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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는 꽃미남이 좋아요

얼굴 대칭일수록 매력적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다. 그런데 아직 모델의 성별은 불분명하다. 신비한 미소를 띤 표정에서 여자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모나리자가 여장 남자라는 주장부터 양성이라는 얘기까지 있다. 얼굴만 보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할 수 있을까?

남자 얼굴, 여자 얼굴 따로 있나?
 

모나리자는 남자다? 신비한 미소를 띤 모나리자의 성별은 아직 불투명하다.


아기가 모나리자와 비슷한 경우다. 얼굴만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기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이마가 넓고 눈은 크며 머리숱이 적어 다들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대개는 옷 색깔이나 차림새로 성별을 짐작한 뒤 칭찬의 말을 건네는데, 본의 아니게 실수할 때가 있다.

아기가 자라서 사춘기를 거치고 어른이 되면 남녀로 얼굴을 구분하는 일이 꽤 쉬워진다. 한눈에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지금까지 연구된 내용에 따르면 인간이 성별을 판단하는 능력은 95%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사실 우리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할 때 얼굴의 생김새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머리 모양, 화장, 옷, 태도도 남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길에서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날씬한 사람을 쫓아갔더니 남자였다’는 식의 해프닝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외부 요인 없이 얼굴만 보고도 남자와 여자를 비교적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많다.

한 예로 얼굴 인식 연구의 대가인 스코틀랜드 스털링대의 비키 브루스 교수는 1993년 남녀 185명에게 수영모를 씌워 머리카락을 숨기게 한 뒤 사진을 찍어 피험자들에게 보여줬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사진 속의 얼굴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96% 정확하게 구별해냈다.

그렇다면 얼굴의 어떤 요소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일까. 얼굴형과 이목구비가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턱이 넓고 코가 높다. 눈썹 부위도 더 돌출돼 있다. 다시 말해 이목구비가 여자보다 울퉁불퉁한 편이다.

반면 여자는 남자에 비해 이마가 넓고 눈이 큰 경향이 있다. 눈과 눈썹 사이의 거리도 더 멀다. 재미있는 점은 여성의 이런 얼굴 특징이 아기의 특징에 가깝다는 것이다. 흔히 동안(baby-face)의 특징이라고 하는 넓은 이마와 큰 눈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두드러지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여성이 더 사랑스럽게 보일 것이다.

남자의 코가 더 큰 이유는 여성에 비해 필요한 산소 요구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남자 얼굴에서 볼 수 있는 큰 턱이나 두툼한 눈썹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밖에 눈썹 두께나 면도를 한 뒤 턱에 남은 수염 자국, 피부도 남녀를 가르는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런 특징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피부를 매끈하게 만들거나 눈썹을 밀어버려도 구조적인 특징만으로 남녀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브루스 교수는 눈썹과 코, 턱 등 얼굴의 일부를 가리고 남녀를 구분하는 실험을 한 결과 분별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여전히 남녀를 구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니 혹여 화장이 전부 지워져 눈썹이 거의 없는 여성이라도 갑자기 남성으로 보인다든가, 매끈하고 하얀 피부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남성이 여성으로 보이지는 않으니 염려할 필요는 없다.

꽃미남이 매력적인 이유
 

“내 비록‘훈남’이지만 매력에서만큼은 ‘얼짱’이나‘꽃미남’에 뒤지지 않소. 내‘생얼’을 자세히 보시오. 좌우가 완전 대칭이라오.”


남녀의 얼굴을 구분하는 일은 매력과도 관련 있다. 여성적인 얼굴 특징을 가진 여성이 이성에게 더 매력적이고 남성적인 얼굴 특징을 가진 남성이 이성에게 더 매력적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흔히 남녀를 불문하고 젊음과 건강을 상징하는 특징을 가진 얼굴이 매력적으로 비춰진다. 여자의 경우 큰 눈과 얇은 눈썹, 작은 코와 턱, 도톰한 입술을 갖고 있을 때 더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젊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들이다.

