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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내 몸에 꼭 맞는 암예방법

암발생 80%가 생활습관 때문

“진작 이랬어야지!”

2015년 2월 14일 아침, 신문을 읽으시던 아버지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졸린 눈을 부비며 거실로 나온 예방이는 아버지 손에 들린 신문 머릿기사 제목을 확인했다.

‘담배생산판매 금지법안, 국회통과’ 국회가 담배를 암을 유발하는 중독성 물질로 인정해 담배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이다. 예방이 아빠가 담배를 끊은 것은 벌써 8년 전. 금연콜센터 상담 프로그램이 제안한 금단증상 심리치료와 니코틴 대체요법의 도움을 받았다.

그 시간 엄마는 부엌에 있는 소형 모니터를 확인하며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아침 식단은 쇠고기 야채죽과 사과다. 모니터에는 쇠고기 야채죽에 넣어야 하는 재료의 분량과 조리 방법은 물론 세 식구의 권장 식사량까지 표시돼 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학교에 간 예방이는 도착하자마자 교실 입구에 있는 스캐너에 손목시계를 댔다. 손목시계에 장착된 칩에는 예방이의 하루 동안의 신체정보가 기록돼 있다. 학교 중앙컴퓨터가 이를 분석해 오늘 예방이의 체육활동과 점심 식단을 짠다. 예방이는 체육시간에 30분 동안 시속 10km로 달리기를 했고, 점심시간에는 염도, 칼로리, 영양소를 고려해 조리한 음식을 먹었다.

오후엔 건강검진을 받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1년에 두 번 이뤄지는 건강검진으로 다양한 만성질환과 암발생 위험도를 평가받는다. 예방이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진키트로 자궁경부암 감염여부를 확인하고 예방백신 주사를 맞았다. 또 암발생 위험도검사로 자신이 유전성 유방암과 대장암 발암 확률이 보통 사람보다 20~30%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방이에게 내려진 처방은 발암 유전자에 대한 유전자 치료와 암예방 실천 캠프 참여.

예방이는 방과 후 국립암센터에 들러 발암유전자 교정치료를 받고, 2달 뒤 치료 일정을 예약했다. 암예방 실천 캠프는 여름방학 때 열린다. 예방이의 건강상태와 유전자검사 결과, 그리고 생활기록 자료를 토대로 만든 맞춤형 암예방 실천 프로그램을 2박3일에 걸쳐 교육받는다.

2015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암은 더이상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예방의 대상이다. 혈당과 혈압 같은 건강정보와 식사유형이나 흡연, 음주 여부 같은 생활습관까지 고려해 암발생 위험도를 산출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만든 ‘개인맞춤형 암예방 프로그램’에 따라 암을 미리 막는다.
 

내 몸에 꼭 맞는 암예방법
 

작은 실천이 만드는 기적, 예방

현재 암은 3분의 1이 예방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발견으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도 사망에 이르는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암의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30%가 흡연, 30%는 식이요인, 18%는 만성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전체 암의 약 80%가 생활습관과 관련해 발생하는 셈이다. 즉 암은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으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암관리 대책은 암 진단과 치료기술을 향상하는데 집중돼 있었다. 전국 단위 국가사업으로 진행하는 조기검진사업, 치료비 지원사업, 재발암환자 관리사업,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은 암관리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해마다 늘고 있는 암환자수를 줄이는 궁극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와 선진국에서는 각국의 실정에 맞는 암예방 수칙과 전략을 만들어 국가단위 암관리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암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되는 ‘제2기 암정복 10개년 계획’에 장기적인 암예방 전략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국민 암예방 수칙’을 발표했다.

새로운 암 진단과 치료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수십 년 뒤에 발생할 암을 미리 치료하는 방법은 예방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암이 주는 두려움을 없애주고 암 진단과 치료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 일상생활 속의 암예방 노력을 ‘작은 실천이 만드는 기적’이라 부르는 이유다.

암코호트 연구로 맞춤형 예방법 만든다

국민 암예방 수칙은 암예방의 필요성과 원칙을 제시하는 중요한 지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담배를 끊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에게 적정한 음주는 어느 수준인지, 채소와 과일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어야 충분한지, 내 나이와 건강상태에 맞는 운동량과 적정체중은 어느 정도인지, 안전한 성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예방수칙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에는 궁금한 점이 너무 많다.

내게 맞는 암 예방법을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선진국에서는 암예방 실천전략을 대상자의 특성과 암의 종류에 따라 점차 세분화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암예방 실천전략의 식생활 부분에는 남녀별, 연령대별, 인종별로 필요한 채소와 과일 섭취량은 물론 어떤 채소를 몇 접시 또는 어떤 과일을 몇 쪽 먹어야 좋은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암예방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유전적 차이, 자연환경이나 생활환경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맞춤형 암예방 프로그램 실천전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연구가 바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암코호트 연구’다. 암코호트 연구란 동일한 특성을 지닌 집단을 수년 내지 수십년 이상 지켜보면서 암발생 이전의 생활습관이나 발암 위험요인이 암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다.

코호트 연구가 의미 있으려면 연구할 집단의 규모가 커야 하고, 집단에 속한 대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질병관리본부와 국립암센터 그리고 대학을 중심으로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암코호트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소규모 코호트 연구를 컨소시엄으로 묶는 노력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암코호트 연구가 마무리되면 맞춤형 암예방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예방이의 하루가 결코 꿈 같은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01 미국암센터에서 만든 암예방 실천전략의 식생활 부분을 담고 있는 홈페이지. 나이, 성별, 하루 운동량을 입력하면 암예방을 위해 먹어야 할 하루 음식 권장 량을 볼 수 있다. 02 해마다 영국에서는 암연구기금 마련을 위한 마라톤 행사인‘Race for life’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여성만 참여할 수 있다
 

국민 암예방 수칙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
흡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남이 피우는 담배연기를 맡는 간접흡연 역시 암발생 위험을 20~30%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채소와 과일을 충분하게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잡힌 식사하기
충분한 과일과 채소의 섭취는 암 발생률을 5~12%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심혈관계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에서도 그 섭취량을 늘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음식을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을 먹지 않기
짠 음식은 위염을 유발해 위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탄 음식에는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 하기
콘돔 사용, 성상대자수의 최소화 등 안전한 성생활로 인유두종바이러스, B형 간염 바이러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의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이 질병들은 자궁경부암, 간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의 원인이 된다.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운동은 암뿐만 아니라 심혈관계질환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비만은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식도암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검진 빠짐없이 받기
일본, 미국 및 유럽 지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조기검진은 암에 의한 사망률을 위암 32%, 대장암 33%, 유방암 35%, 자궁경부암 70% 낮춘다.

술은 하루 두 잔 이내로만 마시기
술은 간암, 구순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유방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일터에서 안전보건수칙 지키기
일터에서 산업보건안전기준에 따라 안전장치와 보호구 착용을 생활화해 ‘직업성 발암원’에 대한 노출을 막는다.

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B형 간염 예방접종 받기
B형 간염 예방접종은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을 예방한다.
 

국민 암예방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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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임민경 암코호트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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