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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양자역학과 상대론 검증하는 우주실험실

중성자별에서 ‘낯선 쿼크’의 향기를 느끼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검증하는 우주실험실


‘가요계에 새롭게 나타난 초신성!’ 초신성의 정체를 제대로 안다면 잘못된 표현이다. 옛사람도 맨눈에 보이지 않던 별이 갑자기 눈부시게 타오르던 모습을 보고 새로운 별(초신성)이 출현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초신성은 무거운 별이 최후를 맞이해 갑자기 폭발하면서 밝아지는 단계를 뜻한다. 태양보다 최대 100억배나 밝아지는 초신성은 한동안 미스터리였다.

1934년 독일의 발터 바데와 스위스의 프리츠 츠비키가 초신성 폭발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중성자별을 제안했다. 즉 무거운 별은 중심에 고밀도 중성자별이 만들어질 때 바깥쪽으로 충격파가 생겨 대규모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내부밀도가 서울의 모든 건물을 각설탕 하나의 부피에 압축한 정도에 해당하는 중성자별의 존재는 쉽게 인정받지 못했다.

물론 1967년 펄서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펄서가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이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중성자별은 현대물리학의 양대 산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검증하는 우주실험실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상대론과 양자역학의 힘겨루기


1999년 우주로 발사된 NASA의 X선 관측위성 ‘찬드라’는 중성자별, 블랙홀, 은하 중심부처럼 중력이 강한 천체에서 나오는 X선을 관측해왔다.


현재 우주공간에서 활약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가운데 X선 관측위성 ‘찬드라’가 있다. 인도 태생의 미국 천체물리학자인 찬드라세카르의 이름을 딴 위성이다. 1933년 찬드라세카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입자를 기술하는 양자역학을 융합해 백색왜성의 질량에 한계가 있음을 예측했다. 이 업적으로 그는 198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백색왜성은 태양 같은 별의 최후 모습이다. 태양 같은 별이 말년에 중심에서 핵반응을 멈추면 자체 중력 때문에 붕괴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자가 같은 상태에 2개 이상 있을 수 없다’(파울리 배타원리)는 양자역학의 결과로 생기는 압력이 중력 붕괴에 제동을 건다. 이는 많은 사람이 한 방에 있을 때 2명이 똑같은 공간을 차지할 수 없어 최대 수용 인원이 제한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찬드라세카르 이론에 따르면 백색왜성은 태양보다 1.4배 더 무거울 때 상대론으로 기술되는 중력이 전자의 양자역학적 압력을 이기기 때문에 더 이상 안정할 수 없다. 즉 전자가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결합해 중성자를 만들면서 중성자별이 탄생한다.

중성자별은 중성자의 양자역학적 압력 덕분에 더 이상 압축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질량이 태양 질량의 2.1배 이상이면 또 상황이 달라진다. 상대론적 중력이 양자역학적 힘을 넘어서기 때문에 중성자별은 더 이상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빛 조차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한 블랙홀로 변신한다. 중성자별은 상대론과 양자역학의 힘겨루기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인도 태생의 미국 천체물리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 그는 백색왜성이 중성자별이 되는 한계를 알아내 198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별에서 지진이 일어난다고?


크게 껍질, 외핵, 내핵으로 나눠지는데, 중심부로 갈수록 밀도가 높아진다. 1km 두께의 껍질에는 철원자핵이 모 여 있으며, 외핵에서는 원자핵의 경계가 사라져 중성자 와 양성자가 빽빽이 들어찬 채 중성자 초유체와 양성자 초유체가 차례로 나타나고 안쪽에서는 이들 초유체마저 사라진다. 내핵에서는 중성자와 양성자에서 업쿼크와 다 운쿼크가 빠져나와 유체 상태로 돌아다니며 중심부에는 업쿼크, 다운쿼크, 스트레인지쿼크가 꽉 차있다.


