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미리 체험해 보는 준궤도 우주여행 110km에서 슈퍼맨처럼 날아오르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122126345953fd7e6f55283.jpg)
도착
처음엔 시시했던 우주공항
2015년 9월 1일, 꿈에 그리던 우주여행을 가기 위해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에 위치한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 우주공항에 도착했다. 우주공항의 첫인상은 정말 시시했다. 인천국제공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로우주센터처럼 웅장한 발사타워도 없었고, 황량한 사막에 활주로만 덜렁 있었다. 이곳에서 정말 3일 뒤에 내가 스페이스십2를 타고 우주로 떠날 수 있을까.
훈련
15초 무중력 훈련 - 신체검사와 체험훈련
3일간 간단한 신체검사와 체험훈련을 받았다. 이소연 우주인이 받았다는 그런 엄격한 훈련은 아니었다. 민간우주여행의 조건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듯했다.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듣던 대로 무중력 비행기 탑승. 우주공항에 마련된 소형 제트기를 이용해 15초 내외로 무중력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간에 기별도 안 갈 만큼 짧아서 우주관광이 더욱 기다려졌다. 우주선 발사와 귀환 시 급격한 가속도 변화를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력가속도 내성훈련’도 받았다. 호흡법이나 자세 등에 관한 실습교육으로, 흔히 생각하는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직접 체험훈련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행과정중 지상에 비해 최대 6배의 중력가속도가 생기는 만큼 수업은 진지했다. 마지막 날에는 함께 우주선을 탈 관광객 6명과 조종사 2명을 만났다. 다양한 나라에서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
이륙
좌석은 모두 창가에
드디어 우주선에 탈 시간이다. 우주복과 비슷한 비행복으로 갈아입었다. 스페이스십2는 2중 유리창이 달린 안전한 우주선이기에 비행복에 특별한 기능은 없단다. 우주선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며 둘러보니 모두 ‘창가쪽 좌석’이란 게 재밌었다. 조그만 이 창을 사이로 이제 곧 우주와 직면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더욱 두근거렸다. 우주선을 싣고 갈 모선인 화이트나이트2의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곧 우주선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그때까지는 그냥 비행기를 탄 느낌이었다.
상승
무채색으로 변하는 하늘
파랗던 하늘이 갑자기 검은색으로 변했다. 우주선 속도가 마하 3.5에 이르러 현재 중력가속도가 3.5G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머리 쪽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면서 가장 민감한 눈이
약간 흐려질 수도 있다던 강사의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곧 로켓엔진의 추력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중력가속도도 줄어들기 시작했고 다행히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갔다.
투하
15km에서 수직 상승
15km 분리고도에 다다르자 요란한 알람 소리와 함께 창밖으로 모선이 멀어지는 게 보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고요한 정적과 함께 몸이 ‘붕’ 뜨는 느낌이 왔다. ‘우주에 도착하면 이런 느낌일까’라고 생각한 순간, 누가 나의 등을 세게 때린 듯 강한 힘이 느껴졌다. 우주선의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이 점화된 것이다. 우주선은 큰 호를 그리며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내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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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비행 및 자유낙하
온몸이 둥둥~ 얏호! 우주여행
약 60초 후, 갑자기 소음이 멈추고 고요해졌다. 갑자기 중력을 느낄 수 없었다. 엔진을 끄고 관성비행단계이자 자유낙하상태에 진입한 것 같았다. 본격적인 우주여행을 만끽할 시간이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면서 공간이 넓어졌다. 조종사가 안전벨트를 풀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슈퍼맨처럼 날아올라 가장 먼저 창문에 달라붙었다. 아마추어천문활동을 하는 나는 죽기 전 우주에서 별을 보는 게 소원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마치 전구에 불이 들어온 듯 별들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기의 방해가 없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반대쪽에 있던 사람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지구 쪽 창문이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탑승객들이 지구를 향한 창문에 몰려있었다. 우주로 와서 정작 궁금한 것이 방금 떠나온 지구의 모습이라니. 우린 어쩔 수 없는 지구인인가 보다. 우주멀미로 괴로워하는 탑승객도 많았다.
우주고도 도달
파랗고 동그란 지구
최고비행고도인 110km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지구방향 창문으로 향했다. 창문 너머로 얇은 대기층과 지구의 둥근 가장자리가 보였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지구 풍경이었다. 우주에 왔음을 더욱 실감했다. 궤도비행 우주선이 아니기에 미국 주변만 보는 게 못내 아쉬웠다.
하강
나는 우주인이다
5분이 쏜살같이 흘렀다. 우주비행의 끝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고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안전벨트를 맸다. 점차 낙하속도가 증가했다. 짙은 대기 속으로 들어가면서 공기저항때문에 속도가 다시 줄었다. 고도 33km에서는 6G에 달하는 중력이 발생했다. 하강 시에는 중력가속도가 누워있는 자세에서 가슴을 누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나는 훈련 때 배운 대로 배를 압박하는 호흡과 다리 근육을 긴장시키는 자세로 무사히 견딜 수 있었다. 우주선은 15분간 천천히 우주공항으로 활강해 내려왔다. 2시간에 걸친 짧은 여행이 끝났다. 지금 내 왼쪽 가슴에는 ‘민간 우주인 뱃지(Commercial Astronaut Wings)’가 달려있다. 직접 우주선을 조종한 것은 아니지만, 대기 밖을 다녀온 전 인류의 0.00001%도 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지구인이자 자랑스러운 우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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