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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세계 면류 총집합

노란 자장면, 발로 밟는 우동, 실수로 태어난 쫄면

중국과 일본의 대표 면발 나와라!

바늘귀 통과하는 자장면


●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수타면을 만드는 법이 발달했다. 양손으로 밀가루 반죽의 양 끝을 잡고 길게 늘이다가 한 손으로 그 가운데를 잡고 다시 늘이는 과정을 반복하면 면발은 점점 가늘어지고 가닥은 점점 많아진다. 세계에서 가장 가는 면발이라는 롱쉬 은 열네 번 잡아당겨 1만 6384가닥(214)의 면발을 뽑는다.

면발은 바늘귀에 들어갈 정도로 얇지만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끝 부분까지 탄력이 이어진다. 수타면은 반죽할 때 물을 많이 넣기 때문에 부드럽다. 많이 치대는 만큼 밀가루 속 단백질(글루텐)의 그물구조가 잘 형성돼 쫄깃하다.

반죽에는 밀가루와 물 그리고 필요에 따라 소금이 약간 들어간다. 수타면에 적합한 특별한 밀가루가 있을까. 하지만 비밀은 밀가루가 아니다. 반죽할 때 넣는 물에 있다. 수타면은 중국 국수의 발상지인 화북지역의 산시성에서 시작됐는데, 이곳의 지하수는 수소이온농도(pH)가 7이 넘는 알칼리성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알칼리는 글루텐에 특이한 변성을 일으키면서 반죽의 점성과 신축성을 높인다.

중국 면이 하얀 국수(소면) 면발과 달리 노랗게 보이는 이유도 알칼리 때문이다. 밀가루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 색소가 알칼리에 닿으면 황색으로 변한다.

포동포동 우동 면발

● ‘자장면’보다 ‘짜장면’이라는 발음이 왠지 더 잘 어울리듯 우동도 마찬가지다. 탱글탱글한 우동 면발을 보고 있으면 ‘가락국수’라는 순화된 표현보다 일본어 그대로‘우동’이라는 발음이 그 맛을 더 잘 표현하는 듯하다.

우동은 밀가루 속 글루텐의 성질을 최대한 살린 면이다. 중국의 수타면처럼 반죽을 손으로 잡아당겨 면발을 늘이는 대신 우동면은 밀대로 밀어 만든다. 밀가루와 소금물을 넣어 만든 우동 반죽은 치대는 과정과 저온에 몇 시간씩 그대로 두는 숙성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글루텐 구조가 매우 치밀하게 형성된다. 반죽 덩이를 손으로 누르면 다시 튀어올라올 정도로 우동의 반죽은 탱탱한 조직감을 이룬다.

특히 일본 가가와현(옛 지명은 사누끼)의 우동이 유명하다. 이곳은 온난한 기후라서 양질의 밀이 생산되고 세토내해 연안의 시코쿠 섬에 위치해 질 좋은 소금이 난다. 맛의 핵심은 물과 소금, 밀가루의 배합. 보통 밀가루 100에 소금물 50을 넣는다. 이때 온도와 습도에 따라 소금물의 농도를 조절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누끼에서는 소금이 1일 때 물을 여름에는 3, 겨울에는 6의 비율로 섞은 소금물을 사용한다.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 물을 많이 넣으면 질어진다. 이처럼 날씨나 밀가루의 상태에 따라 간을 맞추기 때문에 변함없이 쫄깃한 우동 맛을 낸다. 우동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여러 사람이 장만하는 사찰음식으로 전해졌다.

