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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황우석은 실패하고 미탈리포프는 성공했을까





논문에 따르면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팀은 사람의 피부세포(체세포)를 기증받은 난자(생식세포)와 결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이 배아줄기세포는 원래의 피부세포 유전자와 똑같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이 분열하면서 만들어지는 가장 초기의 줄기세포로 근육이나 신경세포 등 몸을 이루는 어떤 세포로도 분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이용하면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소멸하면서 생기는 파킨슨병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대체 조직, 나아가서는 이식용 장기를 만들 수도 있다.

지금은 배아줄기세포를 불임 치료에 쓰고 남은 배아로 만든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와 환자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아서 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체세포 복제 방식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004년과 2005년 황우석 박사팀이 이를 해냈다고 주장했지만, 둘 다 논문 조작으로 밝혀져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침체기에 빠졌다.

게다가 2006년에는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성체의 난자를 쓰지 않고도 다 자란 피부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다. 2011년에는 말린 파르마르 스웨덴 룬드대 교수가 인간의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지 않고 곧바로 신경세포로 바꾸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파르마르 교수팀은 최근 뇌 안에서 피부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꾸는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경쟁 기술이 발달하면서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시대에 뒤처진 연구로 점차 잊히고 있었다. 굳이 얻기 어렵고 윤리적으로도 문제
가 복잡한 난자를 이용해 ‘복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새로운 전기가 생겼다. 이들은 어떻게 인간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었을까. 복제배아줄기세포는 다른 기술에 비해 어떤 경쟁력 혹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을까.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 자체는 1996년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이후로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미탈리포프 교수팀은 핵을 제거한 난자에 피부세포와 같은 체세포를 넣은 뒤 비활성화된 센다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융합시켰다. 그리고 전기 자극을 줘 배아 발달을
일으켰다. 새로운 기술은 아니었지만, 연구팀에게는 오랫동안 원숭이를 이용해 쌓은 경험이 있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지난 2007년 최초로 원숭이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논문에 저자로 참여한 이효상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사전에 원숭이를 이용해 체세포를 복제하는 실험 과정을 최적화했던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000개가 넘는 원숭이의 난자로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하면서 가장 복제가 잘 되는 조건을 찾은 뒤 인간난자에 적용했다.

연구팀이 보고한 또 다른 복제 성공 요인은 커피에도 들어 있는 ‘카페인’이었다. 2007년 원숭이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을 당시 이들은 카페인이 난자가 조기에 활성화되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카페인 처리를 하지않은 60개의 난자 중에서 6개가 배반포(수정란이 여러 개의 세포로 분열한 것)까지 발달했지만, 어느 것에서도 배아줄기세포를 뽑아내지 못했다. 카페인 처리를 한 42개의 난자 중에서는 8개가 배반포까지 발달했으며, 이 중 4개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얻었다. 일부 언론 기사에는 난자 2개를 사용해 줄기세포주 1개를 얻었다는 내용이 실렸지만, 논문에는 그런 언급이 없다. 카페인 처리 배판포 2개당 1개꼴로 성공했다는 사실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비록 조작으로 드러났지만, 황우석 박사팀이 성공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수백 개의 난자를 사용해서 2개를 성공했다고 한 것에 비하면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인 것이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난자를 적게 쓰고도 성공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발전을 이뤄낸 데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줄기세포치료제를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IPSc가 있다. 먼저 성체줄기세포는 어른이 된 뒤에도 몸에 남아 있는 줄기세포로 골수, 제대혈, 피부, 지방 등의 조직에서 얻는다. 환자 자신의 몸이나 다른 사람의 몸에서 뽑아내 이용할 수 있다. 환자에게서 얻은 줄기세포는 유전자가 똑같아 거부반응도 없다. 그러나 모든 세포로 분화하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다. 그 대신 난자를 쓰지않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더 집중했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인 IPSc는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며,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난자를 쓰지 않는다. 양쪽의 장점을 가진 셈이다. 게다가 복제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이미 기술이 널리 보급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IPSc를 만들기 위해 세포 속에 넣어야 하는 유전자 중에는 암을 일으키는 성질을 지닌 것이 많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단백질을 이용해 IPSc를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어 치료목적으로는 가장 좋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용했을 때는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환자의 유전자와 똑같이 만들려면 체세포 복제 방식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이미 보편적인 기술이 된 IPSc에 비해 느린 행보다.

한편, 최근에는 피부세포를 줄기세포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다른 세포로 바꾸는 기술(직접 분화) 역시 개발됐다. 난자나 줄기세포도 필요없고, 암이 생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의미있는 기술이지만, 아직 실용화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초보적이라 다량의 유전자를 써야하고 성공률도 낮다.

현재 세계적으로 줄기세포치료제 분야는 성체줄기세포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의 능력을 활용하려면 IPSc나 배아줄기세포가 필요하다. 김동욱 교수는 “지금까지는 IPSc가 우위를 점해 왔지만, 더 나은 줄기세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복제배아줄기세포 분야의 발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연구가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니만큼 앞으로 어떤 기술이 우위를 점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피부세포를 조금 떼어내 건강한 다른 세포로 만든 뒤 낡은 세포를 대체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아직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것은 성체줄기세포뿐이다. 이미 치료제도 나와 있다. 국내 기업인 FCB파미셀이 개발한 하티셀그램-AMI가 예다. 이 약은 죽은 심장세포를 재생시켜 심근경색을 치료한다.

그러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면서도 환자에게 거부반응이 없는 IPSc와 배아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쓰기 위해서는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 김 교수는 “아직 줄기세포치료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해도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효상 연구원은 “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일과 그것으로 치료제를 만드는 건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먼저 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발생학적 원리에 따라 줄기세포가 특정 세포로 분화하는 조건을 알아내야 한다. 유전자 변이나 암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해야 한다. 환자 맞춤형으로 만든다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IPSc의 경우 올해 혹은 내년에 연구 목적의 임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 있지만, 보편적인 임상까지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 이 때문에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도 이식하는 방법을 몰라 100년 안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윤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실용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수십 개의 난자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용하는 난자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해도 난자를 써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종교계는 배아 파괴
는 곧 생명 파괴라는 논리로 반대한다. 또한,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은 다수의 난자를 내놓게 만드는 강력한 호르몬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이론상으로는 체세포를 주입해 만든 복제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복제 동물을 만들수 있다. 최초의 복제 포유류인 ‘돌리’가 그렇게 태어났으며, 뒤이어 쥐, 소, 돼지, 개 등에서 체세포를 이용한 동물 복제가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탈리포프 교수팀도 2007년 원숭이의 복제 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까지 뽑아냈지만, 아
직 복제 원숭이를 탄생시키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 성과도 당장 복제인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효상 박사는 “과학적 호기심이 이룬 결과는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쓰이는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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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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