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원자로 기술자립의 표본 한국형 경수로

편의성·안정성 높인 개량형

한국형 가입경수로는 어떤 모델인가. 차세대 원자로라 불리는 안전로와는 어떻게 다른가.

요즘 한국형 경수로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북한측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상대적으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흑연감속로를 경수로로 전환할 의사를 표명하고, 러시아형 경수로 대신에 한국형 경수로를 받아들일 뜻을 비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한국형 경수로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한국형 경수로는 98, 99년 완공예정으로 현재 설계가 60% 가량 진척되고 있는 울진 3,4호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영광3,4호기를 건설하면서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사와 공동설계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로 제어설비를 중심으로 한국원자력 연구소가 개량한 것이 한국형 경수로다. 설계를 비롯 기술 자립을 최대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형 경수로는 미국형 경수로를 기본으로 첨단전자계측장비를 동원해 운전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안전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미국 경수로를 근간으르 기술을 이전받은 개량형이므로 완전한 독창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원자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감속재와 냉각재

한국형 경수로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원자력발전의 기본 원리를 알아보자. 원자력발전의 핵심은 원자로에 있다. 원자로는 화력발전소로 따지면 연료를 태워 증기를 발생시키는 보일러인 셈이다. 우라늄이 핵분열을 통해 감소된 만큼의 질량이 에너지로 변하는 곳이다.

원자로 안에는 물이 채워져 있고 물속에는 두종류의 봉(막대)더미가 담겨져 있다. 물속에 완전히 잠겨 있는 것이 핵연료봉이고 그 사이 사이에 반쯤 담겨져 있는 것이 제어봉이다. 여기서 물은 원자핵분열반응이 잘 일어나기 위해 중성자의 속도를 감속시켜주는 감속재 노릇을 한다. 핵분열 후 생성되는 중성자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속도를 늦춰 다른 핵에 부딪칠 확률을 높인다. 감속재에 사용되는 물이 보통 물(輕水)이면 경수로이고 무거운 물(重水)을 사용하면 중수로다. 흑연을 사용하면 흑연감속로다.

경수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싼물을 사용하는 대신에 약간 농축된 우라늄(저농축우라늄, 2-4%)을 원료로 써야하고, 중수로는 구하기 어려운 비싼 물을 사용하는 대신에 천연우라늄(농축도 0.7%)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월성원자로가 유일하게 중수로다.

제어봉은 원자로 꼭대기에 매달려 핵연료봉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중성자의 수를 조절한다 반응속도가 너무 빨라 출력이 세지면 제어봉이 깊이 물속에 잠기면서 중성자를 잡아먹고, 출력이 떨어지면 제어봉이 솟아올라 중성자의 숫자를 늘인다. 결국 제어봉이란 중성자를 흡수하는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보통 붕소나 카드뮴 등으로 만들어진다.

핵분열로 얻어진 에너지는 냉각재를 통해 밖으로 전달된다.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뜨거운 물 사이를 통과하는 냉각재관에는 물이 흐른다. 차거운 물이 들어와서 뜨거운 물이 되어 나가 열에너지를 밖으로 나르는 것이다. 원자로가 정상 가동될 때 냉각재는 열전달물질로만 작용하지만 비상시에는 차거운 물이 주입돼 냉각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냉각재로는 물(경수 또는 중수)도 사용되지만 액체나트륨과 탄산가스 헬륨가스 등의 기체도 사용된다. 북한의 흑연감속로는 냉각재로 탄산가스가 사용된 가스냉각로다.

원자로 안을 돌아나오는 냉각재 온도는 3백20℃ 정도. 이 온도에서 물이 끓지 않고 액체상태를 유지하려면 높은 압력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가압경수로나 가압중수로란 말이 등장하는 것은 가압기를 통해 높은 압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압수형(PWR)이 아니라 비등수형(BWR)이라 하는 것은 압력을 가하지 않고 냉각재관에 흐르는 물을 증기상태로 만들어 바로 이 증기를 가지고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가압수형은 냉각재관의 물을 증기발생기(일종의 열교환기)로 보내 2차로 증기를 생성시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가압수형은 1차계통을 흐르는 물(냉각재관을 흐르는 물)과 2차계통의 증기가 철저히 분리돼 있다. 가압수형의 장점은 비등수형에서처럼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1차계통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비등수형은 1,2차 계통을 분리할 필요도 없고 가압기를 설치할 필요도 없어 설비가 간단하나 사고가 났을 때 방사능오염 정도가 심하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86년 원전 최악의 사태인 멜트다운을 일으켰던 체르노빌 원전은 흑연감속·비등수형 원전이었다.

현재까지 발전설비로는 가압수형경수로가 가장 보편적이면서(70%)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흑연감속·가스냉각로를 가압수형경수로로 교체할 의사는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러시아형 경수로와 한국형 경수로는 어떻게 다른가.

러시아형과 한국형은 기본구조는 차이가 없으나 세부설계에서 몇가지 다른 점이 있다. 60년대 핵잠수함용을 발전용으로 전용한 러시아형은 증기발생기가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설치돼 있으며 냉각재관이 4-6개(한국형은 2개)인 것이 다르다. 그러나 이는 외형적인 차이일뿐이다.

러시아형은 세부적인 제어장치와 안전장치가 많이 생략돼 있다. 특히 비상사태시 자동으로 멈추고 늦춰져야 하는 부분들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형 경수로가 화재 등 비상시에 취약한 것이 최대 약점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44만kW짜리의 경우 격납용기조차 없다. 따라서 러시아형의 건설비는 한국형에 비해 반밖에 들지 않는다(한국형은 1백만 kW짜리 건설비용이 1조7억원 ).

과거 동독은 러시아형 경수로 4기를 운영했고 4기를 건설중이었으나 통일 독일이 된 후 모두 폐기하고 말았다. 서방세계 중 유일하게 러시아형 경수로 1기를 건설했던 핀란드는 격납용기를 따로 만들어 씌우는 등 오히려 경비가 더 드는 사태조차 발생했다.
 

(그림1)원자로 기본구성도


제어계통 신뢰도 높아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형 경수로는 첨단전자장비로 운전의 편의성과 제어계통의 안전성을 다양하게 확보했기 때문에 같은 레벨의 미국 경수로(시스템80+)나 프랑스의 N4, 일본의 SP-90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재 설계중인 한국형 경수로는 21세기 원자로라 불리는 안전로와는 차이가 있다. 안전로는 비상시 운전을 멈추는 비상정지수단(제어봉을 자동으로 떨어뜨리는 방식)과 비상냉각수단(냉각수를 긴급하게 쏟아붓는 방식)을 기존의 동력장치가 아닌 자연적 물리현상에 맡긴다. 동력장치에 의존하면 사고시 동력장치가 가동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 물리현상이란 중력이나 자기력 또는 밀도의 차이 등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연적으로 냉각되고 정지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은 2천년초에 가서야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한국형원자로를 선택하는데 주저하는 이유는 과거 한때 러시아형 경수로를 도입하기로 한적이 있어 러시아형이 어느 정도 기술적으로 익숙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남한과의 교류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수로 원전은 설계에서 건설까지 10년 이상 걸리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건설지역에 파견되어야 한다.
 

(그림 2) 가압경수형 원자로 구조^러시아형은 증기발생기가 가로로 세워져 있으며 격남용기가 없는 것도 있다.
 

199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전기공학
  • 기계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