불행히도 모두가 매력적인 얼굴 특징을 갖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성형술이 없던 고대에도 화장술은 발달했다. 둘 다 유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여성의 경우 대개 여성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눈 화장으로 눈을 커보이게 하거나 볼 화장으로 뺨을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독일 괴팅겐대 베른하르트 핑크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색조 화장을 하기 전 밑 화장으로 피부 톤을 일정하게 만드는 이유도 피부 톤이 일정할수록 젊어 보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과 상반되는 결과를 보인다. 1998년 영국의 세인트앤드루스대 데이빗 페렛 교수는 영국인과 일본인의 얼굴을 대상으로 남성의 얼굴은 더욱 남성적으로, 여성의 얼굴은 더욱 여성적으로 만든 뒤 어떤 경우에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여성은 여성화시켰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인 반면 남성은 남성화시켰을 때보다 여성화시켰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터프 가이’보다 ‘꽃미남’이 더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남성적인 얼굴이 남성호르몬의 활동이 뛰어나다는 뜻이고 그에 따라 건강을 상징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결과다. 남성적인 얼굴을 선호하는 경우는 여성의 배란기 때 두드러졌을 뿐 그 외에는 여성적인 남성이 매력적이었다.

배란기 여성은 생식을 위해 남성적인 얼굴에 끌리지만 그때가 지나면 남성적인 얼굴이 가부장적이고 냉정하며 부정직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흥미를 잃는다. 결혼이나 양육 같은 지속적인 남녀 관계에서는 부드럽고 자상하게 보이는 ‘꽃미남’이 여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남자 연예인을 여장시키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여자 연예인을 남장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예쁘장한 남자가 별 흠이 아님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녀는 대칭을 좋아해~


얼굴이 좌우 대칭일수록 매력적으로 보인다. 영화배우 김희선은 대표적인 얼굴 대칭형 미인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는 ‘얼굴 좌우 대칭 놀이’가 유행했다. 얼굴의 한쪽 면(왼쪽 또는 오른쪽)을 반대편으로 대칭시켜 온전한 얼굴을 만드는 놀이다. 대부분의 사람 얼굴은 완전 대칭이 아니라는 점에 착안했는데, 김희선, 송혜교 등 여자 연예인은 어느 쪽을 대칭시켜도 예쁘다는 평을 얻었다.

사실 얼굴의 대칭성은 매력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다. 얼굴이 대칭일수록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영국 리버풀대 안소니 리틀 교수팀은 실험 대상자에게 원래 얼굴 사진과 대칭이 되도록 수정한 사진으로 이뤄진 이미지 30쌍을 보여줬다. 그리고 어떤 얼굴이 매력적인지 선택하도록 한 다음 다시 똑같은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얼굴이 대칭인지 답하게 했다. 그 결과 대부분 대칭인 얼굴을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오랫동안 얼굴의 대칭 문제를 연구한 미국 뉴멕시코대의 랜디 손힐 박사도 지난해 남녀 모두 대칭형 얼굴을 가진 이성을 매력적이고 건강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1991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그레고리 리브시츠 교수는 얼굴이 좌우 대칭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우수한 자손을 갖게 하기 때문에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대칭형 얼굴의 이성을 선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얼굴이 좌우 대칭이 아니라고 너무 좌절하지는 말자. 얼굴의 매력은 좌우 대칭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예를 들어 얼굴의 왼쪽과 오른쪽 중에서 오른쪽이 매력적인 사람은 상대방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드러내는데 유리하다.

좌우 얼굴을 합성해 연령과 성별, 매력 등을 판단하는 실험을 한 결과 얼굴의 오른쪽에서 두드러지는 특징들이 성별을 지각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일반적으로 보는 사람의 왼쪽 시야에 들어오는 얼굴 즉 오른쪽 얼굴이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네바다대 심리학과 마이클 웹스터 교수는 2004년 남성의 얼굴을 많이 보다가 여성의 얼굴을 보게 되면 그 얼굴이 더욱 여성적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종의 잔여효과(aftereffect)가 생긴다는 말이다. 홍일점이 더 예뻐 보이고 청일점이 더 멋져 보일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군대에서 여자는 모두 예뻐 보이고 여학교의 총각 선생님이 유난히 멋져 보이는 이유도 이런 효과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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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수진 박사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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