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의 친구들아, 안녕? 난 화성에서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야. 올해로 10살, 아 참, 지구 나이로 치면 18살이구나. 우리 부모님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다가 결혼한 뒤 화성으로 이주하셨어. 나는 화성에 온 뒤에 태어나서 한국은 물론이고 지구에도 가본 적이 없어.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본 게 다지. 부모님은 지구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끔 영상 메시지를 주고받으셔. 지구와 화성이 가까이 있을 때도 전파가 가는 데 몇 분씩 걸려서 실시간 통화는 어렵거든.
난 할아버지, 할머니를 영상으로만 뵀어. 직접 만나뵙고 싶지만, 나는 지구에 갈 수 없어. 태어났을 때부터 저중력에서만 살아서 지구에 가면 내 몸무게를 견디기 힘들 거래. 억지로라도 가려면 외골격 로봇 같은 걸 입어야 하는데, 그건 너무 보기 흉하잖아. 헤헤. 전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달이나 유로파 같은 데는 갈 수 있으니까.
나 좀 봐. 자꾸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여러분에게 화성의 삶을 소개하려고 편지를 쓰는 건데. 사실 평상시 모습은 여러분이나 우리나 별로 다르지 않을 거야. 학생의 삶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매일 아침 일어나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돌아와 친구들과 놀거나 공부를 하거나 특별 활동을 하곤 하지. 그러니까 좀 다른 얘기를 해야겠어. 뭔가 신나는 이야기 말이야.
내가 사는 웰즈 시는 화성 최초의 도시로 인구가 2000명이 넘어. 웬만한 편의 시설은 다 있고 지구의 최신 영화도 바로바로 볼 수 있어. 지구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 같은 것도 해. 그런데 중력 때문에 공이 너무 멀리 날아가서 지구보다 무거운 공을 쓰고 있어. 그래도 선수들은 허공에 몸을 높이 띄우고 멋진 동작을 많이 보여줘. 지구에서 하는 월드컵이라는 대회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선수들이 너무 땅에 납작하게 붙어 다니는 것 같더라.
그런 것 말고 우리 화성인에게는 우리만의 재미도 있단다. 개척자의 자손이라 그런 걸까? 우리는 밖에 나가서 활동적으로 탐사하기를 더 좋아해. 화성에서 인기 좋은 곳이 마리너 계곡이야. 지구에는 그랜드 캐니언이 유명하다고 하지? 그랜드 캐니언은 길이가 400km에 너비가 30km, 깊이가 1.8km 정도라고 들었어. 후후. 마리너 계곡의 크기를 알면 깜짝 놀랄 거야. 무려 길이가 4000km에 너비는 200km고 깊이는 7km나 돼. 그랜드 캐니언의 10배 정도지.
예전에는 마리너 계곡이 물에 의한 침식 때문에 생겼을 거라고 추측했는데, 그건 가능성이 낮고 아마도 거대한 단층 작용에 의해 생겼을 거라고 해. 지질학자들이 아직도 수시로 그곳에 가서 연구하고 있어. 단체 관광도 많이 가. 나도 두 번 가봤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을 수 없을 정도야.

태양계 최대의 산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곳은 따로 있어. 바로 올림푸스 몬즈라는 산이야.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높이가 무려 27km나 된단다. 지름이 500km 정도로 넓어서 지구에 가져다 놓으면 우리 부모님 고향이었던 한국을 통째로 덮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올림푸스 몬즈는 순상화산이야. 학교에서 배웠지? 마그마가 천천히 흘러나와 경사가 완만한 화산을 말하지.
올림푸스 몬즈는 생김새도 보통 산과 달라. 산 주위가 높이가 6~8km인 절벽에 둘러싸여 있어. 그리고 절벽을 올라가면 거기서부터 정상까지의 경사는 약 5°밖에 안 돼. 일단 절벽을 오르면 천천히 걸어서 정상을 정복할 수 있어. 물론 아주아주 한참 걸어야겠지만. 나는 정상에 가본 적이 없지만, 화성에서는 매년 올림푸스 몬즈 정상 정복 대회를 열어. 절벽을 올라 정상까지 얼마나 빨리 가느냐를 겨루는 대회지. 이곳에서는 인기가 꽤 좋단다. 올해는 정상까지 일주일 만에 정복한 사람이 우승을 차지했어. 6km 절벽을 오른 뒤 200여 km의 경사로를 오르는 데 일주일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니? 우승하려면 체력과 정신력이 좋아야 하는 건 물론 우주복 같은 장비도 좋아야 해. 최대한 편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서 땀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노폐물을 잘 처리할 수 있어야 해. 그래야 멈추지 않고 오래 걸을 수 있거든. 그래서 이 대회에는 대학 연구소나 기업이 많이 참가해. 기술력을 자랑하는 수단인 거야. 우승한 사람은 스타가 되니 서로 좋은 거지.
