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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박사과정에서 인쇄전자기술(printable electronics)을 연구하던 필자는 미국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로부터 공동연구를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6개월 동안 컬럼비아대에 머물며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인쇄전자기술은 얇고 유연한 전자제품을 싼 값에 개발하기 위한 첨단기술로 현재 휘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유기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필자는 세계 최초로 표면 젖음 현상을 이용해 반도체를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 방법에 비해 매우 쉽게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찍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렉서블 기판에도 사용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컬럼비아대가 필자에게 공동 연구를 청한 이유도 이 기술을 활용해 압전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컬럼비아대는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일명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미국 내 사립 명문대 중 하나다. 필자가 초청받은 전기공학부는 FM 라디오와 장거리 전화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곳이며 음악 파일 재생 알고리즘인 MPEG 시리즈의 특허도 갖고 있다.

이렇게 대단한 곳이지만 고무적인 사실은, 서울대에서 필자가 배우고 연구한 내용이 컬럼비아대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연구 인력은 물론 연구 환경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적 명문대와의 과학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물론 콜럼비아대는 학제 간 공동연구가 매우 활발하다는 장점이 있다. 필자가 있었던 연구실이 진행하는 10여개 인쇄전자기술 연구는 물리학과, 화학공학과, 재료공학과의 개별 연구실과 따로 또는 같이 이뤄졌다.

이런 분위기는 대학 차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령 2차원 탄소 구조인 그래핀 공동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래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기계적 강도도 뛰어나면서 2차원 전기적 성질을 갖고 있어 인쇄전자기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반도체 재료다. 물리학과에서는 그래핀의 양자역학적 이론 연구를, 화학과에서는 그래핀의 대량 생산을 위한 용액 합성법을, 재료과에서는 그래핀의 특성을 분석하고 측정하는 연구를 그리고 기계과에서는 2차원 패터닝과 기계적 강도 연구를 담당한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서로 도와가며 연구를 발전시키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는 단순히 연구 시스템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회의에 참석해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는 인문학적 태도와 소양도 필요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인쇄전자기술 연구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오는 만큼 개별적인 성과가 공동의 노력과 이해를 통해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길 바란다.



나유진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현재 동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다니고 있다. 유기화학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반도체와 생체전자소자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나유진 서울대 전기공학부 박사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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