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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경험디자인 월드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움직이는 벽까지

‘아이폰’의 애플, ‘미니쿠퍼’의 BMW, ‘나이키에어’의 나이키…. 디자인으로 엄청난 성공을 일군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그런데 이 기업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근본적인이유가 왜 하필이면 디자인일까. 애플컴퓨터에서 산업디자인 관리자였던 로버트 브루너와 기업문화 컨설턴트인 스튜어트 에머리는 공동 저서(Do You Matter? How Great Design Will Make People Love Your Company)에서 “사람들이 인생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이 살아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험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인간적 체험을 디자인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즉 사람은 디자인에서 아름다움뿐 아니라 인간적인 체험을 경험하는 셈이다. 사용자의 바람에 귀를 기울인 덕분에 더 안전하고, 더 빠르고,더 세련된 모습으로 탄생한 제품들을 만나보자.

“너만 보면 행복해져” 감각 디자인

자물쇠 없이도 안전한 자전거

자물쇠 없이도 안전하게 세워둘 수 있는 자전거가 나왔다. 영국 디자이너 케빈 스캇은 자전거의 허리 부분을 자유자재로 구부려 봉이나 기둥에 묶어둘 수 있는 자전거를 개발했다. 아무리 단단한 철이라도 자물쇠는 끊고 가져갈 수 있는데, 이 자전거는 훔쳐가려면자전거 자체를 부숴야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소리 덕분에 실감나는 휠

제품을 사용할 때 청각, 후각, 미각, 시각, 촉각 같은 감각이 더해지면 사용자의 경험은더욱 풍부해진다. 아이팟의 메뉴 조절키인 ‘클릭 휠’은 실제로 돌아가진 않지만 소리를 켜면 물리적으로 휠이 돌아가는 느낌이 난다. 화려하지 않고, 꼭 필수적인 기능도 아니지만 있으면 행복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진화한 음성인식 기술

사용자들의 욕구가 가장 큰 미래 기술중 하나가 음성인식이다. 최근 음성 인식률이 90% 이상 높아지면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다음과 구글은 스마트폰에서 음성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집 주소처럼 긴 검색도 훌륭하게 인식한다. 여기서도 경험디자인이 적용된다. 화면 우측 상단의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마치 전화를 하듯 검색어를 말하면 된다.예전처럼 화면을 보고 말하는 어색함이 사라져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움직이는 미디어 벽

디지털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디스트릭트는 디지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손 모양과 방향에 따라 3D 아이콘이 따라 움직이고 음악에 맞춰 영상이 움직인다. 동작인식 홀로그램 기술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던 삼성 갤럭시S의 해외론칭쇼도 이 회사에서 기획했다.

최근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해 ‘미디어 벽’을 만들었다. 터치 동작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휴대전화로 전송하고 즉석에서 프린트할 수 있다. 손으로 사진을 날려 벽면에 띄우기도 한다. 100인치 멀티터치 스크린이라 여러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관계자 이석재 씨는 “단순히 입체 영상을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서사용자가 실내 공간에 입체영상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유쾌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편한 건 못 참아” 편리한 디자인



움직임 인식 리모컨

TV 메뉴가 복잡해졌다. 선택에 선택을 이어 ‘꼬리물기’ 하다보면 방향버튼을 몇 번이나 누르는지 모른다. 최근 손의 움직임을 인식해서 원하는 메뉴를 바로 클릭할 수 있는 리모컨이 출시됐다. 리모컨 내부의 자이로 센서가 손의 떨림과 회전을 인식한다. LG전자디자인경영센터의 하윤 디자이너는 “사용자 평가 결과 노년층 사용자도 움직임 인식 모컨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조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의 비밀은?

엘리베이터 층수버튼의 배열에도 경험디자인이 있다. 회사마다 나름의 방식이 있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저층은 아래쪽에, 고층은 위쪽에 두는 것이다. 층수가 너무 많아서 열로 나눌 때는 아래부터 저층버튼을 쌓아 올라가는 게 가장 좋다. 수직의 한 열을 차례대로 배열한 뒤에 다음 열에서도 아래서부터 쌓아올리는 방식은 사용자의 심리에 어울리지않는다.




기울어진 세탁기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의 유무나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있다. 세탁기의 문을 기울어지게 단 이 세탁기는 키가 작은 아이와 허리를 굽히기 힘든
노년층을 위해 제작했지만 결국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제품이 됐다.






번호표, 지하철 기차 표시

번호표 없는 은행을 상상할 수 있을까. 전광판이 고장 나 지하철 도착시간을 알 수 없다면? 사용자는 진행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를 불안해한다. 예상시간과 진행과정을 알려줄때 사용자는 그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건 몰랐지?


① 엘리베이터 안팎의 거울

1853년 미국의 오티스사가 처음 만든 엘리베이터는 속도가 너무 느려 사람들의 불만이 많았다. 하루아침에 엘리베이터를 빠르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어서 경영진이 고민에 빠져있었는데, 한 엘리베이터 여성 관리인이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자는 것.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거울에 집중하게 됐고 상대적으로 엘리베이터의 느린 속도를 인식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에 대한 불만이 눈에 띄게 준 것은 물론이다. 디자인 하나로 경비를 줄이고 이용자들의 불만을 해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② 아이폰 카메라 셔터

사실 아이폰의 카메라 셔터 속도는 다른 휴대전화보다 느린 편이다. 촬영키를 누르면 약간 머뭇거리다가 ‘찰칵’하고 사진이 찍힌다. 아이폰의 대안은 독특한 조리개 이미지다. 카메라가 사진을 찍고 저장하는 과정 동안 카메라의 조리개 영상이 나와 닫혔다 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용자는 화면변화를 보면서 느린 반응 속도에 상대적으로 둔감해진다.