내가 올림푸스 몬즈를 좋아하는 건 절벽 때문이야. 아무리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해도 솔직히 일반인이 6km짜리 절벽을 오르는 건 무리야. 하지만, 뛰어내리는 거라면 얘기가 다르지. 어떻게 그렇게 높은 데서 뛰어내리냐고? 후후. 중력을 생각하라니까, 중력. 비행정을 타고 절벽 위에 올라가면 전문가와 함께 절벽 아래로 활강할 수 있어. 지상 몇 km 높이에서 하늘을 날며 화성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어? 지구의 어떤 새도 못 누려본 경험일 거야.
이곳의 활공 비행은 화성 최고의 인기 레저 스포츠야. 언제 화성에 올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해 보도록 해. 규정만 지키면 안전해.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니만큼 사고가 종종 일어나거든. 나는 미성년자라 어른이 동행하지 않으면 도시 밖으로 못 나가지만, 대학생 언니, 오빠들은 종종 사고를 당해. 대부분은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곳을 탐험하겠다고 나섰다가 당하는 사고야.
얼마 전에는 화성의 대기에 온실가스를 공급하는 공장 근처에서 사고가 났어. 우주복 헬멧을 벗고 최대한 오래 버티는 내기를 하다가 몇 명이 병원으로 실려왔지 뭐야. 부모님은 나도 행여나 그런 짓을 할까 봐 신신당부를 하셨어. 처음 왔을 때보다는 화성의 대기가 짙어지긴 했지만, 아직 헬멧을 벗으려면 멀었다고.
유물이 된 화성탐사선
이에 비하면 극지 탐사는 아직 전문가의 영역에 있어.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좀 어렵거든. 화성의 남극과 북극은 드라이아이스(고체 이산화탄소)와 얼음으로 된 하얀 극관으로 덮여 있는데, 극관의 크기는 계절에 따라 바뀌어. 봄이 되면 따뜻해지면서 표면 아래에 깔린 드라이아이스가 기체로 승화해 폭발하듯이 위로 솟아오르기도 해. 실제로 보면 아주 장관이라는데, 이건 나도 영상으로밖에 보지 못했어.
어른들 말씀을 들어보니까 극관을 가지고 화성에 온실효과를 일으킬 계획도 있는 모양이야. 이산화탄소와 물로 돼 있으니까 이걸 기체로 만들어 화성 대기에 퍼뜨린다는 거야.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온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더 극관이 녹아서 온실효과를 촉진시킨다고해. 몇백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계획대로만 된다면 화성도 따뜻해지고 산소가 생겨 우주복을 입지 않아도 될 거래. 얘기만 들어도 엄청난 계획이라 잘 될지 모르겠어. 과학자들이 잘 하리라 믿어. 실은 우리 부모님이 화성대기를 연구 하시거든. 후후.
별 얘기도 안 한 거 같은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내 얘기가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난 지구의 이야기를 즐겨 읽는데, 여러분도 화성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면 좋겠어. 에휴, 내일은 또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이야. 그래도 내일은 다행히 교실을 벗어나서 유적지 탐사를 가는 날이야. 화성에 무슨 유적지가 있냐고? 화성의 유적지란 과거 지구에서 보낸 탐사선이 있는 곳이야. 일부는 도시로 가져와서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지만, 일부는 기념으로 착륙한 장소나 마지막으로 작동을 마친 곳에 그대로 보존해 뒀어. 우리 같은 학생들이 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말이야.
내일 찾아갈 곳은, 아… 계산이 헷갈리는데…, 어, 지구
의 2012년 8월에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 ‘큐리오시티’가 있
는 곳이야. 그때까지 왔던 탐사선 중에서 가장 컸다고 해. 바퀴가 달려서 움직일 수 있고, 목적은 화성 표면의 광물 조성과 물과 이산화탄소의 순환을…. 아아, 내일 다녀오면
어차피 숙제를 해야 할 텐데, 그냥 오늘 예습을 하고 잘까?
미안. 나 내일을 위해 자료 조사를 좀 해야겠어.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편지할게. 아니, 여러분도 언젠가
화성으로 오는 게 어때? 지구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
을 거야. 언제라도 환영이야~!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21세기 화성라이프!
Part1. 2049 인류 최초 화성 기지 '웰즈'의 기록
Part2. 2085 화성일보 '화성을 만드는 사람들'
Part3. 2150 지구로 보내는 편지
Special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