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사람들은 열차여행을 낭만과 그리움의 풍경으로 추억한다. 그러나 이제 고속철도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초고속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 철도는 도심 속으로 파고들어 버스와 택시를 대체하는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진화할 것이다.
1. 시속 400km로 질주하라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첨단 철도는 곧 상용화되는 한국형 고속열차다. 2004년 12월 한국형 고속열차가 시속 350km를 돌파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4번째로 고속철도 기술을 가진 나라로 발돋움했고, 지난해 11월에는 12만km에 이르는 시험운행을 통해 고속열차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한국형 고속열차는 프랑스 알스톰이 제작해 현재 운행 중인 KTX를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모델이다. 새 고속열차에는 KTX 시스템보다 우수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우선 최고속도가 시속 350km로 기존 KTX의 시속 330km보다 빠르면서도 디자인에서 핵심장치까지 대부분 고유모델로 개발해 부품 수를 기준으로 92%의 국산화를 이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100kW급의 출력을 내는 전동기와 디지털 제어방식을 채택했으며, 차체는 알루미늄 압출재로 이뤄졌다. 여기에 제동성능까지 향상시켰다. KTX는 차량편성이 20량으로 고정된데 비해 한국형 고속열차는 차량 수를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고, 공기저항과 터널을 통과할 때의 외부압력을 각각 15%, 8% 감소시켰다.
속도와 기술개발을 향한 도전은 이제 차세대 고속열차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2011년까지 최고속도 시속 400km, 상용 운행속도 350?360km에 이르는 차세대 고속철도 시스템인 ‘HEMU’(High-speed Electric Multiple Unit)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객차 6량이 1대로 편성되며 국내 최초로 ‘동력분산식’ 열차로 제작된다.
동력분산식 열차는 기존 KTX와 새마을호 등이 맨 앞의 차량에서 동력을 제공해 나머지 객실이 끌려가는 식으로 운행하는 ‘기관차방식’과 달리 객실 칸을 포함한 전 차량에 동력원이 있어 각 바퀴로 골고루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런 혁신을 통해 고속철 분야 3대 강국인 독일, 프랑스,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였다.
2. 곡선에서 강하다, 시속 200km 틸팅열차
내년부터는 고속철도가 다니지 않는 지역의 사람들도 고속철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새로 노선을 건설하지 않고 기존 궤도 위에서도 최고 시속 200km로 달릴 수 있는 틸팅(tilting) 열차가 제작 중이기 때문이다. 틸팅은 말 그대로 기울인다는 뜻. 2007년 7월부터 충북선과 중앙선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한다.
틸팅열차는 곡선 구간을 주행할 때 차량이 곡선 안쪽으로 기울어지게 해서 달릴 때 생기는 원심력을 감소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곡선 부분의 주행 속도를 지금보다 증가시킬 수 있어 전체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승차감도 좋아진다.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등 산악지형이 많은 나라에선 틸팅 기술이 발달됐다.
틸팅열차가 실용화되면 현재 시속 100~140km대에 머물러 있는 일반 철도의 속도를 향상시켜 고속철도와 함께 우리나라 철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게 될 것이다.
틸팅열차의 차체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일체형 복합재 철도차량 차체제작기술’을 적용했다.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이용해 23m의 차체를 일체형으로 제작하는 이 기술은 무게를 4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과학기술부 주관 신기술 인증제도인 NET마크를 획득했다. 특히 틸팅 제어시스템은 차량 객실과 바퀴에서 궤도 곡률을 동시에 감지해 회전할 때 생기는 원심력에 맞춰 열차를 기울어지게 함으로써 승차감을 극대화시킨 국산 고유모델이다.
3. 무인자동운전 한국형 경량전철
지하철은 도심지의 주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유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 노선 건설이나 확장이 쉽지 않다. 따라서 최근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경량(輕量)전철이 주목받고 있다.
경량전철은 시간당 5000~3만 명에 이르는 수송능력을 갖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규모다. 중량(重量)전철인 지하철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건설비와 운영 유지비가 절반 정도로 대폭 절감된다.
경북 경산시에서는 바퀴를 고무로 제작한 AGT(Automated Guideway Transit) 경량전철이 올해 말까지 시험운행 중이다. 2009년이면 부산지하철 3호선 미남~안평 구간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차량은 최고속도 시속 70km, 객차 1량 승차정원은 57명(최대 100명)이고, 2량에서 6량까지 편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계절별, 요일별, 시간대별 수송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도시 미관을 고려해 일반 지하철의 천장에 있는 전력공급선을 바퀴 옆에 설치한 것이 특징이며, 고무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적어 도시 환경에 적합하다. 전체 시스템의 90% 이상을 국산화했다.
4. 버스와 지하철의 장점만 모았다
바이모달(bimodal) 저상굴절차량은 버스처럼 일반 도로 위를 달리기도 하고, 지하철처럼 전용궤도에서 자동운전도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이다. 2가지 모드(mode)에서 달릴 수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저상’은 탑승계단을 없애 노인, 어린이, 장애인들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차량을 뜻하고, ‘굴절’은 차량을 2대나 3대씩 꺾이도록 길게 연결해서 운행하므로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 바이모달 저상굴절차량은 버스와 지하철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또한 차세대 무공해 동력원인 연료전지를 사용해 환경까지 고려했다. 2009년경 시험 제작된 차량이 나올 예정이다.
5. 택시 닮은 소형궤도열차
버스를 닮은 열차만 개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택시처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는 소형궤도열차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소형궤도열차는 노선거리 1~10km, 탑승인원 1~6명으로 규모가 작은 반면 승객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매연이나 소음 등 환경오염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소형궤도열차는 고정된 일정에 따라 획일적으로 운행되는 것이 아니라 승객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거의 일정한 속도로 무인 자동 운전되며, 24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2011년 기술개발 완료를 목표로 현재 시스템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6. 바퀴 없이 레일 위를 나는 자기부상열차
자기부상열차는 같은 극끼리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한다. 바퀴 없이 열차가 공중에 떠서 달리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이 적고, 경사나 커브가 심한 지역에서도 바퀴식 열차보다 잘 달릴 수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자기부상열차 MLX(Magnetic Levitation eXpress)는 열차의 사상 최고속도인 시속 581km를 기록한 적이 있다. 실제 운행되는 차량 중에서는 중국 상하이에서 운행하고 있는 자기부상열차인 독일의 트랜스래피드(Transrapid)가 사람을 태우고 시속 501km로 달리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것은 중저속으로 시속 100~110km 정도다. 현재 대전엑스포공원과 국립중앙과학관을 잇는 자기부상선로가 건설 중이며 내년 10월 완공돼 무인 자동운전방식으로 시험 운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속도를 향한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구를 만족시키며 생활 속에서 더욱 편리하고 안락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철도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철도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대량 저가 교통수단이자 환경파괴가 덜한 ‘그린 네트워크’(green network)다.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위기, 대기오염 등 극심한 환경변화 속에서 철도의 우수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철도에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달리려는 꿈이 담겨 있다. 대한한국 철도는 앞으로도 더 빠르고 편리한 미래를 향해 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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