일본 패스트푸드의 원조 소바

● 일본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는 섣달 그믐날 밤에 소바를 먹는다. 이는 옛날에 금은 세공기술자들이 메밀가루 반죽을 이용해 흩어진 금가루를 모으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연말, 생일, 결혼 날처럼 기념하고 축하할 날에 국수를 빠뜨리지 않는 일본의 문화는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메밀로 만든 소바의 생김새는 통밀 스파게티 같다. 국물에 넣어 뜨겁게 먹거나 자루라고 하는, 섬세한 대나무판으로 만든 체 위에 놓고 차게 먹는다. 점성이 없는 메밀은 풍미는 좋지만, 면발이 뚝뚝 끊어지고 삶을 때 잘 풀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됐다. 일본의 요리책 ‘소바 전서’에는 “쌀 같은 곡류를 풀로 쑤어 첨가하면 점성이 생길지 모르지만 풍미가 떨어지고 두부나 달걀처럼 다른 종류의 단백질도 풍미를 해친다. 마는 효과는 크지만 값이 비싸다”라고 적혀 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개발된 것이 메밀가루 80%에 밀가루 20%의 혼합반죽이다. 밀가루의 글루텐 조직이 메밀가루의 뭉침을 도와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소바는 손으로 잡아당길 만큼 점성이 좋진 않기 때문에 반죽은 방망이로 눌러 밀고 넓게 편 뒤 알맞은 크기로 썰어낸다. 에도시대에는 상인들이 야키라라 불리는 이동식 포장마차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며 소바를 팔았다. 미리 삶아 놓은 면에 국물만 부으면 음식이 완성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리에서 소바를 먹으며 한 끼 식사를 대신하곤 했다. 소바는 일본 최초의 패스트푸드인 셈이다.

웰빙의 대명사 쌀국수

베트남의 아침은 사람들이 노점에 둘러 앉아 포를 먹는 풍경으로 시작한다. 포는 쌀로 만든 얇고 투명한 국수로 1년에 4모작을 하는 베트남이기에 가능했던 독특한 음식이다. 베트남에서 쌀국수는 열을 약하게 가한 판 위에 불린 쌀가루를 빈대떡 모양으로 얇게 펴서 익히고, 그 위가 약간 꾸덕꾸덕할 정도로 마르면 떼어내 칼로 얇게 썰어낸다. 밀국수보다는 식감이 딱딱하고 표면이 거친 편이다.

사실 가공하지 않은 쌀에는 점성이 없다. 밀가루 반죽처럼 쌀가루에 물을 넣고 여러 번 치대는 방법으로는 쌀가루 덩어리를 만들 수 없다. 대신 쌀은 찔 때 점성이 생긴다. 쌀의 주된 성분은 전분. 전분 입자는 60℃ 이하에서는 물에 녹지 않지만 그 이상이 되면 물을 흡수해 팽창한다. 이 현상을 호화라고 한다.

호화된 전분은 구성성분인 아밀로오스가 빠져나오면서 입자 구조가 파괴되고 젤 형태가 된다. 열을 더 가하면 쌀 입자의 구조가 완전히 파괴돼 끈적끈적한 덩어리의 페이스트가 만들어지는데, 이 상태는 탕수육 소스와 비슷하다. 비유하자면 따뜻할 때 찰랑거리는 탕수육 소스는 페이스트이고, 식어서 덩어리진 상태는 젤이다. 얇고 넓은 덩어리인 면대가 만들어지면 가늘게 썰어 건조시켜 쌀국수를 만든다. 아밀로오스 함량이 적은 우리나라 쌀은 약한 열에 젤로 만들기 어려워 기계에 열과 압력을 가해 면을 뽑는다.

