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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면발 맛대결 기계 vs 손

수증기 뿌리거나 소금 넣는 이유



씹는 부분 따라 식감 다른 도삭면


“저길 봐. 면이 날고 있어.”

조리사의 어깨에 걸쳐진 반죽 덩어리에서 기다란 하얀 면들이 후드득하고 떨어졌다. 중국에서 온 슈리군 조리사의 손에 들린 도구라고는 납작하고 손바닥만 한 스테인리스 칼뿐. 그는 물컹한 밀가루 반죽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빠르고 깔끔하게 면을 깎아내 갔다. 이 면은 칼로 반죽을 도려내듯이 만든다고 해서 도삭면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면의 비행을 본 손님들의 마음은 벌써 요리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오른다.

면요리 전문점 란주라미엔의 김재갑 사장은 “도삭면은 먹는 맛도 좋지만 보는‘맛’이 일품”이라며 “한 가닥 한 가닥 주방장이 만드는 진정한 수제면인 셈”이라고 말했다. 과연 맛은 어떨까. 먹어 보니 면이라기보다 수제비에 가까웠다. 스테인리스 칼날은 한쪽 끝이 갈고리처럼 튀어나와 있는데, 칼날과 갈고리 사이로 면을 도려내기 때문에 잘라낸 면의 단면은 가운데는 두껍지만 양쪽 끝은 비교적 얇다. 이 때문에 도삭면은 부분에 따라 씹는 느낌이 다르다. 또 면들이 반죽에서 떨어지는 동시에 끓는 물로 들어가는데, 먼저 들어가는 면은 많이 익고, 나중에 들어가는 면은 좀 덜 익게 된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 또한 다양한 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도삭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기계로는 만들 수 없는 재미와 식감이 도삭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맛인 셈이다.
 




20시간의 숙성에 발로 치대는 우동

우동전문집 야마다야의 백철균 사장은 오후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오후 5시가 되자 홀은 점원들에게 맡긴 채 슬쩍 일어나 가게 뒤편에 있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내일 쓸 반죽을 미리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미리 반죽을 만들어 놓으면 면을 만드는 내일 점심 때까지 거의 20시간을 숙성시킬 수 있다.

백 사장은 먼저 질 좋은 밀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고 손으로 치대기 시작했다. 힘을 더하기 위해 반죽 위에 비닐을 깔고 20~30분간 발로 밟았다. 알맞은 크기로 반죽을 나눈 뒤 저온에서 밤새 숙성시킨다. 반죽을 치대고 밟는 과정은 다음 날 아침에도 계속된다. 밤새 숙성시킨 반죽을 눌러 봤다. 손가락이 잘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누른 단면이 쏙 하고 다시 올라왔다. 쫀득할 정도로‘밀가루 속 단백질(글루텐)’ 조직이 치밀해졌다.

반죽을 밀대로 밀어 펴고 칼로 잘랐다. 서로 붙어 있는 면을 떼어내기 위해 면 끝을 잡고 도마 위로 탁탁 내리쳤다. 신기하게도 면이 끊어지지 않고 고무줄처럼 통통 튀어 올라왔다. 과연 손으로 만든 우동의 맛은 어떨까. 속부터 겉까지 면 전체가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수제 우동은 전혀 새로운 음식이라고 여겨질 만큼 맛있었다. 앞으로 고속도로 휴게실에 있는 우동은 못 먹을 것 같다.
 



기하급수적으로 가닥 수 늘어나는 수타자장면


 

 


긴 반죽 덩어리가 붕붕~ 공중에서 돌더니 휘리릭~ 어느새 꽈배기가 돼 툭 하고 떨어졌다. 중화요리 전문점 현래장의 이성갑 주방장은 “꽈배기 모양을 만들면 반죽의 결이 서로 교차돼 더 단단하고 치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방장이 소다를 섞은 전분 가루를 반죽 위에 쓰윽 뿌렸다.

이 주방장의 양손이 공중에서 만났다가 떨어질 때마다 점점 반죽 가닥이 얇아지고 개수는 2, 4, 8, 16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공중에서의 만남 몇 번 만에 면발이 완성됐다. 면을 높이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던 이 주방장은 “수타면 반죽에는 물이 많이 들어가 이렇게 들고 있으면 면이 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뚝 끊어져 떨어진다”고 말했다. 만져 보니 반죽이 칼국수나 수제비용 반죽보다 훨씬 더 질었다. 물이 많으면 면은 부드럽고 쫄깃해진다.

소금은 밀가루 20kg에 한 주먹 정도로 많이 넣지 않는다. 수타면은 반죽을 치대는 과정에서 충분히 글루텐(밀가루 속 단백질) 조직이 치밀해지기 때문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반죽이 되고 잘 늘어나지 않는다. 소금물의 이온들은 단백질 표면의 전하들을 중화시켜 글루텐 조직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35년 경력의 수타 장인이 뽑은 면발은 쫄깃하고 부드러워 ‘목 넘김’이 좋았다. 구석구석 손으로 치댄 면답게 오랫동안 상온에 둬도 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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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 사진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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