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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토사물을 먹으며 쓴 박사논문

아무리 박사 논문 쓰기가 어렵다 한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스터빈스 퍼스 박사만 할까. 그는 황열병이 사람을 통해 전염되지 않는 것을 밝히기 위해 환자의 토사물은 물론, 피와 땀, 오줌을 먹어가며 논문을 썼다.

주로 적도지방에서 발생하던 황열병이 1804년 무렵 미국 남부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전염병처럼 확산된 탓에 사람들은 환자의 옷이나 이불, 환자가 쓰던 물건들이 병을 옮긴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간호사나 의사, 그리고 환자의 가족이 일반인보다 황열병에 더 잘 걸린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첫 번째 실험으로 황열병 환자의 토사물을 적셔 그가 키우던 개와 고양이에게 먹였다. 결과는? 모두 건강했다. 개의 등을 절개해 토사물을 넣고 꿰매기도 했다. 여전히 건강했다. 그는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팔뚝을 절개한 뒤 환자의 토사물을 넣었다. 몸의 스무 곳이 넘는 곳에 실험해 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에 넣어보고 불 위에 올려 증기도 마셨지만 건강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토사물을 직접 먹었다. 매일 조금씩 그 양을 늘려가며 변화를 관찰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급기야 환자의 피와 침, 땀, 그리고 오줌을 먹었다. 그래도 멀쩡했다. 황열병이 사람을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쉽게도 어떻게 확산되는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근황열병이 모기를 매개로 퍼진다는 사실은 100년 뒤에나 밝혀졌다.



내 귓속에 진드기

뉴욕의 수의사 로버트 로페즈는 어느날 귀진드기로 외이염과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고양이를 치료했다. 그런데 고양이 주인과 그녀의 딸도 동시에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 귀진드기가 사람에게도 옮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고양이 귀에서 귀진드기를 떼어내 자신의 귀지와 섞어 왼쪽 귀에 넣었다. 곧바로 긁는 소리가 들렸다. 귀진드기는 밤 11시쯤부터 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물고 할퀴어 새벽 1시쯤에는 가려움과 쓰라림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런데 4주가 지나자 활동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귀에 찌거기가 차자 밤에 진드기가 얼굴을 기어다녔다. 귀속이 찌꺼기로 완전히 막히자 그는 물로 귀를 씻어내고 실험의 정확성을 위해 오른쪽 귀에 또 한 번 실험을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처음에는 비슷했지만 2주가 지나자 진드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쪽 귀의 환경이 왼쪽 귀에 비해 살기에 나쁠지 모른다는 생각에 왼쪽 귀에 다시 키웠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로버트는 귀 진드기에 대해서도 면역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균을 꿀꺽 마신 과학자, 노벨상을 타다

1984년 7월 10일 배리 마셜은 호주 퍼스의 병원에서 예순 여섯 살 환자의 위액을 들이켰다. 신선한 고기에서 나는 것 같은 약한(?) 역한 냄새가 났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가 마신 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었다. 그는 이균이 위염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위장병의 원인이라고 믿었다. 강한 산성인 위액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균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8일째 신물이 올라왔고 둘째 주에 접어들어서는 입냄새가 심하게 올라왔다. 두통과 속쓰림에 시달렸다. 10일째 드디어 그의 동료들은 마셸의 식도로 위내시경을 집어 넣어 위에서 시료 두 개를 채취했다.

관찰 결과, 위점막에 있는 상피세포들이 모조리 손상되어 점액층에 백혈구들이 몰려있었다. 위염에 걸린 것이다. 더 확실히 하기 위해 그는 시료에서 얻은 균을 분리해 배지에서 배양했다. 열흘 전 자신이 삼킨 것과 같은 균이었다. 마셜은 이 공로로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또 이 균은 위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균으로 기록됐다.


거미도 오줌은 역겨워

실험을 위해 어느 것이든 먹는 희생(?)정신은 비단 과학자만의 몫은 아니었다. 오줌농축액을 먹어야만 했던 거미들이 있으니 말이다. 오줌농축액이 얼마나 역겨웠는지는 기록에 적힌 거미의 행동만 봐도 알 수 있다. 농축액을 한 모금 마신 거미는 입과 촉수를 계속해서 닦아내고 묻은 오줌을 없애기 위해 온 몸을 나무틀에 문질렀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는 오줌농축액 쪽으로 가지 않았다.

거미들은 왜 오줌농축액을 마셔야만 했을까. 정신분열증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1950년 당시 메스칼린이나 LSD같은 약물을 복용하면 건강한 사람도 정신분열증 환자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 이 화학물질들은 단기간에 환각작용과 자아분열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없는 특정 화합물이 체내에 있다고 생각했다.

스위스 생물학자였던 한스 페터리더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오줌 속에서 그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열다섯 명의 환자에게서 오줌 5L를 모았다. 그리고 거미에게 먹인 뒤 거미줄을 치게 했다. 만약 보통 거미줄과 차이를 보인다면 정신분열증 환자의 오줌에 병과 관련된 물질이 들어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또 환자의 오줌물을 화학물질을 먹인 거미의 그물과 비교해 공통점을 찾는다면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오줌을 먹은 거미는 확실히 정상 거미와는 다른 거미줄을 치긴 했다. 하지만 성분 분석 결과 어떤 화학적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거미줄은 정신병 진단을 위한 연구로 부적합하다는 판정만 받았다.


기니피그 고환 호르몬 치료법을 선구하다?

남성도 40대 전후로 갱년기가 찾아온다. 이 때 성적능력이 감소하기도 하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주사하기도 한다. 샤르 에두아르는 이 방법을 최초로 시도한 과학자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정력이 감퇴하는 이유가 부분적으로 고환의 기능이 약해져서라고 믿었다. 어린 나이에 거세한 내시나 자주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환이 핏속으로 어떤 특별한 물질을 내보내 신체에 활력을 준다고 생각했다.


1889년 그는 젊고 튼실한 개의 고환을 갈아 자신의 팔에 주사했다. 나흘 째 되던 날 개의 고환이 떨어지자 아쉬운 대로 기니피그의 고환을 갈아 주사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당시 일흔 둘이었던 그는 실험 이틀째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해 계단을 뛰어오르고 장시간 실험에도 끄떡없게 됐다고 한다. 또 오줌이 날아가는 거리가 25%나 늘었다고 적었다. 1889년 6월 그는 파리에서 열린 생물학회에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그 뒤 개와 기니피그의 고환을 갈아 만든 추출물은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장수는 커녕 패혈증을 보이는 환자가 속출했다. 에두아르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에 나타난 효과를 보지 못하고 5년 뒤 죽었다. 현재 그의 실험 결과는 플라시보 효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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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연구
Part1. 이 걸 먹는다고?
Part2. 세균을 찾아서
Part3. 별 걸 다 맡아!
Part4. 사체는 내 사랑
Part5. 원초적인 더러움, 똥
Part6. 엽기적이라 더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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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이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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