③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는 이유

인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려면 미리 예약을 하거나 일찍 도착해야지 안 그러면 30분 이상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막상 내부로 들어가 보면 군데군데 테이블이 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레스토랑 매니저는 테이블이 다 차지도 않았는데 손님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걸까.사실 밖에서 기다리나, 안에서 테이블을 잡고 기다리나 음식을 기다리는 속도는 같다. 음식은 주문한 순서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비밀은 손님이
자신을 인식하는 차이이다.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은 자신을 ‘손님’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30분이고, 1시간이고 잘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테이블에 앉으면 자신을 ‘손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빨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불만을 터뜨리게된다. 따라서 레스토랑의 매니저는 전 손님이 식사한 흔적을 치우고 테이블을 세팅한 뒤곧 주방에서 음식이 곧 나올 수 있는 상태에서 손님을 안으로 들인다.

“다치지 않게, 위험은 빠르게” 안전 디자인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투기 유리창에 상황정보와 데이터를 비춰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자동차에도 진출했다. 운전자는 주행정보를 알기 위해 계기판까지 시선을 옮길 필요가 없다. 속도, 태코미터(자동차 엔진의 회전 속도계), 야간 정보 등이 유리창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꺾으세요’라는 식의 네비게이션 기능은 제공하지만 전투기처럼 복잡한 수준의 기능은 아직 불가능하다. 현대자동차 디자이너 양현승 씨는 “전투기 유리창으로 보이는 배경은 구름이나 하늘뿐이지만 자동차는 도로의 생김새도 다르고, 보행자, 건물, 신호등 등 매우 여러 가지 사물이 유리창으로 보여 아직 디스플레이가 깨끗하게 구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로 위에 화살표가 그려져 길을 안내하는 ‘증강현실 네비게이션’이 펼쳐지고 보행자가 뛰어들면 ‘주의’ 표시가 생기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노인시설의 안내 표시

노인들의 시선은 위쪽보다는 아래쪽에 더 많이 가 있다. 따라서 노인시설에는 비상구 표시 같은 안내판을 아래쪽에 설치해야 한다.


자동차 램프

자동차의 상향등과 하향등 사이에 있는 작은 램프는 핸들의 방향에 따라 자동으로 점등된다. 코너를 돌 때 자동차의 측면과 사각지대를 밝혀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준다. 야간운전 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인 디자인이다.

옥소(Oxo)의 굿그립

디자이너 출신인 샘 파버는 아내가 손목 관절염 때문에 더 이상 부엌에서 주방기구를 다룰 수 없어 낙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손목이 아프면 요리를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그의 아내는 누구보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다. 날마다 새로운 주방용품이 쏟아져 나오고 화장을 한 것처럼 예쁜 디자인이 상점에 진열되는 것을 보며 파버는 겉보기에만 멋진 주방용품은 부질없음을 절감했다.

그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손목이 아픈 사람을 위한 취사도구를 디자인했다. 손목의 스냅을 사용하지 않도록 손잡이가 달린 칼이나 음식을 눌러 짜는 제품, 계량용 기구들을 만들고 ‘굿그립’이라 이름 붙였다. 채소의 껍질을 깎는 칼은 굿그립의 대표 제품이 됐다.

성공했을까

① 삼성 애니콜 휴대전화

‘멘탈모델’이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고정관념, 혹은 암묵적인 전제로돌발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만일 개발자와 사용자의 멘탈모델이 다르다면? 일반 사람들의 멘탈모델은 휴대전화에서 ‘OK’ 또는 ‘확인’키가 가운데에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대부분 이 키가 오른쪽에 있다. 대부분의 휴대전화는 같은 키가 가운데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연 제품의 개성이 중요할까, 사용자의 편의성이 중요할까. 행동심리학자인 도널드 노먼은 “사람들은 기술에 적응하지만 사람들이 잘 적응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기술을 밀어 부치면 곤란하다”고 말한 바 있다.

② TV 달린 냉장고

TV를 보며 식사하는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관찰한 국내의 한 가전제품회사가 TV를 부착한 냉장고를 만들었다. 부엌을 제2의 거실로 본 디자이너가 아예 TV를 부엌으로 옮긴것.과연 성공했을까. 참고로 이 회사는 수출용으로만 이 제품을 만들었다. 화질을 중시하는국내 시장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③ 자동차의 통합컨트롤러

전통적인 자동차 디자인에서는 조작버튼을 대시보드나 문, 핸들에 죽 늘어놓는다. 상위메뉴에서 하위메뉴로 들어가는 가전제품과 같은 식은 운전자의 집중력을 흩트리기 때문이다. 버튼도 터치방식보다 촉각만으로 구분하기 쉽게 만든다. 그런데 자동차에 이런 버튼을 하나로 통합한 ‘통합컨트롤러’가 등장했다. 휠을 돌리거나 조이스틱을 조작해 CD,라디오, 전화기, 내비게이션 기능을 선택한다. 하지만 메뉴를 이동하려면 차례로 하위메뉴를 거쳐 이동해야 한다. 또 휠이나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손 감각을 익히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최근엔 바로가기 기능과 시작메뉴 불러오기, 돌아가기 등 추가 기능이 생겼다. 기존의 기계적인 버튼보다 훨씬 사용자가 편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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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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