’가 아닌, 노화의 근본적 인자들을 되돌리는 ‘역노화(reverse-aging)’가 목표다.


노화역전의 핵심은 ‘야마나카 인자’라는 단백질이다.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iPS세포연구소 명예소장이 2006년 발견한 단백질이다. 늙은 세포를 어린 줄기세포로 초기화하는 단백질로, 노화를 되돌릴 가능성을 보여주며 노화역전의 문을 열었다. 그는 이 발견으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최근 노화역전 연구자들은 곤충과 쥐를 거쳐 원숭이의 역노화까지 도달했다. 2025년 9월,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가 주도한 공동 연구팀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노화역전에 성공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doi: 10.1016/j.cell.2025.05.021 


중국 연구팀은 강한 세포 회복력을 갖도록 유전적으로 변형된 ‘노화저항성 세포(SRC)’를 늙은 마카크원숭이의 몸에 주입한 뒤 44주 뒤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노화의 특징인 만성 염증과 세포 노화가 원숭이의 몸에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게다가 SRC는 단순히 노화를 막는 걸 넘어 노화를 개선시켰다. 신경 연결성과 인지 기능이 강화됐으며 골격계의 밀도가 증가했고, 생식 기능마저 회복됐다.


원숭이의 노화역전을 인간에게 적용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중국과 러시아 양국 권력자는 노화역전을 노골적으로 탐 내며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2024년 러시아 정부는 건강 유지를 위한 국가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여러 장수 관련 연구를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중국 역시 2016년부터 노화 메커니즘 연구에 중점을 둔 ‘장기 노화 및 퇴화 주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중국과학원은 영장류의 노화역전 연구를 현재까지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인체를 개량하는 인류는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걸까. 노화역전 외에도 인류는 뇌이식 같이 과거 SF 영화에서만 나오던 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자연 법칙을 거슬러 ‘호모데우스’가 돼 가는 인류의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상상 속에서의 결말은 대체로 유사했다. 첨단기술로 노화와 질병이 사라졌으나 그로 인해 인간다움이 함께 소멸한 말로를 경계한 소설,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이렇게 경고했다. “나는 거짓된 행복보다는 진실된 불행을 택하겠다.” 

 

▲Harvard University
2023년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유전자 발현 오류를 바로잡아 노화를 억제하고 되돌릴 수 있음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앞서 선천적 유전자에는 이상이 없지만, 발현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노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에 발현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정정한 것이다. 싱클레어 교수는 “고장난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작동시키는 재부팅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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