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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신분증, 얼굴

수십만 명 중 10명 골라낸다

1968년에 개봉한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L)이 나온다. 할은 로봇이면서도 스스로 학습하고 지능을 높이면서 탐사선인 디스커버리가 목성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인간 승무원을 지휘한다.

할이 이렇게 탐사선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눈이었다. 할은 항상 커다란 눈(카메라)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승무원을 알아본다. 그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일은 기본이고, 승무원이 스케치한 얼굴을 보고 그림 솜씨를 칭찬하기도 한다. 할은 얼굴 인식 능력을 갖춘 로봇이었다.

영화가 개봉된 1960년대 미국에서는 스탠퍼드대와 MIT를 중심으로 얼굴 인식기술 연구가 시작됐다. 할은 이런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다.

범인, 딱 걸렸어
 

01최근 3차원 레이저로 얼굴을 스캔하는 인식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022001년 1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은 7만2000명의 슈퍼볼 팬들로 꽉 찼다. 경찰은 얼굴인식시스템을 이용해 관객 중에 지명수배자 19명을 가려냈다.


얼굴 인식기술은 최근 여러 분야에 활용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소니의 애완용 강아지 로봇 ‘아이보’에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다. 아이보는 주인의 얼굴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범법자를 검색하는데도 이 기술이 사용된다. 지난 2001년 1월 미국 플로리다주 경찰은 슈퍼볼 결승전이 열린 경기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지명수배자 19명을 가려냈다. 얼굴인식시스템이 카메라에 잡힌 얼굴을 내장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범법자의 얼굴을 가려낸 것이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의 상당수 카지노도 얼굴인식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런던 길거리에 CCTV를 설치해 범죄자를 찾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얼굴 인식기술은 지문 인식기술처럼 생체인식기술의 한 분야다. 사람마다 고유한 지문이 있듯이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다. 인상에 관련된 특징을 수학식으로 변환하면 개인마다 고유한 표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

얼굴의 특징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얼굴 윤곽선의 기하학적인 배치를 숫자로 바꾸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눈썹에서 입술 바로 밑까지를 바둑판처럼 수많은 칸으로 나눈 뒤 칸 각각을 고유한 수치로 나타내는 것.

예를 들어 칸이 100개라면 내 얼굴 정보는 100개의 숫자로 표현된다. 따라서 카메라가 내 얼굴을 찍으면 이 사진은 100개의 수치로 바뀌고, 내장된 데이터베이스와 몇 개나 일치하는지 따져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90% 정도 일치하면 본인으로 판단한다.

3차원으로 읽는다
 

2차원 얼굴 인식기술에서는 컴퓨터가 오판을 내리기 쉽다. 실험 결과 컴퓨터는 실험 대상(01)이 수염을 기르자(02) 다른 사람이라고 판단했고, 안경과 눈썹, 입술이 유사한 다른 얼굴(03)은 동일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얼굴 인식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카메라 촬영시 같은 사람의 얼굴도 각도나 조명, 안경 등 착용물, 시간에 따라서 변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필자의 실험 결과 눈썹과 입술, 수염 모양이 비슷한 두 사람의 사진을 줬더니 컴퓨터는 같은 얼굴로 판단했다. 거꾸로 같은 사람에서 머리 모양, 수염 등을 달리했더니 컴퓨터는 다른 얼굴로 인식했다.

특히 같은 사람의 얼굴도 표정이나 각도를 바꿔 찍으면 각 사진이 수치적으로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컴퓨터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최근에는 3차원 레이저를 이용해 얼굴을 입체적으로 스캔한 정보를 이용하는 기법이 등장했다.

기존에는 얼굴을 정면으로 찍은 평면 사진을 사용했다면 3차원 인식기술은 카메라를 두 대 이상 사용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얼굴을 입체적으로 읽어낸다. 얼굴에서 변하지 않는 뼈 구조를 기반으로 수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얼굴 표정이 달라지더라도 컴퓨터가 비교적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현재 얼굴 인식기술은 수십만 장의 사진 중에서 찾고자 하는 얼굴과 비슷한 사진을 10장 정도로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누구나 감시당할 수 있고 개인의 얼굴 사진을 저장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와 초상권 침해 논쟁이 있지만 9.11 테러 이후 세계적으로 보안 강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얼굴 인식기술의 효과는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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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현진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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