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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가신다, 종이책 물렀거라!

퀴퀴한 곰팡내가 배어 있는 도서관 서고를 거닐며 책을 둘러보는 사람들. 머지않아 이런 모습은 사라질까. 손안에 들어가는 단말기나 태블릿PC 하나만 있으면 수천 권의 책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전자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천고마비 독서의 계절에 종이책은 서서히 작별을 고하고 있다.





“아마존은 킨들이란 훌륭한 전자책단말기(e-book reader)로 전자책 시장을 열었지만 애플은 아마존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서 그들보다 더 멀리 나갈 것입니다.”지난 1월 27일 애플의 야심작 아이패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티븐 잡스는 “이제 아마존 킨들은 끝났다”는 주장을 점잖게 표현했다. 실제로 4월 아이패드가 출시된 이후 수많은 어플 가운데 애플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준 건 온라인 서점인 ‘아이북스’다. 현재 400만 대가 넘게 팔린 아이패드를 통해 수백만 권의 전자책을 다운받았다고 한다.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가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합니다.”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대표인 제프 베조스는 아이패드의 등장 덕분에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 감사하지만 독서라는 본연의 기능은 자사의 전자책단말기 킨들이 한수 위라고 자신한다. 실제로 아마존닷컴에서 팔리는 책 판매량에서 전자책은 이미 하드커버(양장) 책을 넘어섰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하드커버 100권이 팔릴 때 전자책은 180권이 팔렸다고 한다. 이 회사는 미국 전자책 시장의 60~70%를 점유하고 있다. 아마존이 불을 지피고 애플이 기름을 쏟아 부은 전자책이 독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차분한 독서 vs 화려한 볼거리



2007년 11월 출시된 킨들은 지난 4월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까지 약 300만 대가 팔렸다. 그런데 “킨들은 망할 것”이라는 잡스의 예상과는 달리 그 뒤 판매량이 급증해 올 연말까지는 60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패드에 경쟁하기 위해 단말기 가격을 확 내렸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킨들의 성능을 개선하고 얇게 만든 킨들2는 지난해 2월 출시됐다. 처음 가격은 359달러(약 43만 원)였는데 너무 비싸다는 여론에 두 차례 가격을 낮춰 259달러(약 31만 원)에 팔다가 아이패드의 등장에 지난 6월 189달러(약 23만 원)까지 낮췄다. 그러자 판매대수가 3배로 뛰었다.



지난 8월 25일 킨들3(공식명은 ‘킨들 최신판(latest generation)’이다)을 출시했는데 와이파이(무선인터넷)만 되는 모델은 가격이 139달러(약 17만 원)에 불과하다. 아이패드는 599달러(32G 기준, 약 72만 원)로 킨들 4대 값이다.



전자책단말기는 전자종이에 전자잉크(e ink)가 글자를 만들기 때문에 보는 메커니즘이 종이에 잉크가 프린트 된 ‘진짜 책’에 가깝다. 즉 종이책이나 킨들은 종이(디스플레이)에 반사된 빛을 통해 글자를 읽지만(따라서 어두운 곳에서는 둘 다 책을 볼 수 없다), PC나 아이패드는 LCD의 백라이팅의 빛이 직접 눈으로 들어오는 방식이다(주위가 깜깜해도 볼 수 있다).



최근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아이패드로 독서할 경우 전자북단말기(인터파크의 ‘비스킷’)로 독서를 할 때보다 눈의 피로도가 훨씬 심한 걸로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 75명은 각 매체별로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없는 나는?’을 10분씩 읽고 눈의 피로도에 대한 설문에 답했는데 72%가 아이패드로 볼 때 눈이 부시다고 답했다. 또 눈이 마른 느낌이나 글자가 떠다니는 느낌 같은 눈의 피로도 측정에서도 ‘아이패드>비스킷>종이책’ 순으로 피로도가 높게 나타났다.













