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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2049 인류 최초 화성 기지 '웰즈'의 기록







화성 기지 ‘웰즈’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새 대원 10명을 태우고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선이 도착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화성 기지에 근무하는 대원들은 따뜻한 환영회를 열어주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었다. 화성까지 오는 길은 무려 1년 정도가 걸리는 대장정. 그 오랜 시간 동안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좁은 우주선 안에서 생활한 이주민들에게 새로운 집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오랫동안 우주여행을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외부에서 자원을 공급받을 수 없으니 물과 공기, 노폐물 등을 최대한 재활용해야 한다. 무중력 상태의 좁은 공간에서 오래 살아야 하는 승무원의 건강과 인간관계,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실제 화성탐사선을 보내기 한참 전부터 과학자들은 우주선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지상에서 모의실험했다.

본격적인 시작은 2011년에 끝난 ‘마스500’이었다. 사람이 지구를 출발해 화성에 갔다가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520일로 가정하고, 그동안 우주선처럼 만든 격리시설에서 생활하며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의사, 엔지니어, 생화학자 등으로 이뤄진 우주인 6명이 화성으로 가는 여행을 가상체험하며 자료를 쌓았다. 무중력이나 우주방사선이 인체에 끼칠 영향은 지상에서는 알 수 없어 우주정거장에서 실험했다.

이번에 화성에 도착하는 대원들은 더 발전한 모의실험을 거쳤다. 모두 과학이나 공학, 의학, 심리학 등을 전공한 인재다. 이름은 탐사대원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리라고 마음먹은 채 고향을 떠났다. 사실상 앞으로 화성에 뿌리를 내리고 살 이주민이다. 오늘이 지나면 화성에 기지를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지 7화성년 만에 화성의 인구는 34명으로 늘어난다.

착륙할 시간이 되자 우주선과 교신할 인원 몇 명만 관제실에 남긴 채 모두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착륙장으로 갔다.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는 사이 어느덧 어두운 하늘에서 반짝이는 점이 나타나 지상으로 다가왔다. 역추진 분사에 날린 화성의 붉은 모래가 헬멧 유리를 때렸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침내 무사히 착륙한 우주선 문이 열리고 첫 대원이 나타났다. 기존 대원 두 명이 얼른 다가가 부축했다. 오랜 무중력 생활을 한 사람들은 지구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낮은 화성의 중력에도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내심 폭죽이 울리는 거창한 환영 파티를 꿈꿨지만, 새 대원들은 모두 부축을 받으며 먼저 의무실로 향했다. 간단한 포옹과 인사는 주고 받았지만, 환영식치고는 초라했다. 어쩌랴. 개척지의 삶이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거늘.



어제 도착한 대원들은 당분간 의무실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결핍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세심하게 식단을 짤 계획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는 동안 칼슘이 빠져나가 약해진 뼈의 밀도를 되돌리고 화성 중력에 적응하기 위한 운동 프로그램도 마련해 뒀다. 그동안 우주비행사용 건조식량만 먹던 새 대원들은 1년 만에 고기와 신선한 야채를 맛볼 수 있었다. 아직 가축을 기를 여건이 안 돼 고기는 근육세포를 배양해 만들지만, 야채만큼은 우리가 직접 수경 재배해 기른 것이다.

나는 화성기지의 대장으로서 신규 대원에게 화성의 삶을 간단히 소개했다. 아직은 다들 피곤하고 긴장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쓰는 날짜와 시간을 설명하자 재미있다는 표정도 지었다. 화성의 자전주기는 약 24시간 40분이다. 다행히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우리는 화성의 하루를 24단위로 나눴다. 1시간이라는 단위를 화성 기준에 맞게 늘인 것이다.



즉, 화성의 하루는 24시간이고, 화성의 한 시간은 약 지구의 1시간 1분 40초다. 평소에 느끼던 1시간보다 약간 길지만 적응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 패스파인더나 피닉스 같은 과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냈던 화성 탐사선도 이처럼 화성의 하루를 24로 나눈 시간에 맞춰서 활동했다.

