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건설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후를 위해 그 주변에 묘소를 만들었다.
최근 고고학적인 대발견이 이집트에서 이뤄졌다. 피라미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피라미드를 세운 수백명의 기술자들의 무덤을 찾아낸 것이다.
"이 무덤을 잘 살펴 보세요. 그곳에는 수백명이 묻혀 있습니다. 어쩌면 수천명일 수도 있고, 수만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그들은 고대 이집트의 체옵스(Cheops) 셰프렌(Shephren) 미케리노스(Mykerinos) 피라미드를 건설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로써 피라미드를 우주인이 만들었다는 설과 유목민이 세웠다는 설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된 셈이지요"
1987년 이후 기자(Giza)와 사콰라(Saqqarah) 피라미드 발굴 총책임자로 있는 자히 하와스(44)박사의 말이다. 그는 이 발견이 1922년에 이룩한 투틴카멘왕의 묘소발굴에 버금가는 가치를 갖고 있다고 단언한다.
지난해 초 이집트를 찾은 한 미국여성의 특별한 체험이 이 대발견의 실마리가 되었다. 그는 말을 타고 스핑크스의 남동쪽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탄 말이 놀라서 제멋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 말은 등을 꼿꼿이 세우더니 야트막한 언덕에 '꽝'하고 부딪치고 말았다. 영문도 모르고 날벼락을 맞은 여행객은 어딘가에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겨우 정신을 수습해서 주변을 살펴보니 사방이 텅 빈 상태였다. 그것은 무덤이었다.
기술자는 큰 특권 누려
자히 하와스와 그의 동료들은 연락을 받고 그 장소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손을 완전히 편 고대 이집트인이 잠들어 있었다. 사자(死者)의 골격들은 가는 모래층 아래에서 발굴됐는데, 마치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였다. 비명을 지르다 얼어죽은 것처럼 고대 이집트인의 입은 조금 열려 있었다.
그 무덤의 주인공은 피라미드의 건설인부들이었는데 주로 남자였다. 묘소 안쪽에 있는, 석회석으로 만든 가짜문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곳에 묻힌 사람이 누구이고, 죽은 자의 영혼에 다시 생명의 힘이 불어넣어지기를 바라고, 그 친지들이 가끔 무덤 밖에 선물을 놓고 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날마다 그 무덤은 비밀의 베일을 하나씩 벗고 있다. 그곳에 묻힌 사람들은 지금부터 약 4천년 전 파라오가 이집트를 지배하던 시기에 살았는데 이들이 피라미드를 세운 사람들이라는 견해는 이제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은 아마도 돌을 깎고 건축물을 치장하는 일을 담당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상당한 사회적 지위도 누렸을 것으로 여겨진다. 왕의 묘소 주위에 그들의 무덤을 만드는 것이 허용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무덤을 자세히 살펴보면 12개 정도의 무덤이 아래쪽의 매우 정교한 묘소에 함께 묻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굴현장 감독인 만수어 라드완의 말은 계속된다.
"그들은 십장과 함께 묻히기를 자청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이 묘소들은 피라미드를 만들다 남은 소재로 건축된 것이 틀림없어요. 따라서 화강암 석회암 현무암 석고 등이 주로 활용됐습니다"
발굴현장에는 지금 수백명의 작업자들이 매달려 있다. 하지만 4천년 간 땅속에 묻혀 있던 고대인들이 모두 햇볕을 보려면 적어도 몇년은 걸릴 전망이다. 현재 작업은 무덤의 천정에 집중되고 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 작업과정에서도 수북이 쌓인 먼지는 많은 어려움을 던져주고 있다. 일단 고대인의 골격이 먼지막으로부터 빠져 나오면 대기중인 고고학자들에게 넘겨진다.
하와스는 "이곳에 묻힌 사람들의 연령은 35~40세 사이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들 모두 척추에 결함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뒤 그 이유가 과도한 노동량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무튼 연골의 손상은 매우 특징적이다.
피라미드 건설작업은 대개 20여년간 지속됐다. 아마도 그 기간에 수천명의 노예들이 작업현장에서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노동자중 일부는 계속해서 건설현장에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나일강이 범람하는 기간(1년에 3개월)에만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옵스의 피라미드를 세울 때에는 대략 10만명이 고대 이집트의 경향각지에서 차출됐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집트에서는 말의 기이한 행동으로 인해 대발굴이 이뤄지곤 한다. 저명한 이집트학자인 하워드 카터가 1900년에 말을 타고 '왕의 계곡'을 탐사하고 있었는데, 그때도 말이 날뛰어 그만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 역사적인 낙마를 통해 찾아낸 것이 바로 멘호텝2세의 무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