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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서 발견자, 과학전도사로 거듭나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조슬린 벨버넬


40년 전 펄서를 최초로 발견한 영국 옥스퍼드대 조슬린 벨 버넬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생 시절 우주에서 1.34초마다 한번씩 오는 전파신호를 처음 발견했을 때 솔직히 두려웠어요. 지도교수(앤터니 휴이시 교수)는 제가 2년간 손수 만들었던 전파망원경에 문제가 있어 이상한 신호가 잡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해 박사학위도 못 받고 쫓겨나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실험실 근처에 있던, 골이 파인 함석지붕 건물에서 반사된 전파도 아니었고 인공위성이나 다른 실험실에서 오는 신호도 아니었죠. 급기야 외계문명이 보내는 신호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작은 초록 외계인’(LGM)이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몇달 뒤 우주의 또 다른 곳에서 1.25초에 한번씩 오는 전파신호를 찾았을 때 새로운 천체(펄서)를 발견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정말 ‘유레카’라고 할 만한 순간이었죠. 6개월간 전파신호를 기록한 수km 길이의 종이와 씨름한 보람이 있었죠.”

1967년 펄서를 최초로 발견한 영국 옥스퍼드대 조슬린 벨 버넬*(64) 교수는 발견 당시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지난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에서 열린 ‘펄서 발견 40주년 기념학술회의’에 참석한 버넬 교수를 만났다. 14일 버넬 교수는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펄서를 찾아서’란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펄서 관련 노벨상수상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앤터니 휴이시 교수(1974년)와 미국 프린스턴대 조지프 테일러 교수(1993년)도 참석했다. 1974년 노벨물리학상은 펄서를 처음 발견한 공로로 휴이시 교수에게만 돌아가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묻자 버넬 교수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1960~70년대 노벨상은 항상 남성 선임연구자에게만 돌아갔고 밑에 있는 연구자는 단지 성실히 책임을 다할 뿐이었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팀 단위로 연구한다는 생각이 강해져 노벨상 위원회도 여러 구성원의 기여도를 고려하게 됐답니다(1993년 테일러 교수는 당시 대학원생 제자였던 러셀 헐스와 노벨상을 함께 받았다). 이런 분위기였다면 나도 노벨상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난 노벨상을 제외한 많은 상을 받았죠.(웃음)”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 시절 그는 우주전파신호를 기록한 종이를 하루에 30m씩 분석해야 했다.


버넬 교수는 1973년부터 국제 과학계에서 여러 상을 받았고 올해 6월 대영제국의 데임 작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연구 외에도 여성과학자를 대표해 대중 강연을 하며 학생들에게 역할모델로 다가가고 있다. 버넬 교수는 “취미로 별과 우주에 관련된 시 400~500편을 수집했는데, 가끔 우주와 시를 갖고 강연을 하면 많은 여학생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14살이던 1957년 옛소련에서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때 과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그는 아버지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천문학 책을 보면서 우주의 매력에 푹 빠졌고 조드럴뱅크천문대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전파천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파천문학은 생긴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첨단학문이었다.

자신이 할 줄 아는 한국말은 ‘안녕하십니까’뿐이라는 버넬 교수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06년 ‘예비 여성과학자 멘토링 프로그램’(WISE)과 관련된 회의에 참석하러 방한해 한국과학영재학교, 연세대, 이화여대, 서울대 등에서 강연한 그는 올해 4월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천체물리학(천문학)은 현대물리학 중에서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학문입니다. 펄서는 발견된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죠. 천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주저 말고 지금 시작하세요.” 이렇게 말하는 그에게 펄서 발견으로 천문학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대가다운 열정이 느껴졌다.
 

8월 14일 저녁 맥길대에서 버넬 교수가 ‘펄서를 찾아서’란 주제로 대중강연을 한다고 안내하는 포스터. 그는 휴가철이라 많은 사람이 올지 모르겠다고 걱정했지만 이 강연에는 700여명이 몰려들어 1시간 동안 펄서 얘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조슬린 벨 버넬*
태어날 때 수잔 조슬린 벨이란 이름을 가졌던 그는 결혼한 뒤 남편의 성을 붙여 S. 조슬린 벨 버넬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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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정은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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