킨들3의 무게는 240g에 불과해 680g인 아이패드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하철 안에서 한 손으로 부담없이 들고 읽을 수 있는 무게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의 태블릿PC 갤럭시 탭은 무게가 380g으로 아이패드보다는 훨씬 가볍지만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기에는 약간 부담스럽다.



그러나 현대인의 독서 경향을 볼 때 아이패드 같은 매체가 더 낫다는 목소리도 높다. 흑백인 단말기에 비해 컬러이므로 ‘비주얼’이 강조되는 최근 출판경향에 적합할 뿐 아니라 잡지, 신문 등 가벼운 독서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으로 사용편리성에서도 단말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



게다가 아이패드는 화면 크기(대각선 길이)가 9.7인치로 킨들3(6인치)나 갤럭시탭(7인치)보다 훨씬 시원한 화면을 제공한다. 물론 전자책단말기도 큰 버전이 있는데 예를 들어 킨들DX는 9.7인치이지만 가격이 379달러에 무게도 530g이다. 결국 크기와 휴대성, 가격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한편 킨들을 비롯한 여러 전자책단말기에 전자종이를 공급하고 있는 이잉크사는 현재 컬러전자잉크를 개발하고 있다. 사실 컬러전자잉크는 이미 개발돼 지난해 일본 후지쯔에서 컬러전자잉크단말기를 제품화했지만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아 주목받지 못했다. 이잉크사는 18개월 내에 가격 경쟁력이 있는 킨들 컬러 버전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읽을 만한 전자책이 없다!



전자책을 놓고 단말기와 태블릿PC가 경합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책 독서가 우세할 거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교보문고가 스마트폰인 갤럭시S에서 볼 수 있는 전자책을 내놓자 기존 단말기용 전자책보다 10배 이상 내려받은 걸로 나타났다. 한국전자출판협회 장기영 사무국장은 “킨들의 성공을 보고 우리나라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단말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미국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즉 단행본을 차분하게 읽는 사람들이 많은 미국과는 달리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한 한국의 경우는 PC를 통해 짧은 콘텐츠를 보는데 익숙하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전자책밖에 볼 수 없는 단말기를 구입하는데 망설인다는 것. 실제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팔린 단말기를 다 합쳐도 10만 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전자책서점인 북큐브가 10만 원대 전자책단말기를 내놓으면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는 1만 대까지 정가보다 3만원 할인된 14만 9000원에 전자책단말기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벌였는데 한 달만에 다 팔렸다. 이에 자극받아 다른 회사들도 자사의 전자책단말기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북큐브 기획홍보팀 이상수 팀장은 “전자책단말기는 기능이 단순하지만 가독성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부진한 또 다른 이유는 막상 단말기를 사도 볼 만한 콘텐츠가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교보문고를 비롯해 전자책 제작 업체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을 다 합쳐도 20만 권이 채 안 된다. 반면 아마존 한 곳이 보유한 전자책은 67만 권에 달한다. 판매 서비스도 차이가 큰데 아마존의 경우 전체 콘텐츠 5% 분량으로 만든 ‘샘플 전자책’을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읽어 보고’ 책을 살 수 있다. 게가 출판된 지 오래된 책 가운데는 무료이거나 1달러, 2달러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책이 꽤 된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다운받은 전자책의 60%는 무료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 전자책 판매 사이트에서도 무료 책이 있지만 솔직히 ‘읽을 만한 게’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공공 데이터 서비스 분야에서도 갈 길이 멀다. 미국은 비영리 아카이브 사이트가 여러 곳 있어 판권이 끝난 180만 권이 넘는 책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친절하게 이펍(ePUP)같은 전자책 파일로 포맷된 책도 많다.



사실 전자책단말기는 손안의 서재라기보다는 개인 도서관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킨들3은 책 3500권 분량을 담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하드웨어를 충족시켜줄 만한 콘텐츠의 확충이 시급하다. 장기영 국장은 “국내 출판계의 경우 저작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전자책으로 내놓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문화관광부를 비롯해 출판 관계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문제는 조금씩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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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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