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나는 글라이더가 있다. 나방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모스 글라이더(moth glider)’다. 건전지와 모터가 달린 것도, 태양광전지가 달린 것도 아니다. 아무런 동력이 없는데도 떨어지지 않는다. 단, 계속 날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날고 있는 모스글라이더 아래 평평한 판을 대 줘야 한다.
모스 글라이더가 중력을 거부하고 계속 날 수 있는 이유는 양력 때문이다. 글라이더를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글라이더에 동력이 없어도 상승기류를 잘 타면 몇 시간 동안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특히 글라이더 아래쪽에 판을 받치면 날개가 밀어낸 공기가 판에 부딪친 뒤 다시 날개를 밀어 올리는 ‘지면효과’가 일어난다. 항공기는 공항에 착륙 직전에 엔진을 끄는데, 이 지면효과 덕분에 떨어지지 않고 미끄러지듯 활공할 수 있다. 모스 글라이더는 이 원리로 땅에 떨어지지 않고 활공한다.
재료를 보면 얇은 스티로폼 종이, 빨대, 무게추가 전부다. 재료가 간단해 실망할지 모르지만, 각 재료는 잘 날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가장 가벼운 스티로폼을 전문가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얇게 켰다. 기계로는 스티로폼을 얇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날개를 접고, 빨대를 붙인 다음 무게 추를 끼우자. 앞쪽 방향으로 살짝 놓듯이 던지고 아래쪽에 평평한 판을 대 주면 신기하게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무게추의 위치를 조정해 글라이더의 움직임을 교정할 수 있다. 비행기와 양력을 배울 수 있어 중학교 기술교과서에 수록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