중성자별 내부는 지상 실험에서 절대 구현할 수 없는 고밀도 상태라 양자역학의 고밀도 상태를 연구할 수 있는 우주 최고의 실험실이다. 중성자별은 반지름이 15km 내외로 내부는 양파껍질처럼 여러 층으로 구성돼 있다. 제일 바깥 1km에는 금속원자(철)핵들이 얇은 껍질층을 이루고 있으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밀도가 높아져 원자핵의 경계가 사라지고 중성자와 양성자가 빽빽이 들어찬 외핵층이 나타난다. 외핵에는 중성자 초유체(점성과 저항이 0인 유체), 양성자 초유체가 듬성듬성 존재한다.

중성자별 껍질층은 점성이 없는 초유체층 때문에 내부와 상관없이 따로 움직인다. 그러다가 껍질층이 약간 무너지면 마치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팔을 몸에 붙일 때 더 빨리 돌듯이 중성자별의 회전이 갑자기 빨라진다. 이 현상은 또한 지구에서 지각판이 살짝 움직이면 지진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 ‘별지진’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천문학자들은 1999년부터 7년간 ‘PSR J0537-6910’이란 펄서에서 10번의 별지진을 관측했다.

중성자별의 중심부는 실험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10}^{15}$g/${cm}^{3}$ 이상의 고밀도 상태다. 이는 원자핵의 밀도보다 3~4배 높은 정도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중성자별 중심부가 업쿼크, 다운쿼크, 스트레인지쿼크라는 3종류의 쿼크로 이뤄져 있다고 예상한다. 업쿼크와 다운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소립자와 달리, 스트레인지쿼크는 양성자 질량의 3분의 1정도로 무거워 보통 상태에서 형성되기 힘들고 밀도가 높은 곳에서 만들어진다. 중성자별의 중심부는 비록 부피가 작지만 밀도가 높아 별의 전체 질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스트레인지쿼크는 중성자별 중심부의 핵심 소립자다. 중심부에 스트레인지쿼크가 존재하면 3종류의 쿼크로 별의 중심부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단위부피당 채울 수 있는 전체 쿼크 개수가 증가해 밀도가 높아지고 중성자별의 최대 질량이 준다. 만일 스트레인지쿼크가 아예 없으면 태양보다 2.5배 무거운 별까지 중성자별로 남아있을 수 있는 반면, 스트레인지쿼크가 포함되면 중성자별의 최대 질량은 태양 질량의 2.1배이고 이보다 무거운 별은 밀도가 너무 높아 블랙홀로 붕괴된다. 현재까지 관측된 대부분의 중성자별은 질량이 태양 질량의 1.4~1.7배였으나 2005년 태양보다 2.1배 무거운 중성자별이 발견됐다. 이보다 더 무거운 중성자별이 존재할까. 이 문제는 중성자별 내부의 고밀도 상태에서 양자역학을 연구하는데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펄서 충돌할 때 나오는 중력파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 나오는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에 설치한‘중력파 관측소’(LIGO).


1974년 미국의 조지프 테일러와 러셀 헐스가 ‘PSR 1913+16’이라는 새로운 펄서를 발견했다. 지름 305m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이 펄서에 들이대자 중성자별 2개가 짝을 지어 8시간마다 한바퀴씩 서로를 공전하는 것이 아닌가. 쌍성 펄서를 최초로 찾아낸 순간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쌍성 펄서를 20여년간 꾸준히 관측하자 두 별이 점점 가까워져 공전주기가 1년에 1만분의 1초 정도씩 빨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왜 그럴까. 테일러와 헐스는 공전하는 두 중성자별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따라 중력파를 방출하므로 궤도 에너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은 쌍성 펄서를 발견하고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한 공로로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함께 받았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따라 그 존재가 예측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직접 검출된 적이 없다. 전하를 띤 입자가 진동하면 전자기파가 발생하듯이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입자가 진동하면 발생한다. 거리가 떨어진 2개의 구가 서로 돌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에게 중력을 미치는데, 서로를 공전하고 있어 주위의 중력에 변화가 생긴다. 이 변화가 물결처럼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는 흐름이 중력파다. 물결파가 지나가면 호수에 떠있는 나뭇잎이 아래위로 흔들리듯이 중력을 받는 물체는 중력파가 지나가면 나뭇잎처럼 흔들린다. 보통 중력파의 크기가 너무 작아 느낄 수 없을 뿐이다. 세기가 큰 중력파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돌고 있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쌍성에서 나온다. 또 은하 충돌이나 빅뱅처럼 대규모로 중력이 변할 때 강력한 중력파가 형성될 수 있다.