달력은 그보다 좀 더 어렵다. 화성의 공전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약 687일이다. 화성은 지구보다 하루가 40분 길기 때문에 화성 날짜로 계산하면 화성의 1년은 약 668.59화성 일이다. 1개월을 며칠로 할 것이며, 1년을 몇 개월로 할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현재 우리는 1년을 24개월로 나눈 달력을 쓰고 있다. 화성에는 달이 없지만, 아무래도 12개월 단위로 끊어지는 1년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20개월은 각 28일, 4개월은 각 27일로 돼 있다. 합치면 668일이다. 약 0.59일이 모자라므로 2년에 한 번 정도씩 윤년을 넣어 맞추고 있다.

잘 알려졌듯이 화성의 자전축도 25.19° 기울어져 있어 계절이 있다. 하지만, 화성의 공전 궤도는 많이 찌그러진 모양이라 각 계절의 길이가 서로 다르다. 북반구 기준으로 봄이 약 194화성일로 가장 길고, 가을이 약 142화성일로 가장 짧다.



새 대원들의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슬슬 앞으로 맡을 임무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다. 사실 지구에서 출발할 때부터 각자 임무는 정해져 있었다. 화성에 꼭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선발한데다가 이미 지구에서 충분한 훈련을 거치고 왔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이들은 각자 전공을 살려 화성에서 작물을 기르거나, 자원으로 쓸 광물을 캐고, 우리가 살 건물을 짓고, 화성의 물질을 이용해 우리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줄 미생물을 연구할 것이다. 다들 의욕이 넘쳐 보였다.



새 대원들이 각자 자리에 배치받기 전 함께 기지 근처의 지형을 둘러보러 나갔다. 화성에 온 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화성의 땅을 밟아보는 것이다. 물론 우주복을 입은 채로지만. 의무실이 있는 돔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새 돔 건축 현장에 건설 전문 대원이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재 우리가 화성에서 짓고 있는 건물은 모두 돔 형태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공학자 벅민스터 풀러가 고안한 지오데식 돔이다. 삼각형 프레임이 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모양을 한 지오데식 돔은 적은 재료로 튼튼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지구에서 건축 재료를 많이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라 이런 구조가 최선이었다. 앞으로 화성에서 금속을 제련할 수 있다면 더 자유롭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기지 부근을 돌아본 뒤 조금 더 멀리 걸어나갔다. 물이나 광물을 찾기 위해 주로 탐사를 떠나는 지역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줬다. 다들 단단히 결심을 하고 왔겠지만, 황량한 사막을 눈앞에 두자 막막한 표정이었다. 나는 함께 노력해서 이 사막을 녹지로 가꾸자며 기운을 북돋아 주려 애썼다.

그때, 기지에서 경고 신호를 보냈다. 궤도에 떠 있는 기상 위성이 기지 쪽으로 다가오는 모래 폭풍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설명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모래 폭풍도 못 보고 있었다. 모래 폭풍은 금방 우리를 덮칠 것 같았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0.7%에 불과하지만 이런 폭풍이 자주 일어난다.

우리는 기지를 향해 달렸다. 새 대원들은 아직 중력에 적응이 안 돼 뜀박질이 어설펐다. 중력이 약해서 몸은 가볍지만, 착지 타이밍이 익숙하지 않아 동작이 생각대로 잘 안 된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넘어졌다. 기존 대원들이 서둘러 일으켜 세우면서 달리기를 10여 분, 폭풍이 기지를 덮치는 순간 겨우 에어락에 도착했다.

다들 헐떡이는 가운데 에어락에서 공기가 뿜어나오며 우주복에 묻은 먼지를 깨끗이 털었다. 화성 대기에는 지름이 1~2μm인 먼지가 많다. 화성의 하늘이 붉게 보이는 것도 이 먼지 때문이다. 건조하고 미세한 먼지는 예민한 전자 장비를 고장 낼 수도 있다. 허파에 들어가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때 누군가가 웃음을 터뜨렸다. 한번 웃음이 터지자 마치 전염병처럼 다 같이 웃기 시작했다. 웃음이 그치자 새 대원 중 하나가 말했다. “대장님, 화성 참 재미있는데요?!” 역시 지구에서 아무나 뽑아 보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화성 기지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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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21세기 화성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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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2085 화성일보 '화성을 만드는 사람들'
Part3. 2150 지구로 보내는 편지
Special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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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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