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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2085 화성일보 '화성을 만드는 사람들'



새해가 밝았다. 보통 새해가 아니다. 화성에 첫 정착민이 도착한 날을 화성력 1년 1월 1일로 삼은 이래 스무 번째 맞는 새해다. 지구 시간으로는 약 36년이 지났다. 그동안 8명으로 시작한 화성 기지 ‘웰즈’의 인구는 237명이 됐다. 지금도 인구 과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각지에서 화성 이주를 신청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뜻깊은 날,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웰즈 자치위원회는 웰즈를 화성 기지에서 시로 승격시킬 예정이다. 이제 우주 개척을 위한 전초기지에서 명실공히 인류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이를 맞아 화성일보는 오늘날 우리가 화성에 살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의 노고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특별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생존을 넘어 생활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화성에서 이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였다. 맨몸으로는 1분도 버티기 힘든 환경, 1년씩이나 걸리는 지구까지의 거리, 지구에 흔한 물과 공기도 함부로 낭비할 수 없는 여건 등은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올려놓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부양할 여력이 화성에는 없었다. 초기에 화성에 정착한 개척자들은 모두 유용한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젊은 전문가였다. 이들은 화성 정착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기꺼이 젊음을 포기했다.

이들의 노고 덕분에 오늘날 화성은 ‘살 만한’ 곳이 됐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출산이다. 초기 정착민들은 생존해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 부부는 기꺼이 화성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한 어린이집과 학교도 생겼다. 초기 정착민 중에는 현업에서 은퇴해 노후를 즐기는 이도 있다. 어느덧 우리도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화성을 살 만하게 만드는 사람들

이런 생활 뒤에는 사람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산소는 화성의 대기에 많은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만든다. 작물을 경작하는 면적도 늘어나면서 식물이 만들어 내는 산소도 늘어났다. 공기 공급 담당자는 각 생활 공간의 기압과 공기 조성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물은 좀 더 까다롭다. 21세기 초에 이미 NASA의 화성탐사선 피닉스와 큐리오시티 등이 화성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구에서 어느 정도 물을 가져오긴 했지만, 완벽한 재활용을 하지 않는 한 화성의 물을 이용해야만 했다. 화성의 대기에는 수증기가 거의 없고, 표면에도 액체 상태의 물은 없다. 그래서 물 탐사팀은 화성 지하에 있는 얼음을 캐 기지로 가져온다. 이 물을 녹여서 정수한 뒤 작물 재배나 먹는 물, 각종 생활 용수에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량은 어떻게 만들까. 화성에는 아직 가축이 없다. 아직은 실험용 쥐나 토끼, 기니아피그뿐이다. 염소나 돼지, 소처럼 큰 가축을 무중력 상태의 좁은 우주선 안에서 1년씩이나 키우며 데려오기는 어렵다. 설령 가축을 무사히 가져온다고 해도 먹이로 줄 사료나 건초를 생산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가축을 번식시키려면 많은 수를 가져와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암컷만 살아 있는 상태로 나르고, 수컷 대신 냉동시킨 정자나 수정란을 실어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언젠가는 화성에서도 실제 고기나 가죽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 화성인은 식물에서 대부분의 식량을 얻는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사실상 채식주의자가 된 셈이다. 식량위기를 겪지 않고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데는 식물학자와 생명공학자들의 공이 컸다. 정착 초기에는 수경재배로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해 줬고, 그 뒤에는 화성의 환경에 적합하게 식물을 개량했다. 2008년 화성탐사선 피닉스는 화성의 흙을 분석한 결과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을 발견해 화성에서 식물을 기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우리 먹거리를 책임진 과학자들은 화성 흙의 화학적 조성을 지구와 비슷하게 만드는 동시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낮은 중력에 적합한 작물을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수백 명을 부양할 수 있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온도와 기압, 빛을 지구와 비슷하게 만든 돔 안에서지만, 앞으로는 돔 바깥의 화성에서도 자라는 식물을 만들 계획이다.



산업 혁명을 시작하다

화성의 중공업을 일구고 있는 공학자와 기술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지구에서 보내주는 건축 재료나 장비, 생활 용품에 의존해야 했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화성에서도 자체적으로 이런 재료를 만들 수 있다. 웰즈 시 외곽에 있는 금속 제련소에서는 화성의 토양에서 유용한 금속을 뽑아낸다. 화성의 흙에는 산화철, 즉 녹슨 철이 많다. 화성의 흙이 붉은 이유다. 이처럼 화성의 흙에서 뽑아낸 금속은 건물이나 여러 가지 장비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과정에서 큰 활약을 하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기도 하고, 물 속의 이물질을 먹어치워 정화하기도 한다. 화성의 미생물학자들은 지구에서 가져온 다양한 미생물을 용도에 맞게 유전자 조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미생물로 어떻게 금속을 캘 수 있을까. 지구의 광산에 사는 미생물 중에는 철과 황을 이용해 살면서 금속을 녹일 수 있는 산성 물질을 만드는 종류가 있다. 이 미생물로 구리, 아연, 금, 은 같은 금속을 녹여서 뽑아내는 기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에서 쓰고 있다. 화성처럼 재활용이 특히 중요한 곳에서는 이처럼 못 쓰는 전자제품에서도 유용한 금속을 뽑아 써야 한다. 물속에 있는 중금속을 제거해 물을 정화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플라스틱도 미생물로 만든다. 석유화학산업의 원료인 석유를 미생물로 대체한 바이오화학의 발전 덕분이다. 바실루스 메가테리움 처럼 플라스틱을 만드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이용해 화성에서 잘 사는 미생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미생물을 이용해 화성의 환경을 바꿀 계획도 있다. 광합성으로 대기에 산소를 배출하거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생물을 화성에 풀어놓아 화성을 지구와 비슷하게 만드는 계획이다. 현재 온도가 매우 낮거나 추운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극한미생물 중 어떤 종류가 화성에 적합한지 실험 중이다. 그러나 미생물이 통제를 벗어나 번식한다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신인류를 위해

이들 못지않게 바쁜 사람이 또 있다.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와 생리학자들이다. 화성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화성에서 오래 사는 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리 알 수 없었다. 응급 상황에는 이제 익숙해졌다. 주로 우주복이 망가져 저체온증, 질식, 저기압으로 인한 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저중력이 끼치는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몇십 년 동안 저중력에서 생활하면서 생긴 신체의 변화에 대한 자료는 지구에도 보내 의학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성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과학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화성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제공할 자료는 저중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화성의 낮은 중력이 더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지구에서 은퇴한 뒤 노후를 화성에서 보내기 위해 이주를 신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금 화성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주역이 된 미래를 상상해 보자. 그들은 딱히 지구를 그리워하지도 않은 채 화성을 영원한 고향으로 여기며 살 것이다. 지구밖에 몰랐던 우리와 몸과 사고방식이 다른 신인류가 될 것이다. 우리가 터를 닦았지만, 그들이 만들어 갈 화성의 미래. 그 미래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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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21세기 화성라이프!
Part1. 2049 인류 최초 화성 기지 '웰즈'의 기록
Part2. 2085 화성일보 '화성을 만드는 사람들'
Part3. 2150 지구로 보내는 편지
Special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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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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