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는 우선 생명을 관장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게다가 최첨단 학문으로 매우 난해하기 때문에 아주 높은 수준의 학습 능력이 필요하다. 의대에 입학해 과정을 이수하고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한 후 수련의와 전문의 과정을 마치기까지, 이 험난한 길을 짧게는 10년, 길게는 16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직업으로서의 의사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표 1>;과 같이 의사 및 치과의사, 한의사 전체 인원이 2000년에 10만 2650명이었으나 2009년에는 14만 1474명으로 2000년 대비 37.8% 증가했다. 다른 직종에 비해 현격하게 높은 증가율이다. 때문에 의사도 이제 경쟁이 치열하고, 어려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특히 한의사는 같은 기간 동안 약 52%나 증가해 위기의식이 더욱 커졌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개인병원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평평균 3~4억 원이고 매년 개인병원의 10% 이상이 적자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런 현실이 입시에 반영돼 최근 한의예과나 지방 사립대 의예과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해도 최근 30년 동안 의대 합격선이 다른 학과 아래로 내려간 적은 거의 없다. 예비고사나 학력고사 전국 수석이 70년대 물리학과, 80년대 초반 전자공학과에 진학한 사례는 있어도 가장 우수한 그룹은 항상 의대로 몰렸다.
이렇게 의대에 우수인재가 모이는 것은 다른 직업과 달리 높은 진입 장벽, 직업인으로서 진정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사회적 존경, 높은 직업 안정성 이외에 다른 직업과 비교해 평균연봉이 두 배 가까이 높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의사도 직업이다. 적성에 맞아야 의사로 성공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필자가 담임한 졸업생 중 최상위권 의대에 합격하고도 서울대 천문학과에 등록한 학생도 있고, 의대 예과과정을 끝낸 뒤 적성에 맞지 않아서 생명과학과로 전과한 학생도 있다. 심지어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까지 끝낸 제자가 행복하지 않다며 다른 직업을 찾고 있기도 하다. 의사는 노력만으로 적응되는 직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
국내에서 의사가 되는 길은 세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고교 졸업 후 의예과에 입학해 예과 2년을 마친 후 4년 과정의 의과대학(본과)을 이수하고 의사면허국가시험을 보는 경로다.
두 번째는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에 진학해 의무석사를 취득하고 의사면허국가시험을 보는 경로다. 세 번째, 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해 그 나라의 의사면 허증을 가진 경우, 국가가 주관하는 특례 시험을 거쳐 의사가 될 수도 있다.
2005년에 도입된 의전원은 41개 의대 중 27개 대학에 설치돼 운영된다. 현재 의전원의 모집 정원은 1687명이며, 의예과 정원은 1371명으로 전체정원은 3058명이다.
의전원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돼 현재 학제 조정 중이다. 학제 조정이 끝나는 2017년에는 의전원은 강원대(49명), 제주대(20명), 가천의대(20명), 건국대(40명), 동국대(49명) 등 5개 대학에만 남아 입학정원은 178명으로 대폭 축소된다. 의예과 정원은 2880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의대 정원은 올해 입시(2013학년도)에서 198명 늘어난다.
현재 고교 1학년 학생이 진학하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는 의예과 717명, 치의예과 182명 증원한다. 2년 간격으로 모집인원이 점차 늘어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 의예과 2880명, 치의예과 510명으로 학제 변경이 완성된다. 현재 고 2, 3학년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의전원에 진학하는 2017, 2018년에는 의전원 모집인원이 대폭 줄어든다. 즉, 의사 면허를 받기 어려운 세대가 된다. 결과적으로 의전원은 시행 7년 만에 다시 문을 닫는 과정에서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대입전형과 의료교육 체계에 많은 시행착오를 불러왔다. 어찌보면 일부 세대에게는 의사로 진출하는 기회를 크게 감축시킨 셈이다.



2010년 보건복지부 통계연보를 보면 2년간 의료면허국가시험의 평균 합격률이 의사 93.3%, 치과의사 95.7%, 한의사 93.4%, 간호사 93.4%다. 의대에 합격하고 어떻게든 학부를 졸업하면 대부분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대생들은 대입 수험생활보다 의대 6년이 수십 배 이상 어렵고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다 해도 일단은 입시가 중·고등학생 독자 여러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일단 의대 합격은 수능이든 내신이든 자연계 전국 3000등 안에 들어야 가능하다. 내신성적의 경우 주요교과 평균이 1.3등급, 수능의 경우 네 개 영역 백분위 합 380 이상 정도가 합격권에 든다. 수시모집이나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중요하게 보는 비교과의 경우,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소집교육 대상자 수준, 텝스 850점 이상, 과학과목관련 AP와 UP(대학과목선이수제)를 더해 4개 정도 있어야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서 학습능력을 남과 다르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지방대 의예과도 높다. 서울대 공대 중위권 학과의 합격선이 수능 530점 정도로 1.3등급 수준인데, 대부분 지방대 의예과는 이보다 합격선이 높다. 물론 학생들이 기피하거나 부속병원이 열악한 대학은 수능 526점 선에서 합격선이 형성된다. 이 점수는 연세대 공대 대부분의 학과를 합격하고도 남을 점수다.