냉면이 질길까, 쫄면이 질길까

평양냉면 함흠냉면의 차이

● 구수한 메밀 향에 쫄깃한 질감이 그만인 냉면은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고유의 면이다. 기후적으로 밀 생산이 힘들었던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구할 수 있었던 메밀을 국수의 재료로 사용했다. 메밀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기간이 짧은 데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메밀 자체에는 끈기를 내는 성분이 없다. 그래서 감자나 고구마 전분을 더하고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서 치댄다. 전분은 뜨거운 물을 흡수하면 팽창해 끈적끈적한 점성이 생긴다. 전분이 호화됐기 때문이다. 메밀과 호화된 전분과의 비율, 반죽하는 기술에 따라 면의 끈기와 질감이 달라진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평양냉면의 면은 메밀 함량이 많아 툭툭 끊어지고 꺼끌꺼끌한 편. 반면 함흥냉면은 감자나 고구마 전분을 많이 넣어 면발이 쫄깃하고 잘 끊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함흥냉면의 맛이 더 ‘냉면스럽게’ 느껴진다. 풀무원 식문화연구원 조중건 면팀장은 “현대인들은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찾는 편이라 평양냉면보다는 함흥냉면의 식감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요즘 기계식 냉면은 육수는 다를지 몰라도 면발은 모두 함흥냉면식으로 만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냉면은 열과 압력으로 면을 뽑아내는 압출식으로 만든다. 현대식 압출기는 반죽을 열로 익히는 동시에 강한 압력을 가해 작은 구멍 밖으로 밀어내는 식이다. 구멍 밖으로 나온 면은 바로 삶아 익히고, 꺼내면 찬물에 바로 넣어 충분히 헹군다. 면 표면의 끈끈한 전분을 제거하고 전분의 호화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다. 삶아낸 채로 방치하면 면에 남아 있는 열기 때문에 호화가 계속 진행돼 탄력을 잃고 퍼져 버린다.

고무줄처럼 질긴 쫄면

● 여고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분식 중 하나인 쫄면은 우연한 사고로 탄생했다. 인천의 한 냉면공장에서 면을 뽑는 직원이 기계의 체(구멍)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냉면보다 훨씬 굵은 면발이 나오게 된 것. 이 면을 그냥 버리기 아까웠던 공장 주인은 이웃 분식집에 공짜로 줬는데, 뜻밖에도 이 면에 고추장 양념을 비벼 내다 팔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냉면처럼 쫄깃하면서도 두툼한 식감은 새콤달콤한 양념과 어울려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쫄면의 주재료는 밀가루다. 여기에 쫄깃함을 더하기 위해 호화된 전분과 구아검 같은 식품첨가물을 넣는다. 검이란 물에 녹아서 점성을 나타내는 고분자화합물인데, 맥주의 거품안정제나 젤류의 보존물로 쓰인다.

하지만 쫄면의 질긴 듯한 쫄깃함은 열과 압력으로 면을 뽑는 압출식 제면 방식의 영향이 더 크다. 밀가루 반죽을 130~150℃의 뜨거운 열로 익히고 강한 압력으로 뽑아내면 전분의 끈끈한 성질이 높아지고 면이 조밀해져 질겨진다.

그렇다면 냉면이 질길까, 쫄면이 질길까. 밀가루를 사용하는 쫄면이 메밀가루를 사용하는 냉면보다 더 질기다. 또 쫄면은 단면적이 냉면보다 더 넓기 때문에 면발을 이로 끊기에도 냉면보다 더 어렵다.

현대인의 입맛 사로잡은 스파게티



● 이탈리아인들은 코스 요리의 첫 번째 음식으로 파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이 코스의 모두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원래 마카로니는 국수를 엄청나게 먹어대는 남부 이탈리아인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처럼 이탈리아인들은 파스타를 끔찍히 사랑한다.

파스타는 밀가루를 물로 반죽해 만든 각종 면류를 총칭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파게티는 길고 얇은 파스타에 해당한다. 스파게티가 이탈리아에 등장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이다. 또 다른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인 피자가 고대 로마시대(B.C. 753~A.D. 508)에도 존재했던 것에 비하면 스파게티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

아랍인들이 시칠리아 섬을 정복했을 때 가져온 이트리야라는 국수가 스파게티의 시초인데, 이탈리아 고유의 밀인 듀럼밀로 만들면서 지금의 스파게티로 발전했다. 거칠고 딱딱한 듀럼밀은 점성이 강해 빵을 만들기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면으로 만들면 탱글탱글하면서도 쫄깃하다.