1974년 테일러와 헐스가 발견한 중성자별 쌍성은 중력파를 방출하다가 3억년이 지나면 결국 충돌할 운명이라고 한다. 중성자별 2개가 충돌하는 과정에서는 비교적 강력한 중력파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중력파 관측소’(LIGO)에서는 중성자별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를 직접 측정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관측소에는 길이 4km의 진공관 2개가 직각으로 놓여 있고 진공관 각 끝에는 무거운 거울이 추처럼 하나씩 달려있다. 중력파가 이 관측소를 지나가면 진공관 양끝에 위치한 거울이 살짝 움직인다. 예를 들어 한쪽 관에 있는 거울 2개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다른 관에 있는 거울 2개 사이의 거리는 멀어진다. 레이저빔을 쏘아 각 관을 지나 돌아오도록 한 뒤 레이저빔이 왕복한 각 거리의 차이를 확인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원리다.


LIGO의 중력파 검출 원리


태초의 우주 본다


서로의 주위를 돌던 펄서 2개가 중력파를 방출하며 궤도 에너지를 잃어버리면 점차 가까워지고 결국 충돌해 블랙홀이 된다. 충돌과정에서 강력한 중력파가 쏟아져 나온다.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 나온 중력파가 LIGO를 지나갈 경우 양쪽에 있는 4km 길이의 관에서 거울이 움직인 거리 차이는 ${10}^{-16}$cm로 예상된다. 이 신호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인류가 단 한번도 이뤄내지 못한 정밀도가 요구되는 셈이다. 그래서 주변 땅의 흔들림처럼 다른 요인에 의한 진동을 최소화해 정밀도를 더 높인 LIGO Ⅱ를 2010년 이후에 완성할 계획이다. 우주 전체에서 일어나는 중성자별 충돌을 추정한 결과 LIGO Ⅱ로는 매년 수백건의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성자별이 중력파를 검출하는 우주실험실인 셈이다.

2015년경에는 우주에서 중력파를 측정할 계획이다. 유럽우주국과 미국 항공우주국은 지구 궤도에 3개의 위성을 띄워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프로젝트(LISA)를 진행하고 있다. 각 위성 간의 거리가 500만km로 지구반지름의 780배에 이른다. 기본 원리는 LIGO와 같다. 즉 한 위성에서 다른 두 위성을 향해 레이저빔을 보내고 두 위성에서 돌아온 빔이 이동한 거리의 차이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한다. LISA는 위성 간의 거리 500만km에서 측정하려는 정밀도가 ${10}^{-10}$cm인데, LIGO와 달리 은하 충돌처럼 큰 규모에서 나오는 파장이 긴 중력파를 검출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우주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도구는 전파, 가시광선, X선, 감마선 같은 빛(전자기파)이었다. 하지만 빛으로 볼 수 있는 우주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빅뱅이 일어난 직후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은 초기 우주에서는 빛이 다른 입자와 빈번히 충돌해 빠져나올 수 없다. 안개가 자욱한 날 아무리 강한 빛을 쏴도 멀리서는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빛에 비해 중력파는 입자와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빛이 나오지 못하는 고온?고밀도 상태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다. 빛은 빅뱅 후 30만년이 지나야 관측할 수 있는 반면, 중력파는 빅뱅 후 ${10}^{-43}$초부터 나온다. 중력파만 관측할 수 있다면 태초의 우주를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중력파 검출의 열쇠는 중성자별이 쥐고 있다.


지구 궤도에 3개의 위성을 띄워 우주에서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프로젝트(LISA)의 상상도. 은하 충돌 때처럼 큰 규모에서 나오는 중력파를 측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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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중력파 비밀 여는 우주열쇠
PART1 우주등대, 1초에 1000번 깜박
펄서 발견자, 과학전도사로 거듭나다
PART2 양자역학과 상대론 검증하는 우주실험실
PART3 행성에서 생명체까지, 상상플러스 공간

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창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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