가장 합격하기 어려운 서울대 의예와 경쟁률이 높은 중앙대 의예를 기준으로 의과대학 전형 유형을 살펴보면서 합격 전략을 짚어보자.
서울대
서울대 의대는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로 28명, 일반전형으로 47명, 기회균형선발로 4명을 선발한다. 지역균형선발은 전국 고등학교에서 각 2명씩 추천을 받아 지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매년 경쟁률이 5~6대 1수준이다. 면접과 내신성적, 서류성적을 토대로 선발하지만 3학년 1학기까지 5개 학기 동안 전 교과 1등급인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면접과 서류 성적도 중요하다. 교과등급 평균 약 1.2등급인 학생은 합격했는데, 모든 교과가 1등급인 학생이 떨어진 경우도 있다.
일반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 100%로 1.5~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면접(50%)+1단계 점수(50%)로 최종 선발한다. 가장 중요한 관문인 1단계 서류평가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학업능력이나 학내외 활동, 전공분야의 열정과 관심, 지적인 호기심, 적극적인 사고력, 창의적 인재로서의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특별한 지원 자격은 없으나 매년 경쟁률 8~10대 1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인적성 심층면접’을 도입한다. 60분 정도 다면평가를 통해 의사직에 맞는 인성과 윤리관, 소통능력을 평가한다. 지난해까지 수학과 물리·화학·생물 중 1과목에 대한 지식을 묻는 구술고사를 치렀던 것과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의대 관계자는 “지식에 대한 평가는 다른 전형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본다”며 “올해부터 의대가 직접 의예과 입시를 관장하면서 의사로서의 인성을 추가로 보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성을 중요하게 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정시모집에서는 20명을 선발하는데 1단계에서 수능 언/수/외/과 = 100:125:100:75의 비율로 총점을 내 2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에서는 학생부 40%, 구술 30%, 수능 30%를 반영해 최종 선발하는데, 학생부 성적보다는 구술과 수능 성적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중앙대 의대는 전년도에 일반전형(논술형)에서 10명 모집에 4243명이 지원해 424.3대 1의 경이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이렇게 중앙대 의대의 경쟁률이 높은 요인에는 대학 병원 신축으로 높아진 의과대학의 위상, 대기업(두산)의 인수운영으로 높은 발전 가능성, 수능 시험 이후에 논술고사를 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는 점, 전통적으로 높지 않은 논술문항 난도 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나 연세대에 지원한 수험생은 하향지원으로, 지방 의대를 지원한 수험생은 상향지원으로 중앙대로 몰려들었다. 2013년 입시에서 중앙대 의학부는 총 60명을 선발한다.
수시모집에서 수시통합 전형 논술형 14명, 입학사정관제전형(다빈치인재) 10명, 과학인재 전형(수리과학능력평가) 12명 등 36명을 선발한다. 다빈치인재 전형은 학업수학능력, 리더십, 봉사정신, 자기주도 및 창의성, 문화친화성 등 수험생의 다양한 면을 평가한다. 특히 의학부의 경우 전교 수위권 성적에 다양한 비교과 실적이 있어야 1단계 3배수에 들 수 있다. 2단계 면접시험에서 서류의 신뢰도를 확인하고 의사소통능력과 인성을 평가한다. 과학인재 전형은 120분 동안 실시하는 수학, 화학, 생물 시험이 결정적인데 주로 과학고 출신자를 대상으로 한다.
정시모집 ‘가’군 9명은 수능성적과 학생부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나’군은 수능성적 100%로 15명을 선발한다. 수능은 언어 20%, 수리 30%, 외국어 30%, 과탐 20%의 비율로 반영한다.
서울대와 중앙대 입시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의과대학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인성과 학업능력이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근본적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봉사와 배려, 희생의 가치관을 함양해야 한다. 집중력과 지구력을 바탕으로 한 학습능력도 길러서 독자 여러분이 원하는 의대에 합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