스파게티 면의 쫄깃함은 우리나라 면의 쫄깃함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은 면의 가운데 부분인 심은 툭 하고 끊어지지만 씹을수록 쫀득한 느낌이 살아 있게 삶은 면을 ‘알덴테(al dente)’라고 해서 최고로 친다.

유통되는 스파게티 면들은 대부분 건조면이다. 이탈리아 특유의 덥고 건조한 여름 날씨는 면을 건조하는 데 최상의 조건이다. 건조면은 보존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유통하기 쉽다. 이 때문에 스파게티는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로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다.

면발 최대의 사건, 라면

● 일본인들에게 ‘20세기 일본에서 만들어진 제품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것은?’이라고 묻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컵라면, 즉 ‘인스턴트 라면’을 꼽았다고 한다.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이 라면이 전 세계를 통틀어 연간 소비되는 양은 463억 개. 에펠탑 327개를 쌓아올릴 수 있는 양이다. 인스턴트 라면의 창시자 안도 모모후쿠 씨가 2007년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때는 전직 총리도 추모식에 참석했다고 하니 일본에서 라면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라면의 시초는 알칼리성 물을 넣어 밀가루 면발을 늘인 중국 산시성의 라 이다. 이 중화식 면이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식 소금, 간장, 맛된장과 결합하면서 일본식 라면이 탄생했다.

라면이 꼬불꼬불한 모양인 이유는 뭘까. 젓가락으로 들어올리기 좋으니까? 정답이다. 또 같은 부피 내에 최대한 많은 면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면이 직선이라면 면끼리 들러붙지 않게 한 줄 한 줄 늘어놓아야 한다. 곡선은 직선에 비해 탄성력도 좋다. 용수철처럼 꼬불꼬불한 모양은 외부의 힘을 제거하면 원래의 모양과 크기로 되돌아가려는 탄성력이 크므로 라면의 경우도 미세하게나마 면의 탄성을 높일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꼬불꼬불한 모양은 끓일 때 면을 자연스럽게 한 가닥 한 가닥씩 떼어 놓는 역할을 해 열과 수분이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돕는다. 그 덕분에 면 속에 있던 지방이 신속하게 빠져나오고 국물이 면에 골고루밴다. 특히 인스턴트 라면은 기름에 튀길 때 수분이 빠져나가 수많은 구멍이 생기는데, 이곳으로 뜨거운 국물이 스며들기 때문에 조리 시간이 짧다.


 
 
최초의 국수는 기장으로 만들어졌다?

중국의 황허 강 상류 지역의 라지아 마을은 4000년 전 큰 홍수가 난 뒤에 급격히 얼어붙어서 ‘중국의 폼페이’라 불린다. 2005년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스파게티와 비슷한 면의 일부를 발견했다.

두께 3mm, 길이 50cm의 이 국수는 얼음에 갇혀 있었던 탓에 40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국수 재료가 밀이 아닌 기장이라는 사실이다.

기장은 밀보다 경작한 지 얼마 안 된 식물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이보다 더 오래 전에 밀로 만든 국수 형태의 음식이 생겼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가늘고 기다란 형태의 음식이 탄생하게 됐을까. 이에 대한 답을 알려면 먼저 밀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밀의 속껍질은 쌀과 달리 여러 겹의 단단한 층으로 이뤄진 탓에 간단히 분리할 수가 없다. 알맹이를 상하지 않게 꺼내기가 만만찮아 사람들은 차라리 낟알을 잘게 쪼개어 안에 붙은 밀가루를 채취하는 현재의 다단식 제분방식을 찾아냈다.

즉 밀은 낟알을 크게 부수는 파쇄 공정, 배젓 속에 섞여든 밀기울(껍질)을 제거하는 순화공정, 배젖 부분을 곱게 가는 분쇄 공정을 거쳐 순수한 밀가루를 얻는다. 이처럼 밀은 낟알이 아니라 가루로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물에 반죽해 손으로 비벼서 늘여 먹는 국수의 형태가 탄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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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면발 맛대결 기계 vs 손
면발의 힘 글루텐
맛있는 세계 면류 총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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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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