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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피어난 고흐의 명작 '별이 빛나는 밤'

별의 마지막 빛이 우주먼지와 빚어낸 조화

 

고흐의 격정이 살아 꿈틀거리는 작품 ‘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은 광기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작품이다. 미친 듯이 너울거리는 밤하늘에 소용돌이치는 별빛이 대담하게 표현된 점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돈 맥클린이 부른 팝송 ‘빈센트’에 가사로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우주에도 고흐의 이 명작을 닮은 현상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3월 4일 미항공우주국(NASA)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며 천체사진 한장을 공개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고성능카메라(ACS)가 지난 2월 8일에 찍은 이 사진에는 수조km의 우주공간에 걸쳐 점점이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소용돌이치는 우주먼지와 가스가 보인다.

허블우주망원경 사진과 고흐 작품은 똑같진 않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굉장히 비슷하다. 다만 둘의 차이는 색조일 뿐이다. 고흐의 그림에는 푸른 하늘 배경에 흰색 구름이 굽이치고 노란 별빛이 소용돌이치는 데 반해,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에는 검은 우주공간에 붉은 별을 중심으로 파란 별들이 강렬하게 빛나고 주변 우주먼지와 가스는 흰색과 갈색 톤으로 섞여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우주판’ 별이 빛나는 밤. 우리은하 외곽에 있는 별 ‘외뿔소자리 V838 ’의 폭발이 빚어낸 장관이다.


변화 모습 금세기동안 보일 듯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가 죽기 1년 전인 1889년 프랑스 생레미 요양소에서 정신병과 싸우면서 그린 작품이다. 격렬한 발작으로 고생하는 와중에 고흐는 이 작품을 완성했다. 옥외에서 대상을 직접 바라보면서 그렸던 그의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기억 속에 있던 것을 꺼내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신비스런 느낌이 짙게 배어있다. 그림 속에서 꿈틀거리는 붓놀림은 그의 고통스런 심신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몇몇 천문학자들은 이 작품의 별들이 실제 밤하늘의 별들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양자리의 별들과 금성, 그리고 달이 그림처럼 위치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일부에서 이 그림에 나타난 11개의 별은 고흐가 성서 창세기 37장에 나오는 ‘열한 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우주판’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려낸 주인공은 사진 가운데 보이는 붉은 별이다. ‘외뿔소자리 V838’이라는 이름의 이 별은 지구로부터 2만광년 떨어진 우리은하 외곽에 있는 별로서 2002년 1월에 갑자기 폭발을 일으켰다. 그뒤 별에서 뻗어나간 강렬한 빛이 시시각각 주변의 우주먼지와 가스를 비추면서 매번 색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모습은 지난해 3월의 모습과 또 다르다. 이번 사진에 나타난 소용돌이들은 별 주변의 우주 먼지와 가스에 있는 난기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외뿔소자리 V838은 폭발로 최후를 마치는 별의 마지막 단계다. 이 별이 우주공간에 고흐의 마지막 야심작 ‘별이 빛나는 밤’을 수놓았다는 사실이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우주에 37살의 나이로 요절한 고흐의 영혼이 다시 피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천문학자들은 V838에서 나온 빛이 주변 먼지와 가스에 전해지면서 만드는 변화를 금세기말까지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앞으로 자연의 ‘행위 예술’이 어떤 모습을 빚어낼지 궁금하다.

200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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